만남을 위한 마음의 줄다리기
일주일 만에 그녀를 만나는 날이었다. 예상보다 일찍 일정을 마쳤다는 그녀가 저 멀리서 보였다. 저만치서 다가오는 그녀의 실루엣만을 보고도 그는 실루엣의 정체가 그녀임을 알아챌 수 있었다. 잘 지냈느냐고 묻는 안부는 잠시 나눈 체온만큼 따뜻했다.
"오늘 점심은 굴국밥이야. 겨울이 지났는지 대굴을 찾기 힘들더라고. 지금이 아니면 먹지 못할까 봐."
"뭐야... 너무 받기만 해서 미안해."
콩나물보다 숙주를 좋아하는 그녀를 위해 굴국밥에 숙주를 넣었다는 걸 그녀도 알았을까? 그녀는 건더기 하나 남기지 않고 깨끗하게 도시락을 비웠다. 식사를 마치고 립스틱을 고쳐 바르는 그녀의 입술이 반짝였다.
그녀는 말이 귀한 사람이었다. 좀처럼 속을 드러내지 않았다. 표현에 서툰 것은 아니었다. 좋은 것은 좋다고, 싫은 것은 싫다고 분명하게 표현할 줄 아는 사람이었다. 무뚝뚝한 사람이라는 평을 종종 듣는다고 했다. 매일 보고 싶다고 징징거리던 것도 그였다. 사실 그는 그녀에게 뿔이 조금 나있었다.
"보고 싶었어, 너를 만나기 위해 기다리는 시간이 너무 길게 느껴져."
"기다리는 시간은 같아, 네가 나를 기다리는 만큼 나도 너를 기다리고 있었어."
그녀는 역시 말이 귀한 사람이라고 그는 생각했다. 그는 말없이 그녀를 안았다. 서로 언어, 표현하는 방식이 다를 뿐, 마음은 같다는 것을 왜 몰랐을까?
찬 바람을 뚫고 역 앞에서 함께 어묵을 하나씩 골라 먹기로 했다. 둘은 어묵에 간장을 찍어 먹지 않는 취향이 같았다. 어묵을 입에 넣으며 마주 보고는 낮게 웃어버렸다. 기다리는 시간은 같다는 말이 어묵국물처럼 뜨겁게 마음에 닿았다.
* <사랑의 모양>은 영화 <Shape of water>를 관람한 후 세상에 존재하는 다양한 사랑의 모양이 궁금해서 시작한 사랑에 관한 아카이브 프로젝트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