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육아포럼 in 부울경' 연사인 정지우 작가님을 처음 뵌 것은 지난 5월이었다. 어떤 분을 연사로 모시면 좋을지 탐색하다가, 작가님의 책 <그럼에도 육아>를 읽고 확신이 들었다. 이 메시지라면 사람들의 마음속에 은은한 진동을 일으킬 수 있겠다, 육아에 관한 새로운 관점을 보여줄 수 있겠다 싶었다. 특히 육아포럼의 핵심 주제였던 '환대'와 '아이 동반 포럼'이라는 형식을 실현하는 데 착 들어맞는 분이라는 판단이 들었다.
작가님이 흔쾌히 수락했다. 그다음부턴 15분이라는 짧은 강연 시간 동안 어떻게 해야 작가님의 메시지가 더욱 도드라져 보일지, 참석자들의 마음에 깊숙이 안착할지를 고민하며 강연 구성안을 짜서 보내드렸다. 나의 주장이 아닌, 작가님의 책에서 길어 올린 작가님 고유의 문장들로 내용을 채웠다. 여기서 작가님이 직접 덜어낼 것은 덜어내고, 덧붙일 것은 덧붙여 큐카드가 완성되었다.
한편으로는 대중에게 널리 알려진 연사도 섭외할 필요가 있었다. 여러 연사를 놓고 고민한 끝에 <슈퍼맨이 돌아왔다>에 출연해 '아빠 육아의 정석'으로 각인된 제이쓴 님을 섭외했다. 마지막 연사인 소아청소년과 전문의 김태형 선생님은 행사를 주관하는 부산팀에서 먼저 제안했고 섭외도 했다. 육아에 대한 인문학적 고찰, 셀럽의 일상 육아, 전문가의 육아 정보. 그 균형이 좋았다. 영상으로도 남는 포럼이었기에 연사들이 (충분히 멋지시지만) 더 예뻐 보이고 잘생겨 보이도록 메이크업도 붙여드렸다.
행사 홍보와 실무는 부산팀에서 하셨지만, 서울에 있는 내가 추가로 더 할만한 일들이 없을까 고민했다. 이렇게 멋진 분들을 모셨으니 기왕이면 더 많은 사람들에게 알리고 싶었다. 부산 맘카페를 기웃거렸다. 출석과 댓글 횟수 등 글 작성 요건을 채워 몇 군데 홍보 글을 올렸다. 부산 관내 육아종합지원센터 10여 곳에 일일이 전화를 걸고 공문을 보내 홍보를 부탁드렸다. 행사장이 위치한 해운대구의 관내 주민센터 10여 곳에도 전화하고 공문을 돌렸다. 나의 노력이 얼마나 효과가 있었는지는 사실 잘 모르겠다. 그냥 내가 할 수 있는 데까진 최선을 다해보자는 생각으로 움직였을 뿐이다.
행사 진행 대본과 프로그램북, 팜플릿에 들어가는 연사 소개 문구 등 여러 문장들을 부산팀에서 보내주시면, 더 간결하고 임팩트 있는 문장이 되도록 가다듬기도 하고, 행사 당일 라이브로 송출되는 부산CBS 유튜브의 커버사진과 썸네일을 만들기도 하고, 만족도 설문조사 문항도 짜고, 나띵프로젝트라는 회사에 연락해 물감입욕제 협찬도 요청드리고, 기타 등등의 일들을 하면서 지난 몇 개월을 보냈는데 행사가 무사히 안전하게 끝나 다행이다.
판을 깔아주는 사람으로 일하다 보면 아주 가끔은 이런 생각이 삐죽 솟아오르기도 한다. 나한테 판 깔아주면 나도 진짜 잘할 자신 있는데! 게다가 육아는 내가 좀 치는데(나, 애셋맘)!! 그래서인지 한번은 정지우 작가님이 <그럼에도 육아> 북토크에 나를 진행자로 불러주셨을 때, 잘 해내고 싶어서 질문지 큐카드 만들고 포켓몬 인쇄물에 꽈따와 구갈이 스티커까지 챙겨갔던 기억이 난다. (고마웠어요, 작가님)
<스토리와 리얼리티-창작자를 위한 취재와 리서치 컨퍼런스>라는 커다란 콘텐츠 판에 나를 사회자로 불러주시고 전자책 집필 제안까지 해주신 팩트스토리 고나무 대표님에게도 고맙고, 웹툰포럼 강연자로 불러주신 한국웹툰작가협회에도 감사하고, 생각해 보니 올해는 그냥 다 감사한 일 투성이네.
포럼 기획자의 후기가 갑자기 감사일기가 되어 버렸는데 어쨌든 포럼 기획자의 최우선 순위는 진심과 감동이어야 할 것 같다. 연사에게 진심으로 다가가 극진히 섭외함으로써 연사를 감동시키기, 어렵게 시간 내어 참석한 사람들에게 그 연사의 메시지로 감동시키기. 포럼이 끝나고 나서, 아이랑 참여할 수 있는 이런 포럼은 처음이라 너무 좋았다는 후기를 봤는데, 내가 일을 마냥 허투루 하지는 않았구나 싶은 생각에 안도감이 든다. 이상 포럼 기획자의 후기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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