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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사히 Nov 08. 2020

mol-74 (모루카루 마이너스 나나쥬온)

파스텔 빛 축제의 서막, 선두에서 퍼레이드를 이끄는 소년의 마칭 밴드

mol-74는 2010년 결성되어 2019 정규 1집을 내기까지 4장의 EP를 냈습니다. 1집을 내기까지 꽤많이 돌아온 셈이죠. 밴드에서 작곡과 보컬을 담당하고 있는 다케 다즈키는 길었던 언더시절에 대해, '메이져로 올라오기 전까지 mol-74가 계속 언더에서 인디 활동만 하게 될 줄 알았다'고 말할 정도로 언더에서 보낸 시간은 길었습니다. 10대 때의 다케는 밴드가 아니라 파티쉐를 꿈꾸기도 했고, 밴드 활동 중 멤버의 탈퇴 문제 같은 굵직한 갈등이 많아서 음악을 놓아야하나 고민을 여러번 반복했다고 합니다. 하지만 지금은 다행이도 밴드 활동에 온전히 집중하고 있다고 하네요.

사전정보는 이 정도면 됐습니다. 지금도 열심히 활동하고 있으면 그게 다음 앨범을 기다리는 팬들에게 가장 필요하고 반가운 소식이겠죠. 다케는 시규어로스나 뮤즈와 같은 하이피치의 보컬에 영향을 많이 받아서, 자연스레 자신도 높은 톤의 보컬로 곡을 쓰기 시작했다고 합니다. 북유럽 포스트록의 거장 시규어로스의 몽환적이고 웅장한 사운드와 일본 특유의 소년만화 같은 당차고 경쾌한 분위기가 한데 어우러져 더 더욱 신선한 사운드를 만들어내는 듯 합니다.

처음 mol-74의 노래를 들었을 때 가장 인상적이었던 것은, 낮고 묵직한 킥드럼이었습니다. 마치 축제의 서막을 알리듯 커다란 북을 울리며 뛰노는 듯 느껴집니다. 맑게 퍼지는 파스텔빛 기타톤 사이로, 어김없이 밀고 들어오는 묵직한 킥드럼은 단연 그 존재감이 돋보입니다. 드럼이 돋보이는 경우는 으레 락 계열의 부수고 때리는 드럼인데, mol-74에게서 들리는 경쾌하고 따스한 봄 축제 같은 드럼소리는 저의 이목을 잡아 끌기에 충분히 신선하고 매혹적이었습니다. 밴드의 노래들은 대부분 경쾌하고 진행이 빠르지만, 왜인지 오래 들어도 귀가 피로하지 않습니다. 드럼소리의 표면이 유난히 반질반질하고 둥그스럼하게 느껴졌던 게 군생각이 아닐지도 모릅니다.


단지 한 순간이라도 빛을 보고 싶어
우리는 동시에 눈을 떴는데
한순간이라도
불꽃처럼 물든 너를 앞지르고 싶어
한순간이라도
-light 중-


9년이란 아득한 시간이 차곡차곡 쌓여 만들어진 mol-74의 첫번째 앨범 'mol-74'에 수록된 light라는 곡입니다. 一瞬だって (한순간이라도) 반복되는 가사에 맞춰서 끊이지 않는 킥드럼이 경쾌하고 흥겨운 분위기를 단단하게 잡아줍니다. 하지만 mol-74가 빛나는 지점은 단지 경쾌함만이 아닙니다. 소년처럼 맑고 하이피치의 보컬과 파스텔색의 기타톤이 자칫 경쾌하고 빠른 진행으로 날카로워질 수 있는 사운드를 뭉근하게 덮어줍니다. 그럼에도 경쾌함을 잃지 않고 사운드가 조화롭게 나아가는 것은 그 자체로 신선한 음악적 성취입니다.

빠르고 흥겹지만, 부드럽고 뭉근한 것하니 어떤 이미지가 떠오릅니다. 퍼레이드의 선두에서 북을 울리며 축제의 서막을 알리는, 소년의 마칭 밴드. mol-74는 누구보다 흥겹고 뭉근한 퍼레이드 중입니다. 그것도 파스텔로 빛나는 꽃 피는 봄날의 거리를 말이죠. 그게 바로 mol-74의 결이 만들어낸 고유한 율律이라고 생각합니다. 그들의 노래를 들으면, 때론 흥겹게 뛰어놀면서 때론 느릿느릿 실바람을 따라 걷는, 한 폭의 퍼레이드가 떠오르지 않나요.



노래 속에서 그들은 어김없이 오늘도 행진 또 행진을 합니다. 잠시 멈춰 눈을 감고서 품에 숨겨둔 작은 바람을 봄바람에 실어보내기도 합니다.

누구도 대신 할 수 없는 나만의 기준으로 살아가고 싶어.
강한 봄바람이 흔드는 마음 있잖아. 4월의 너는 바뀌었니?
-apill 중- 

그렇게 행진 또 행진. 둥둥둥둥 킥드럼이 멈추지 않으니 실바람도 멈추지 않고, 기타가 처음 보는 색을 토하면 주위에 이름 모를 물감이 번져가고,

두 사람만 아는 암호, 언젠가는 불협화음이 돼
Frozen time
무의미한 말과 몸짓, 얼마나 많은 의미가 있었을까?
Frozen time
-Frozen time 중-

소년은 노래하니, 11월 서울에 곧 Frozen time이 와도 퍼레이드는 끝나지 않습니다. mol-74가 언젠가 더 유명해져서 옆 나라인 한국에서도 콘서트를 하는 그날까지, 그들의 행진에 귀기울여 보겠습니다. 본문에 있는 노래의 링크를 달아드립니다. 오늘도  내일도 좋은 음악이 좋은 하루를 만들기를 바랍니다.



Light

https://youtu.be/j9phFM0HiJ0



April

https://youtu.be/HTjiTJm7jjg


Frozen time

https://youtu.be/Cd0Sy19q9-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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