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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잠정폐쇄 Jan 16. 2019

캐릭터 (1)

신화, 영웅 그리고 시나리오 쓰기

어느 정도 자유연상을 통해 생각의 틀이 정리됐으면, 바로 캐릭터로 넘어간다. 벌써? 그래. 괜찮다. 뭔가 더 정리하고 넘어가야지 하다가는 한도 끝도 없다. 처음부터 너무 완벽을 추구하다가는 착상에서 더 발전을 하지 못한다. 그러다간 착상 파트가 20,30,40 까지 갈지도 모르는 일이다. 언제까지 구상만 할 순 없는 노릇이다.  어차피 캐릭터를 고민하는게 내용을 고민하는 거나 마찬가지다. 일단 진도를 빼자.


여기서 부끄러운 고백을 먼저 한다. 예전에 무턱대고 시나리오를 쓸 땐, 캐릭터가 정말 중구난방이었다. 필요에 의해 등장해서 말만 하고 사라지는 설명충이 있는가 하면, 스윽 등장했다가 쥐도 새도 모르게 사라지는 다크템플러도 있었고, 그 어떤 철학도 없이 땡깡만 부려대는 악당도 있었다. 왜 악당이 땡깡을 부리냐고? 그래야만 하니까. 악당이 그렇게 해야 주인공이 부각되니까. 이유는 없었다. 정말 그렇게 기계적으로 캐릭터를 만든 적이 있었다. 그런 일이 반복되다 보니, 한 작품에 등장하는 캐릭터는 저마다 자기 역할이 있을텐데 그 역할 제대로 못 준 것 같아 미안하기도 하고, 내가 얼마나 캐릭터를 업신 여겼는지에 대한 부끄러움이 몰려오더라. 


나는 지금. 뭔가 나와 같은 고민을 했을, 앞선 선배들의 지혜가 필요했다. 




그러다가 오펜을 통해 알게 된 한 작가님의 추천으로 알게 된 크리스토퍼 보글러의 <신화, 영웅 그리고 시나리오 쓰기> 라는 책이 떠올랐다. 그 작가님이 지침으로 삼고 있는 책이라고 했다. 나는 주저없이 바로 인터넷을 통해 주문을 했고, 도착하자 마자 정말 숨도 쉬지 않고 읽었다. 출퇴근길 지하철에서도 읽고, 점심시간에 밥먹고 시간이 나면 읽고, 집중해서 읽기 위해 오랜만에 도서관에 가서도 읽고, 집으로 돌아와 자기 전에도 읽었다. 그만큼 이 책은 그 어떤 작법서보다도 나한테 큰 울림과 감명을 주었다. (만약 우리집에 불이 난다면, 이 책부터 챙길꺼다.)


이 책에서 보글러는 스토리를, "주인공(영웅)이 무언가를 얻기 위해 떠나는 여행" 이라 전제한 후, 그 주인공이 여행중에 만나게 되는 각각의 인물들을 소개하고 있다. 먼저 주인공에 해당하는 영웅과 그가 만나게 되는 정신적 스승. 그리고 관문수호자 등. 총 여덟가지 캐릭터의 원형을 소개하고 있으며, 그 캐릭터의 원형들이 주인공의 여행을 어떻게 빛나게 만들어 주는지에 대한 방법이 소개되어 있다. 


얼핏 지금의 이야기에 맞지 않는 고리한 신화 속 스토리텔링 방식이라고 생각할 수 있겠지만 직접 읽어보면, 생각이 바뀌리라 확신한다. 오랜시간 통용되어 온 신화는 그야말로 이야기의 원형이며, 뿌리고 또 기본이다.   


그리고 모든 질문에 대한 해답은 눈을 속이는 화려한 기교에 있는것이 아니라, 언제나 기본에 있는 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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