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월호 마지막 네 가족을 아시나요?

<세월호 마지막 네 가족>, 1313일의 기다림, 그리고 시신 없는 장례

by 꿀벌 김화숙


<세월호 마지막 네 가족>(이경태 외, 북콤마, 2018)을 6월 '별을 품은 사람들' 모임에서 읽고 나눴다.



세월호라는 단어도 무거운데 '마지막'의 느낌은 어떤가? 그렇다. 세월호 희생자 304명 중 마지막까지 시신이 수습되지 못한 다섯 분에 관한 이야기다. 남현철 군, 박영인 군, 양승진 교사, 권재근 씨, 권혁규 군. '끝까지' 시신을 찾지 못한 가족들을 오마이뉴스 기자들이 밀착 취재로 쓴 책이다. 박근혜 탄핵 후 바로 거짓말처럼 세월호는 뭍으로 올라왔다. 하지만 미수습자들 가족은 '1313일의 기다림' 끝에 시신 없는 장례를 해야 했다.



나는 250명 단원고 아이들을 기억하는 '별을 품은 사람들' 회원이다. 올해는 한 달 한 권씩 세월호 관련 책 읽기와 토론을 주로 한다. 기억하고자 유가족들과도 만나고, 관련 행사 참여도 한다. 416 합창단에 속한 덕에 나는 416 가족협의회에서 미수습자들 사진을 매주 마주한다. 하나, 이 책을 읽고 보니, 내가 많이 무심하게 미수습자들 사진을 지나치고 있었구나, 인정하게 됐다. 책 읽기는 망각을 거스르는 활동임에 분명하다.



미수습자 가족들이 그간 겪은 일, 특히 ‘시신 없는 장례식’을 알게 됐다. 내가 미처 생각 못 했고 깊이 알려고도 상상하려고도 하지 않았던 이야기였다. 내 자식이 아무 흔적도 없이 사라졌는데, 빈 관으로 장례식을 치를 수 있을까? 아이 흔적을 찾을 때까지 과연 끝이란 있는 걸까? 새로 장만한 옷이며 물건들을 넣고, 꽃으로 관을 채운다. 눈물로 쓴 편지도 넣고.... 시신 없는 관을 붙들고 오열하는 가족들 이미지가 지워지지 않는다.



인간은 과연 남의 입장이 될 수 있는 걸까?

함께란 어디까지 가능한 걸까?

그 입장이 안 되고는, 직접 겪지 않고는, 내가 결코 안다고 말할 수 없는 게 분명 보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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힘들지만 이제 가족을 가슴에 묻기로 결단을 내렸습니다. 저희 미수습자 가족들은 수많은 갈등 속에서 더 이상의 수색은 무리한 요구이며, 저희를 지지하는 국민들을 더는 아프지 않게 해야 한다는 결론을 내렸습니다. 그렇다고 희망의 끈을 놓아버린 것은 아닙니다.

<세월호 마지막 네 가족> 37쪽



미수습자 가족들의 기자회견문 중 한 대목이다. 읽을수록 한 단어 한 단어 자꾸만 걸려 다시 보게 됐다. 새겨읽게 되고 저렇게 말하기까지의 이면을 생각하게 됐다. '수많은 갈등 속에서', 이 말이 무슨 뜻일까. 그동안 얼마나 말도 안 되는 소리를 듣고 욕을 먹고 마음과 몸의 고생을 했다는 소리다. 더 이상 수색을 계속하자는 요구가 '무리'란다. 진짜 무리일까. 무리란 건 누구의 입장일까? 아직 내 자식 시신은 고사하고 뼈 조각 하나도 못 찾았는데.



다수의 목소리는 옳고 소수의 목소리는 결국 '무리'라는 관점이 보인다. 저 상황이면 정말 결국 나도 저런 결정하게 될 거 같아 마음이 무겁다. 끝이 어떨지 생각하면, 지금까지 보다 더 무서우니까. 마지막 한 사람까지 찾아야 끝이 아닌가. 내 자식 찾고 싶은데, 찾아달라고 매달리고 싶은데. 현실은 그렇게 안 흘러가는 거다. 어디쯤에서 포기해야 할까? 고민하고 또 고민했을 것이다. 결국 결단해야 했을 것이다.



‘지지하는 국민들을 더는 아프지 않게’ 하려고 결단했다는 대목 역시 자꾸 걸린다. 말이 되는 문장인가 이게. 가장 상처 받고 가장 아프고 슬퍼서 돌봄과 위로가 가장 필요한 분들 아닌가. 스스로 더 아플 텐데, 이들이 왜 국민들을 아프게 한다고 걱정해야 하나. 국민들이 이분들 때문에 과연 얼마나 아프길래? 사실은 이분들이 국민들 때문에 너무 아픈데, 아프다고 더는 말하지 못할 뿐이다. 울음마저 속으로 삼키는 소리로 들린다.



글도 말도 정황과 맥락을 빼면 껍데기다. 늘 발화되는 소리에는 이면이 있는 걸 잊지 말자. 우리 사회에서 소수자일수록, 힘이 없을수록 결국 이런 논리로 말하게 된다. 세월호 가족은 대다수 국민들 사이에선 '소수자'다. 미수습자 가족은 세월호 가족 중에서 또 소수자가 됐다. 장애인, 성소수자, 외국인, 그리고 여성들도 이런 위치에 놓이게 마련이다. “저는 괜찮아요.” “죄송해요.” “이 정도 만도 너무 고맙죠.” 이러면 진짜 괜찮은 줄, 충분한 걸까?



솔직한 마음을 끝까지 드러내고 욕망을 따를 수 있다면, 이미 힘이 있는 입장 이리라. 힘없는 소수자가 솔직한 마음을 드러낼수록 자칫 심한 욕을 먹고 많은 갈등을 야기하는 건 뭘까? 심하면 다수로부터 돌을 더 맞고 결국 죽을 수도 있다. 이건 말로 하지 않아도 힘없는 자리에 있어 보면 몸이 눈치챈다. 결국 결단하지 않을 수 없다. 똑같은 국민이고 같은 유가족인데, 미수습자는 소수라서 결국 결단한 거다. 많이 욕먹은 이면을 생각하게 한다.



슬프고 아픈 분들이 아파 죽겠다고 소리치는 걸 멈추고, 결국 멀쩡한 국민들을 걱정한다. 정말 말이 안 되는 상황인데, 이 기시감은 낯설지 않다. 읽을수록 이면이 보여 더 아리고 슬프고 아프게 울린다. "그렇다고 희망의 끈을 놓아버린 건 아닙니다." 버티고 견디는 가족들께 머리 숙여 감사하는 맘이다. 책이 고맙다.



세월호 마지막 네 가족을 아시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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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7년 3월 31일 세월호가 목포신항에 도착하고, 4월 11일 드디어 육상에 거치되었다. 그리고 재개된 미수습자 수습 과정에서 다섯 명의 가족들은 다시 절망했다. 아홉 명의 미수습자 가운데 넷은 유해라도 찾았는데, 끝내 다섯은 유해를 찾을 수 없었다. 가방과 유류품이 나온 경우는 그래도 다행이었다. 유류품 한 점 찾지 못한 가족도 있었다. (7쪽)



그래서 이 책이 세월호 참사를 기억하는 일에 일조하는 책이 되었으면 좋겠다. 세월호 참사는 꼭 기억되어야 하고, 기억되는 만큼 지옥 같은 세상에 희망의 씨를 뿌리리라 믿는다. 이 소중한 작업에 나서 준 오마이뉴스에 감사의 마음을 전한다. (9쪽)



일각에서는 저희 가족들을 못마땅하게 보신다는 것도 알고 있습니다. 그런데도 가족이 너무 보고 싶어 내려놓지 못했습니다. 뼛조각 하나라도 찾아 따뜻한 곳으로 보내주고 싶다는 간절한 희망으로 여기까지 왔습니다. 세월호 선채 수색이 마무리돼가는 지금 저희 가족들은 비통하고 힘들지만 이제 가족을 가슴에 묻기로 결단을 내렸습니다. 저희 미수습자 가족들은 수많은 갈등 속에서 더 이상의 수색은 무리한 요구이며, 저희를 지지하는 국민들을 더는 아프지 않게 해야 한다는 결론을 내렸습니다. 그렇다고 희망의 끈을 놓아버린 것은 아닙니다. (36-37쪽)



"우리 아이를 찾는 것은 끝나지만, 진실을 밝히는 건 끝나는 게 아니잖아요."(53쪽)



권오복 씨는 "손가락질받기 전에 떠나겠다"는 말을 자주 반복했다. 2014년 당시 2G 폴더폰을 쓰던 그는 이제 손 안의 인터넷을 비교적 능숙히 다룬다. 그에게 물었다. 누가 그렇게 손가락질을 하더냐고. 그가 답했다.


"아이고 일베들이 댓글 다는 것도 그렇고.... 이우현 의원, 그 경기 용인서 나온 국회의원(자유한국당)이 국회에서 발언하는 내용을 보세요. '미수습자 아홉 명 찾겠다고 1000억을 들여야 하느냐'라고. 솔직히 국민의 절반 이상은 이제 세월호에 관심 없잖아요. 김진태 의원이 세월호 얘기하는 거 한번 보세요. 어떤지 다 알잖아요."(107쪽)



이로써 봉안함에는 기존에 담기로 한 유품의 재와 세월호 참사 해저 흙이 들어가게 됐다. 단원고 미수습자 세 삼(양승진 교사, 남현철 군, 박영인 군)의 경우, 단원고에서 채취한 흙도 봉안함에 들어간다. (118쪽)



눈물이 주르륵 흐릅니다. 소리 없는 눈물만 흘리고 있는 상황인데, 체육관 저편에서 한 어머니가 전화를 받자마자 오열하며 실신합니다.


'아, 저분의 아이구나.'


다들 아이를 못 찾아 남아 있는 가족들인데, 부러움과 서러움에 이곳 진도체육관은 다시 울음바다가 되네요. 참, 웃기는 건 저 오열하는 어머니가 왜 그리 부러운지. 아이가 살아서 돌아오는 것도 아인데, 아이 주검을 찾았다는 소식인데...... 실종자 수가 줄어가면 갈수록 남아 있는 가족들은 허탈감과 공포에 사로잡혀 힘들어하네요.(203-204쪽)



"세상에서 제일 이뿌고 사랑스러운 우리 아들. 아빠가 말이야. 하고 싶은 말이 너무 많아. 우리 이뿐 아들 현철아, 네가 나의 아들이라 미안해. 현철아, 아빠로서 해준 게 없어 미안해. 하지만 이 아빠는 우리 현철이가 아빠 아들로 태어나서 너무 좋았고 자랑스러워! 그러니까 현철아, 제발 아빠가 아빠 노릇 단 한 번만 할 수 있게 오늘은 꼭 와줘. 아빠와 함께 마지막을 함께 해줄 수 있게 기회를 줘." (216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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