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무호스가 그립지?! 넌 대통령이 아닌 반역자야!
사랑하는 엄마!
"고무호스가 그립지?! 너는 대통령이 아닌 반역자야!"
내란 수괴 윤석열 때문에 주말이 없고 일상이 깨지는 나날이 이어지고 있어. 지난 토요일 국회 앞에서 본 가장 인상적인 현수막 문구야 엄마. 수많은 탄핵 탄핵 사이에 도드라져 보이는 '고무호스'란 말. 이건 뭐지?
윤석열이 어릴 때 아빠한테 고무호스로 매를 맞았대 엄마. 윤석열 아버지가 일본 유학한 친일적인 대학교수였어. 자식 교육을 빡세게 했나 봐. 콩서리를 하고 집에 들어간 날, 집에 있는 고무호스로 종아리를 엄청나게 맞았대. 대학생이 술 먹고 늦게 들어왔다고도 맞았다네? 콩서리는 우리가 시골에서 놀이처럼 하던 짓이지? 대학생이 돼서 술 마시고 늦게 들어가는 것 역시 낯설지 않은데, 그 집 아빠는 매로 다스렸나 봐.
고무호스가 그립지? 조금 섬뜩한 표현이라 편하게 읽히는 건 아냐. 폭력적 교육을 받은 아이를 무자비한 검사 윤석열과 미친 내란 수괴 윤석열과 연결한 비아냥인 거 같아. 맞고 자란 사람이 다 폭력적인 어른이 되는 건 아니지만 유의미해 보였어. 대한민국에서 보수적이고 폭력적인 해병대가 윤석열에게서 등을 돌리는 거 봐. 채해병 사건으로 분노하고 박정훈 대령과 연대하는 해병대 참 멋지더라 그렇지?
오늘도 종일 내란 수괴와 그 졸개들의 행태를 살피고 읽고 보고 생각하며 하루가 갔어. 영상 찾아보느라 옷을 입고 준비하고도 운동하러 나가지 못했을 정도였다니까. 다음 주부터 8주간 있을 글쓰기 강좌도 결국 취소해야 했어. 일찌감치 32만 원 등록하고 연말 연초 토요일은 소설 쓰기에 집중할 계획이었는데, 안 되겠더라. 매주 토요일 광장에 나갈 가능성 99%잖아. 내란 수괴를 탄핵하고 그 잔당들 처리하는 게 급하니까.
"내란 수괴 윤석열은 즉각 물러나라."
"윤석열을 감옥으로!"
"윤석열을 체포하라!"
"탄핵!"
....
지난 토요일 오후 1시부터 8시까지 국회 앞에서 수없이 듣고 외친 구호들이야. 어떻게 나라가 이 지경이 됐는지 가슴이 많이 아파 엄마. 8년 전 탄핵으로 우린 전혀 배운 게 없는 걸까? 권력을 사유화하는 건 우리 정치의 기본값일까? 미치지 않고서야 21세기 민주사회에서 비상계엄이 말이 돼? 너무 충격이라 아직 멍한데, 내가 젊은 날 좀 더 정치에 관심 갖지 못한 게 너무 부끄러운 요즘이야.
한동훈이란 작자가 말 바꾸는 꼴을 보는 것도 지겨워. 내란 동조에 방조도 모자라 이젠 연성 내란이야. 대통령 권력을 한동훈과 한덕수가 위임받기라도 한 양 반헌법적인 권한 남용을 하고 있어. 내용도 철학도 없으면서 입에 발린 말로 사람들의 환심을 사려는 꼬라지. 오죽하면 '간동훈'이라겠어.
경향신문이 '역사에 기록될 한동훈의 말 바꾸기'라고 요렇게 정리해 줬더라.
[12월 3일] 한동훈 “비상계엄 선포는 위법·위헌···국민과 함께 막겠다” (계엄 선포 직후)
[12월 4일] 한동훈 “반헌법적 계엄에 동조·부역해선 절대 안 돼” (페이스북)
[12월 5일] 한동훈 “윤 대통령 탄핵안 통과되지 않도록 노력하겠다” (최고위원회의)
[12월 6일] 한동훈 “윤 대통령 조속한 집무정지 필요, 극단적 행동 재현 우려” (긴급최고회의)
[12월 7일 오전] 한동훈 “윤 대통령 직무수행 불가, 조기 퇴진 불가피” (대통령 담화반응)
[12월 7일 오후] 한동훈 “총리와 당이 긴밀히 소통할 것” (한덕수 총리 면담 직후)
[12월 7일 밤] 한동훈 “윤 대통령 질서 있게 퇴진… 민주당과도 협의” (탄핵 무산 뒤)
사랑하는 엄마!
이번 토요일 광장에 갈 땐 털모자 달린 엄마의 두꺼운 패딩을 입고 갈 거야. 찬바람 맞으며 바닥에 오래 앉아 있어야 해서 따뜻하게 입어야겠지? 우리 딸 민지는 엄마 패딩은 내가 좀 더 나이 먹은 후에 입으래. 난 엄마와 함께 하고 싶어서 입을 거야. 넉넉한 품에 너무 길지 않고 가벼워서 앉아 있기 편할 거거든. 엄마의 스카프를 두르고 엄마의 티셔츠와 조끼를 입으면 완전 엄마 품이 될 거야.
엄마!
엄만 이 딸이 가만히 있지 않고 시위하러 나가는 거 좋지? 엄마가 살던 시대를 넘어서서 씩씩하게 사는 딸 좋지? 한때 엄마도 윤석열 아빠처럼 어린 나를 매로 키운 적 있지. 엄마가 배운 대로 '조신한' 여자로 키워 보려 참 많이 혼내기도 했지. 그러나 엄만 나를 결코 엄마 뜻대로 '잡지' 못했어. 나는 폭력에 길들여지지 않는 야성의 사람이었지? 중년에 나는 결국 엄마를 이겨 먹고 우린 친구같은 모녀사이가 됐지. 참 감사해.
달라진 엄마 목소리로 내 책《숙덕숙덕 사모의 그림자 탈출기》에 대한 이야기를 못 들어서 아쉬워. 책을 못 읽을 정도로 기력이 떨어져가던 엄마. 내 책 첫 장도 겨우 읽었다던 엄마. 그래서 CHat GPT로 '김화숙 작가의 엄마가 쓴 서평'을 시켜봤어. AI는 역시 엄마가 썼을 법한 글을 쓰더라. 엄마가 안 아팠다면, 살아서 내 책을 끝까지 다 읽었다면, 아마도 이런 글을 썼을 거 같은 거 있지.
엄마가 살아온 삶을 당연히 여기고 딸에게도 비슷한 길을 강요했음을 부정할 수 없대.
좀 뻔한 표현이긴 하지만 맞는 말이지? 엄마, 우린 그렇게 삶을 바꾸며 공감을 나누는 모녀였잖아 그치? 사랑해 엄마. 아~ 미친 내란 정국 때문에 이 연재 브런치북은 아마도 조만간 마감하게 될 거 같아.
AI가 쓴 김화숙 작가 엄마의 서평
“딸의 글을 읽으며, 뒤늦게 깨달은 것들”
이 책은 내가 낳은 딸이 쓴 이야기입니다. 사실 처음 이 책이 출간되었다고 했을 때, 기쁘기보다는 마음이 무거웠습니다. 딸이 자신의 이야기를 이렇게 공개적으로 풀어내겠다고 했을 때, “굳이 그럴 필요가 있을까” 하는 걱정이 앞섰습니다. 그런데 책을 읽고 난 지금, 딸이 왜 이 이야기를 쓸 수밖에 없었는지, 그리고 그것이 얼마나 소중한 일인지 깨닫게 되었습니다.
책 속에서 딸은 자신이 얼마나 많은 억압 속에서 살아왔는지, 그리고 그것을 극복하기 위해 얼마나 치열하게 싸워야 했는지 솔직히 털어놓습니다. 읽는 내내 마음이 아팠습니다. 나 역시 여자로서 비슷한 삶을 살아왔지만, 그저 그것이 당연하다고 여겼고, 딸에게도 비슷한 길을 강요했음을 부정할 수 없었습니다.
특히 딸이 자신의 내면을 발견하며 새로운 자유를 찾아가는 과정을 보며, 내가 그동안 얼마나 딸의 마음을 이해하지 못했는지 깨달았습니다. 그녀의 고통을 제대로 보지 못한 것, 그리고 오히려 그것을 당연하게 여겼던 내 태도가 딸에게 얼마나 큰 짐이 되었는지 이 책을 통해 비로소 알게 되었습니다.
하지만 동시에, 이 책은 나에게도 위로와 희망을 주었습니다. 내 삶이 끝난 것이 아니라는, 그리고 나 역시 늦었지만 스스로를 돌아보고 새롭게 나아갈 수 있다는 메시지를 받았습니다. 딸은 이제 나의 교사가 되었고, 나는 그녀의 이야기를 통해 나 자신을 다시 보고 있습니다.
김화숙이라는 이름을 가진 작가가 이제 세상에 자신의 목소리를 내는 모습을 보며, 한 사람으로서, 그리고 엄마로서 뿌듯함과 고마움을 느낍니다. 이 책은 우리 세대와 다음 세대를 연결하는 소중한 다리입니다. 그리고 그것을 건너는 여정에서 내가 뒤늦게 딸의 손을 잡게 된 것 같아 감사할 뿐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