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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는 어디로 가는가, 몰라 몰라 몰라

해당 원고는 경기도공익활동지원센터의 입장과 다를 수 있습니다?

by 꿀벌 김화숙

*해당 원고는 경기도공익활동지원센터의 입장과 다를 수 있습니다.

*이 글에는 에디터 개인의 경험이 반영되어 있습니다.


경기도공익활동지원센터 아카이빙 웹진에 이달에 '에디터 꿀벌' 이름으로 올린 내 글에 이런 단서가 붙어 있다. "우리는 어디로 가는가"라는 제목과 썸네일 사진 아래, 첫 문장 시작하기 전 여백에 박힌 두 문장이다. 담당자로부터 부서에서 회의를 거치느라 포스팅이 늦어졌다는 해명도 들었다. 알았다고 심드렁하게 대답했지만, 기분이 낯설었다. 분명 상쾌한 일은 아니었다.


처음 있는 일이 아니었다. 올해 겨우 8꼭지 썼는데 그 중 두 번째니 25%다. 내 글에 "경기도공익활동지원센터의 입장과 다를 수 있습니다"라는 단서가 처음 붙은 글은 봄에 쓴 "3.8여성의날 제40회 한국여성대회"라는 여성의 날 행사와 광장 스케치였다. 그때는 그랬다. 뭐가 다르다는 거지? 페미니즘이 깔린 내 목소리가 좀 쎘나? 여성의 날 이야기를 그럼 페미니즘 색깔 빼고 하랴? 그 정도로만 웃고 넘어갔더랬다.


우리는 어디로 가는가, 내 가슴에 묻어둔 질문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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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엔 좀 달랐다. 기분이 좀 나쁜 것 같기도 하고 아리쏭하고 찜찜하고 싸했다. 입장이야 다를 수 있지, 그런가 하면, 이건 뭐지? 내 안에서 질문이 끊이지 않고 솟아올라왔다.


이 정도 글에 이런 단서가?

위험한가? 그냥 올리면 어떻게 되길래?

굳이? 입장이 어떻게 다르길래?

그럼에도 실어 주었으니 고마워해야 하나?

에디터 개인의 경험? 튄다는 말인가?

무슨 문제가 생기면 그건 순전히 꿀벌의 책임이다?


공공 영역에다 글을 쓰는 게 아니었구나, 이런 기분을 감내해야 하는 글쓰기를 내가 하고 있다는 걸 알아채고 있었다. 별로 쓰고 싶지 않다고 느끼기엔 좀 성급한가? 자문하게 됐다. 자기 목소리로 말하고 쓰고 살고 싶다는 에디터 소개글이라니, 피식 웃음이 나왔다. 결국 내 책 쓰기 말고는 내 목소리 낼 길이 없단 말인가. 나는 어디로 가고 있는가, 엉뚱한 데다 에너지 쓰지 말고 다음 책 집필에 집중하라는 싸인인가?


끝없는 상념에 잠기게 하는 두 문장이었다.


공익활동지원센터 아카이브 에디터 글쓰기는 나와 안 맞는 거라고 해석해야 할까? 이런 단서 붙는 거 상관없이 계속 쓸 수 있을까? 내가 자기 검열을 왜 안 했겠는가. 원고료 받는 글쓰기란, 매체의 성격에 맞춰 주는 게 상식이겠지. 원고료도 많지 않은데, 올해만 하고 그만해? 솔직히 들어가는 품에 비해 만족도가 높지 않은 글쓰기잖아. 그만 할 이유를 찾게 되는, 유쾌하지 않은 경험이었다.


"우리는 어디로 가는가?" 글을 공유한다. 가볍지 않은 마음으로 말이다. 잘 쓴 명문도 아닌 이런 글로 그런 복잡한 고민을 해야 하다니, 그 질문은 내게로 향하고 있었던 게다. 나는 어디로 가고 있지? 내 글쓰기는 어디로 가는가? 나는 어디로 가려 하는가? 질문 또 질문, 몰라 몰라 몰라. 그러다 마음이 말하는대로 따라 가겠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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