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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와비 Jul 23. 2020

어디로 나아가고 있는가?

공동체를 고민하는 치열한 선택을 담은 기록

 몇 일 쉬다보니 글을 쓸 여유가 생겼다. 조용한 카페에서 컴퓨터를 열고 브라우저에 'b'를 입력하니 브런치가 자동 완성된다. 검색 버튼 옆 글쓰기 버튼을 눌렀다. 브런치의 글쓰기 창이 낯선 기분을 줬다. 창을 하나 다시 열어 과거의 내가 적어둔 이야기를 읽어본다. 작년 6월 이후에 브런치를 통해 글을 발행한 적이 없다는 사실에 다소 놀랐다. Jun 10. 2019. 6월? 정말 6월이 맞나하며 크롬에 검색해봤다. 그리곤 스스로를 토닥여준다. 그동안 글안쓰고 뭐했냐고 다그치는 마음이 먼저 들지만 나름 여러가지 이유를 들 수 있음을 알기에 토닥여주고 다시 마음을 다잡아보기로 한다. 약 1년 간의 이야기를 간단히 적어보려 한다. 여러가지 이야기를 하겠지만 굳이 글의 시작에 정의하지 않으려 한다.


+ 2020. 07. 23. 발행하지 않고 적어온 글을 발행한다. 과거의 과정과 고민을 공유할 필요가 생겼기 때문이다. 괜찮아마을을 고민하는 새로운 동료에게 그간의 과정과 고민이 도움이 되기를 바라며.


 사진첩을 열어, 이전 글 '함께 나아갈 방향' 이후의 선택을 잠시 들춰보았다. 그리고 반가운 추억을 만났다. '아... 우리가 이런 활동도 했었지...' 아직 일 년도 지나지 않았는데 내 기억에서 잊어버린 친구를 만난 기분이다. 쉼에 대한 생각을 그림으로 그리고, 음악을 들으며 느껴지는 감정을 색종이를 자르고 붙이며 자유롭게 표현했다. 그때의 기억을 되돌아보니 호수의 잔잔한 수면처럼 마음이 차분하게 정리된다. 그때 우리는 모두 지쳐있었고, 쉽고 편한 그리고 재미있는 방식으로 공감대를 만드는 방법을 고민했다. 치열함보다는 편안함이 필요한 시기였다. 우리가 그 편안함을 지속할 수 있었다면 어땠을까? 이미 지난 일이지만 한 번 상상해본다. 점차 많은 사람이 참여할 수도 있지 않았을까? 물론 그때의 생산자-소비자의 관계는 극복하기 어렵겠지만 공동체에게는 더 긍정적인 영향이었을지도 모르겠다.

6월 11일 마을회의 활동사진


 (과거를 가정하기 시작하면 끝이 없으니) 다시 돌아와서, 6월 11일 마을회의 이후로 우리는 마을회의를 1달간 정비 기간을 가지기로 합의하고 공지했다. 지속 가능한 공동체를 구성하기 위한 가치와 방향, 공동체 멤버십, 세부적인 문화와 콘텐츠 등을 고민하여 다시 시작하기로 했다. 결론부터 말하자면, 3달이 지나도록 우리는 다시 시작할 수 없었다. 오랜 고민에도 휴식기 전에 던진 의문들에 답할 수 없는 상황에 나아갈 수 없었다. 논의 없이 운영자들이 오랜 고민을 통해 결정한 방향과 공동체의 가치는 아무런 의미를 가지지 못했다. 개인의 역량과 생각은 곧바로 공동체의 역량과 생각으로 이어질 수 없었다. 현실적으로 우리에게 공동체의 역량을 키워나갈 물리적인 자원, 심리적인 여유가 없었다. 구체적인 멤버십과 운영할 프로그램을 구체화해도 지속할 수 있는 아무런 동력이 없었고, 구성원에게 실질적인 이익을 줄 자원이 없었다. 그렇게 오랫동안 수 많은 고민 속에서, 이상과 현실 사이에서 그 일을 놓지 못했다. 

어느 날 밤이 늦도록 함께 벽에 수놓은 고민의 흔적
공동체에 관한 고민의 흔적


 소수의 사람들이 머리를 모아 공동체의 개념과 가치, 문화를 정의하고 또 정의했다. 안과 밖을 구분하고 또 구분했다. 구성원들에게 줄 수 있는 이익을 고민하고 또 고민했다. 마지막으로 우리가 생각하기에 공동체 형성에 꼭 필요한 프로그램을 최소한으로 기획했다. 고민들이 꼬리에 꼬리를 물고 있을 때, 고민의 끝을 외부에서 제안 받았다. 고민이 깊어질수록 팀의 생각과 일을 진행 과정을 공유하지 못했다. 팀 밖에서는 정말로 답답한 상황이었을텐데, 믿고 기다려준 그들에게 고마움을 느꼈다. 바로 지금까지의 고민을 정리하여 공유했다. 돌아온 피드백은 역시나 "하나하나 너무 좋은데, 지금 상황에서 운영하기는 어렵겠어요." 그리고 공통된 생각, "누구나 선생님을 중심으로 운영될 수 있도록 진행해봐요." 여전히 해결되지 않은 질문들이 있지만 일단은 나아가 보기로 했다. 그렇게 우리는 치열한 그 다음으로 나아가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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