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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T 테크 창업인데, 로컬 같다고요?

테크 스타트업과 로컬 스타트업은 "기대감"이 다르다

by 와비

이번 글은 대전으로 이사하고 본격적으로 일하는 환경을 찾아가는 과정과 이야기입니다. 앞선 글에서 오마에 겐이치가 <난문쾌답>에서 "인간을 바꾸는 방법은 세 가지뿐이다. 시간을 달리 쓰는 것, 사는 곳을 바꾸는 것, 새로운 사람을 만나는 것, 이렇게 세 가지 방법 아니면 바뀌지 않는다."를 인용하며 대전으로 이사하며 환경을 바꾸었다고 이야기했는데요. 그래서 테크 스타트업 관련 사람들이 모여 일할만한 코워킹스페이스를 찾았습니다. 어떻게 비렉터를 시작할만한 사무실을 구했을까요? 그 과정에서 무엇을 배웠을까요?


11월 1일, 대전으로 이사했다. 대전 중심지에서 조금 떨어진 외곽 지역, 전주에서보다 더 비싸지만 좁은 아파트 전세집을 힘들게 구했다. 이사하며 퀸사이즈 침대는 슈퍼 싱글로 바꾸었다. 나와 짝꿍 그리고 고양이 자매가 살기에 좁진 않지만 더 가까워진 일상을 시작했다. 이전에 하던 일들을 하나씩 마무리지어나갔다.


이사 와서 가장 먼저 알아본 게 코워킹스페이스다. 쾌적한 사무 공간과 테크 스타트업과 가까운 업무 환경을 만드는 고민을 시작했다. 여러 곳을 방문해 보고 카이스트 옆, 엑셀러레이터 블루포인트 파트너스에서 운영하는 "스타팅포인트"가 원하는 환경에 가까웠다. 쾌적한 사무 공간에 스타트업 대표님들부터 투자 심사역님들까지 자연스레 만날 수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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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전 코워킹스페이스 '스타팅포인트' / 출처: 스타팅포인트 홈페이지


12월은 긴 태국 여행을 다녀왔다. 방콕, 끄라비, 치앙마이를 거치며 약 3주간 디지털 노마드처럼 지냈다. 생각보다 일을 많이 하진 않았지만, 생각을 정리하고 에너지를 채우는 시간이었다. 한적한 산과 바다, 낭만이 있는 강과 도시를 충분히 즐겼다. (참.. 인천에서 출발해서 방콕에 도착하자마자 계엄령 소식을 듣고, 하루 종일 뉴스를 듣고 또 들었다. 엄중한 시기에 외국에 있다는 죄책감과 미안함, 아무것도 할 수 없다는 무력감까지... 여러모로 대한민국 국민들에게 감사한 마음이다.)

IMG_1181.JPG 태국 방콕에서 (직접 촬영)


다시 대전으로 돌아와서 스타팅포인트에 방문했다. 스타팅포인트 코워킹 멤버십은 간단한 커피챗으로 큐레이션 과정을 거쳐 멤버십 가입이 가능했다. 그래서 커뮤니티 매니저님과 일정을 맞춰 커피챗을 진행했다. 편한 커피챗이라 생각했는데, 대화를 시작해 보니 생각보다 진지한 분위기였다.


당시에 나는 '일상적인 대화 음성 데이터 기반으로 이미지, 텍스트 기반의 마케팅 콘텐츠를 자동으로 생성해 주는 생산성 도구'를 만드는 아이디어를 가지고 있었다. 이 도구가 로컬 스몰 비즈니스가 가진 '마케팅 역량과 리소스 부족' 문제를 효과적으로 해결할 수 있다고 생각했다.


혁신적인 테크 스타트업과 로컬 스타트업은 무엇이 다를까?

이야기를 쭉 들으시다가 매니저님은 조심스럽게 나도 잘 아는 로컬 기반 코워킹스페이스를 추천하셨다. 당황스러웠지만 찬찬히 이야기를 들어봤다. 다양한 맥락이 있었지만, 본질은 "다르다"였다. 사실 스스로 로컬 스타트업에서 IT 영역으로 확장하려고 모바일 앱과 마을 화폐 시스템을 기획, 개발하며 오랫동안 고민하던 질문이다. "테크 스타트업과 로컬 스타트업은 무엇이 다를까?" 당시에도 테크 스타트업으로 확장을 이야기했는데, 투자자 심사역에게 '테크 스타트업이 아니다'라는 반응이 돌아왔다. 테크/로컬 스타트업의 다름은 단순히 혁신적 기술을 활용하는가? 의 차원이 아니었다.


좋은 기술이 더 많은 사람들에게 넓게 쓰일 수 있지 않을까요?
chase-clark-T69h1_YfR-w-unsplash.jpg 사진: Unsplash의Chase Clark

대화 속, 매니저님이 이야기한 말 한마디에서 다름의 본질을 발견했다. "대표님이 가진 좋은 기술이 더 많은 사람들에게 넓게 쓰일 수 있지 않을까요?" 여기서 내가 발견한 본질적 다름은 '기대감'이다. 혁신 기술을 활용한다고 테크 스타트업인 게 아니라, 혁신 기술을 활용해 만든 제품/서비스가 직관적으로 이용해보고 싶고, 투자하고 싶은 마음을 불러일으키는가? 가 핵심이다. 당시 내 아이디어는 매니저님에게 아무런 기대감을 주지 못했고, 결국 테크 스타트업과 다르고 로컬에 가깝다는 결론에 도달한 것이다.


이후 매니저님께 기술 기반 혁신 스타트업을 창업하고 싶었는데 로컬 기반 비즈니스 환경으로 돌아가라는 제안에 대한 당황스러움을 솔직히 공유하고, 스타팅포인트에서 일하고 싶은 이유, 이전에 느낀 어려움 등 찬찬히 설명하며 설득했다. 그렇게 스타팅포인트에서 본격적인 창업 준비를 시작할 수 있었다.


지금도 어떻게 내 제품/서비스가 직관적인 기대감을 줄 수 있을까?를 고민하고 있다. 나아가 어떻게 많은 사람들에게 내 제품/서비스가 각자의 라이프스타일에 적용되는 모습을 생생하게 연상시킬 수 있을까?를 고민한다. 사람들이 그 상상에서 강렬한 '기대감'을 느낄 수 있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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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치 스티브잡스가 서류 봉투에서 맥 에어를 꺼내 손가락을 펼쳐 그 위에 올리는 장면을 본 순간, 전 세계 PC를 사용하는 사람들이 서류 봉투에서 맥을 꺼내 일하는 자신의 모습을 상상하게 만든 것처럼 말이다. 사람들은 강렬한 기대감을 가지고 애플 매장 앞에 새벽부터 줄을 섰다.


테크 스타트업은 단순히 혁신 기술을 활용하는 차원이 아니라 강렬한 기대감을 불러일으키는 제품을 가지고 있어야 한다. 어떤 서비스/제품이 설명만으로 사람들에게 '우와!'라는 반응을 이끌어낼 수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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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요일 연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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