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해력상담소] 우리 아이는 책읽기를 정말 싫어해요.

상담의 반이상, 우리 아이는 책을 싫어해요. 어떻게 하죠?

by 이서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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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읽기 싫어하는 아이, 어떻게 하죠?

많은 부모들이 상담 자리에서 이렇게 말한다. “우리 아이는 책을 정말 싫어해요.” 책을 펼치기만 하면 지루하다며 금세 덮어버리고, 독서 시간이 숙제처럼 느껴지는 것이다. 그런데 신기하게도 수업을 함께한 아이들 중 대부분은 금세 책을 좋아하는 아이로 변한다. 내가 무슨 마법이라도 부린 걸까? 아니다. 아이의 수준에 맞는 책을 고르고, 그 책 속 이야기에 스스로 빠져들 수 있게 돕는 과정에서 변화가 일어나는 것이다.


A학생의 변화


초등학교 3학년 A는 책을 무척 싫어하는 아이였다. 엄마는 “책 좀 읽어라”라는 말을 하루에도 수십 번 했지만, A는 도통 책장을 넘기지 않았다. 숙제처럼 억지로 읽다 보니 이야기는 따분하게만 느껴지고, 머릿속에는 남는 게 없었다.

나는 먼저 A가 알고 있는 어휘의 수준을 확인했다. 검사 결과, 또래 평균보다 낮은 어휘력을 가지고 있었다. 그러니 글밥이 많고 어휘가 어려운 책은 당연히 부담스러울 수밖에 없었다. 그래서 한 단계 낮은 레벨의 책을 골라주었다.

처음엔 얇은 동화책으로 시작했다. 하지만 이야기가 술술 이해되자 A의 표정은 달라졌다. 장면과 장면이 이어지며 다음 내용이 궁금해졌고, 이야기의 흐름에 빠져드는 순간 책 읽기가 즐거운 경험으로 바뀌었다. 몇 주 뒤, A는 스스로 “다음에는 조금 더 긴 책을 읽어볼래요”라고 말하며 한 단계 높은 책을 선택했다. 억지로 읽히던 책이 이제는 자발적인 탐험이 된 것이다.


사실 A와 같은 사례는 드물지 않다. 국립국어원(2020)의 학년별 읽기 발달 연구에 따르면, 아동이 책 읽기를 싫어하는 가장 큰 이유는 어휘 수준과 책의 난이도가 맞지 않기 때문이라고 보고되었다. 책이 너무 어려우면 이해가 되지 않아 흥미를 잃고, 너무 쉽다면 금세 지루해져 버린다.

또한 교육심리학 연구에 따르면, 아이가 흥미를 느낄 수 있는 적정 난이도(Zone of Proximal Development)에서 읽을 때 몰입(flow)이 발생하고, 독서가 즐거운 경험으로 자리 잡는다고 한다(Vygotsky, 1978). 즉, 아이가 책을 좋아하게 되는 가장 중요한 조건은 ‘수준에 맞는 책을 고르는 것’이다.


책을 싫어하는 아이를 바꾸는 것은 결코 마법이 아니다. 다음과 같은 작은 전략이 아이의 독서 태도를 완전히 바꿀 수 있다.

첫째, 어휘 수준에 맞는 책 고르기이다. 아이의 현재 어휘력을 확인하고, 그 수준에 맞는 책을 제공한다. 책의 레벨은 아이의 언어 능력에 따라 결정해야 한다.

둘째, 스토리 몰입 경험 만들기이다. 줄거리와 장면이 자연스럽게 이어지는 책을 고르면, 아이는 다음 이야기를 기대하며 빠져든다. 흥미는 이해에서 시작된다.

셋째, 작은 성공 경험 쌓기이다. 짧고 쉬운 책부터 시작해 완독의 성취감을 주는 것이 중요하다. 완독 경험이 쌓이면, 아이는 자연스럽게 더 긴 책으로 도전하게 된다.

넷째, 질문과 대화 나누기이다. “이 장면에서 주인공은 왜 그랬을까?” 같은 질문은 단순한 독서를 사고의 확장으로 연결한다. 부모가 함께 대화해 주는 것만으로도 독서의 의미가 달라진다.


책을 싫어한다고 해서 아이가 부족한 것은 아니다. 단지 지금의 책이 아이의 눈높이에 맞지 않았을 뿐이다. 책과 아이 사이의 거리를 좁혀주는 순간, 책은 아이에게 지루한 숙제가 아니라 즐거운 친구가 된다.

아이의 수준을 존중하고, 작은 성공 경험을 쌓아갈 때, 책 읽기를 싫어하던 아이는 어느새 스스로 책을 찾는 아이로 성장한다. 부모가 할 일은 억지로 책을 들이밀지 않고, 아이가 자연스럽게 빠져들 수 있는 책을 찾아주는 것이다. 그것이 아이에게 평생의 독서 습관을 선물하는 가장 확실한 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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