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해력상담실] 하루에 책을 몇 권 읽어야 할까요?

'많이 읽기'보다는 '깊이 읽기'

by 이서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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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루에 책을 몇 권 읽어야 할까요?


아이를 키우는 부모라면 한 번쯤 이런 고민을 해보았을 것이다. “우리 아이는 책을 너무 좋아해서 하루에 몇 권씩 읽어요.” 이렇게 자랑스럽게 말하면서도, 뒤이어 따라오는 것은 늘 같은 질문이다. “그런데 왜 읽은 내용을 잘 기억하지 못할까요? 다른 아이들은 두꺼운 책도 술술 읽는다는데, 우리 아이는 도대체 하루에 몇 권이나 읽어야 하는 걸까요?”

이 질문의 속마음은 분명하다. 혹시 아이가 겉으로만 읽고 있는 것은 아닐까, 이렇게 많이 읽는데도 나중에 공부에 도움이 되지 않는 것은 아닐까 하는 불안감이 부모 마음을 무겁게 한다.

사실 책 읽기에서 중요한 것은 권수가 아니다. 하루에 몇 권을 읽었는지가 아니라, 어떻게 읽었는지가 훨씬 더 중요한 지표가 된다. 많은 책을 빠르게 훑는 아이는 줄거리와 인물만 대충 따라가며 글자를 소비할 뿐, 머릿속에 오래 남는 것은 적다. 반대로 제대로 읽는 아이는 한 권을 읽더라도 깊이 파고든다. “주인공은 왜 그렇게 행동했을까?”, “내가 그 상황이라면 어땠을까?” 같은 질문을 스스로 던지면서 책 속에서 생각의 근육을 키워간다.

연령별로도 적절한 읽기의 기준은 다르다. 초등 저학년이라면 하루에 15~20쪽 정도의 그림책이나 짧은 동화책이 적당하다. 중요한 것은 글자를 익히는 동시에 책을 재미있고 편안하게 느끼며 부모와 감정을 나누는 경험이다. 초등 중학년이 되면 20~30쪽 정도의 챕터북이나 교과 연계 동화를 권하는 것이 좋다. 글밥이 늘어나는 시기이므로 읽은 뒤 간단히 요약하거나, 가장 기억에 남는 장면을 이야기하게 하면 도움이 된다. 초등 고학년과 중학생이 되면 하루 30~50쪽 이상의 장편 동화나 기초 비문학 읽기를 권장한다. 이 시기에는 ‘많이 읽기’보다 ‘깊이 읽기’가 더 중요하며, 다양한 장르를 통해 어휘력과 배경지식을 확장해 나가는 과정이 필요하다.

책은 많이 읽는 것보다 깊이 읽는 것이 더 중요하다. 그래서 나는 부모들에게 몇 가지 실질적인 방법을 제안한다.



우리 아이 깊이 읽게 책 읽는 3가지 방법


첫째, 책을 펼치기 전 제목이나 표지, 목차를 보며 어떤 이야기가 나올지 함께 이야기하는 ‘책 산책’을 해보는 것이다. 아이는 책에 대한 기대를 가지게 되고, 읽기 전부터 사고가 열리게 된다. 둘째, 책을 다 읽은 뒤에는 거창한 독후감을 요구하기보다 “오늘 제일 재미있었던 장면은 뭐였어?”, “네가 주인공이라면 어떻게 했을까?” 같은 한 문장 질문을 던져보자. 이런 질문 하나가 아이의 생각을 끄집어내는 스위치가 된다. 셋째, 책의 일부를 소리 내어 읽게 하는 것도 효과적이다. 눈으로만 훑는 습관을 줄이고, 스스로 목소리를 들으며 내용을 이해하는 힘을 기를 수 있기 때문이다.


책 읽기는 달리기와 닮아 있다. 빠르게 많이 달린다고 해서 멀리 가는 것은 아니다. 오히려 올바른 자세로, 자기 호흡에 맞게 달리는 아이가 끝까지 완주한다. 하루에 열 권을 읽는 아이보다 단 한 권을 읽더라도 의미를 곱씹는 아이가 결국 더 큰 문해력과 공부 힘을 가지게 된다.

부모가 가져야 할 태도는 단순하다. 권수에 대한 조급함을 내려놓고, 아이의 속도와 깊이를 응원하는 것이다. 그것이야말로 아이에게 평생의 문해력을 선물하는 가장 확실한 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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