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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상 05. 언제까지 도망갈 수는 없다.

오늘 산책하다가 얻은 깨달음이 있어 적어본다.


산속에 늘 앉는 의자로 갔는데, 유난히 응급차 소리와 도로 소음이 크게 들리는 것이다. 갑자기 짜증이 올라오면서 그 소리를 피해 다른 자리를 찾아보려고 일어나려는 순간- 나의 모습이 보였다.


나의 일반적인 반응 기제는 회피와 억압이다. 화나는 감정을 억누르고 평온을 유지(하는 척) 하거나, 잠시 바깥바람을 쐬거나.  

문제는 회피, 억압 대상이 강도가 커지면 결국 내 무의식이 잠식된다는 것이다. 


경험 1.

나의 어머니는 세상의 평가에 취약하고 열등감으로 아픈 사람이었다. 나가서 자식 결혼시켰다는 말을 빨리 하고 싶으셨다. 아무나 와 지금 당장 결혼하라고 아침저녁으로 소리치는 것을 5년이 넘게 견뎌냈다. 나의 행복을 위해서는 내가 결혼할 준비가 되었는지 누구와 하는지가 중요하다는 마음을 단단히 먹고 버텼다. 그러나, 긴 시간의 반복된 메시지는 눈덩이가 되어 어느 날 찰나에 나를 휘몰아치듯 잡아먹었다. 그리고, 갑자기 결혼이 엄청난 두려움으로 다가와 어쩔 줄 몰라하던 나는 공포감에 휩싸여 정말 아무나 와 결혼식장으로 들어가고 있었다. 무슨 일이 일어나고 있는지 정신을 차리고 보니 너무 황당한 상황이었다. 30대 초반에 나는 그렇게 덜덜 떨며 결혼을 하고 헤어졌다. 


경험 2. 

빠른 승진을 하다가 결국 누구나 탐낼 만한 자리를 오르는 순간, 주변의 엄청난 시기와 질투를 받게 되었다. 

초반에는 자연스러운 현상이려니 싶었고, 뒷담의 내용을 들어보니 앞뒤도 없고 비상식적이라 오히려 웃어넘길 수 있었다. 나중에는 과한 업무와 책임에 허덕이느라 목소리에 대응할 심신의 여력이 없었다.

주변에 몇 안 되는 우군들에게 위로받으며 그나마 견뎌갔다. 

그저 그 자리가 탐나서 미쳐있는 사람들. 삼삼오오 모여 뒷담을 하고 언젠가 내가 저 자리를 갖게 될 거야라는 소문도 만들며 그들끼리 경쟁하는 모습이 기막히고 한심하고 화가 났지만, 흔들리지 말자, 그냥 내 일만 묵묵히 하자- 하였다. 

역시, 반복된 외부 자극은 그 힘이 아주 거세어져 내가 약해지는 찰나의 틈을 타고 나를 집어삼켰다. 불같이 내 안으로 번져버린 분노, 잠식당한 이성은 분별이 어려웠다. 뭔가 일이 터지고 나야, 그제사 내 상태를 볼 수 있었다. 


타인의 분노가 커지면 나의 분노가 되고, 타인의 불안이 나의 불안이 된다.

아무리 애써 중심을 잡고 평온하려 해도, 강화되고 반복되면 결국 내 것이 되고 만다.


산속 의자에서 일어나다가 다시 앉았다. 

외부 자극은 끝없이 몰려올 텐데, 언제까지 소음이 나지 않는 조용한 자리를 찾아 도망갈 수는 없었다. 


오늘의 알아차림 단계

1. 자유로운 표현이 억압된 욕구가 외부 소리에 민감하게 매칭됨

2. 욕구 알아차리고 흘려보내기

3. 감정 인정하고 흘려보내기

4. 소음을 가벼이 흘려보내기

5. 대응 방법 탐색하고 선택하기

6. 지속되는 소음 속에 서서 내 몸속에 감사와 행복에너지를 더욱 강렬히 순환하는 훈련 하기.


반복된 외부 자극이 강해지면, 순식간의 사고처럼 나를 잠식할 수 있다. 

평온만 유지하는 것은 회피나 억압일 수 있다. No라는 강력한 표현, 나에 대한 적극적 인지 훈련이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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