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다가 보고 싶어서 고성에 다녀왔습니다.
..따듯한 커피를 마시며 카페 통유리 밖으로 푸른 하늘과 파도를 바라봅니다.
..햇살이 좋기에 밖으로 나가 조금 걸었습니다.
..햇빛 덕에 온기가 도는 돌 둔턱에 앉았습니다.
정신을 깨우는 차가운 바람이 산뜻하게 느껴집니다.
기도에 대한 책을 읽었는데, 글귀가 파도에 실려와 철썩철썩 마음에 닿는 듯합니다.
2024년은 참 많은 파도가 몰아쳤던 해입니다.
많은 것을 잃었고, 잃어버림 속에서 나를 다시 찾는 방법을 배우고 있습니다.
저는 세상이 끄는 데로 끌려가는 사람이었습니다.
나는 뭐든 열심히 성실하게 하지.라는 말로 진짜 나를 외면하기 바빴습니다.
사회적으로 높은 곳으로 갈수록 주체가 없는 내면은 더욱 헤매었습니다.
낮아진 나를 봅니다. 그리고, 그대로 세상에 꺼내어 보았습니다.
사람들이 볼 수 있는 곳에 글을 쓰고, 낯선 이들과 함께 심리학 워크숍을 3차례를 진행하였습니다.
작은 몸짓이지만, 나다운 뿌리를 내리기 위해 애쓰고 있습니다.
고요하고 평온한 세상과 내면을 바라왔습니다.
그런데, 바다를 보다가 문득 이런 생각이 들었습니다.
'저 생동하는 파도가 아름답지 아니한가! 설사 그 파도를 헤치고 나가는 것이 두려울지라도.
고요함은 저런 파도와 물의 흐름이 없어야 가능할 텐데, 나는 정말 그것을 원하는 것인가?'
나의 불안이 흘러나와 희망의 가면을 쓸 때가 있습니다.
2024년의 마지막 남은 하루에는 이런 바람을 해 봅니다.
더 이상 가면 없는 두려움 그대로 드러내고 파도에 몸을 싣는 용기를 배우는 한 해였기를.
거친 파도 속에서도 단단한 마음의 뿌리를 내리는 것을 배우는 한 해였기를.
삶을 마음껏 탐사하면서 성장해 가고자 한다면
가슴에 상처를 줄지도 모를 무수한 일들을 피해 다니느라고
평생을 허비할 필요가 없다. - 마이클 싱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