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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coron A Oct 15. 2023

<셰이다>(2023, 누라 니아사리) BIFF

세상의 모든 여성을 위하여

  호주의 이란계 여성 감독 누아 니아사리의 첫 장편<셰이다>는 감독 자신의 자전적 삶이 스며든 영화인 듯하다. 이란에서 호주로 유학 온 남편을 따라왔지만 결국 이혼 후 여성 쉼터에서 살며 정착하기 위해 애쓰는 셰이다는 예쁜 딸 모나와 함께다. 폭력적인 남편을 피해 이혼한 상태지만 법원에서는 남편에게 주말마다 딸 모나를 만날 수 있는 면접권을 준다. 할 수 없이 셰이다는 모나를 남편과 만나게 한다. 첫 만남에서 남편은 셰이다에게 함께 이란으로 돌아가자고 강권한다.


 영화 초반 남편에게 강간당한 사실을 진술하는 셰이다를 우리 모두가 목도하지만, 딸을 만나러 온 남편의 모습은 그저 수더분하고 학자가 되려고 공부하고 있는 평범한 남자로 보일 뿐이다. 그는 세이다에게 선물을 내밀며 예전으로 돌아가기를 원하지만 이미 마음이 떠난 그녀는 남편의 호의가 거북하고 불편하다. 딸 모나와 놀아주며 평범해 보이던 남편의 행동은 시간이 갈수록 셰이다의 거절에 비례해 강압적이고 폭력적으로 변해간다.


 셰이다와 같이 여성 쉼터에서 지내는 다른 여성들도 모두 처음 당도했을 때 그들이 이곳에 와야만 했던 여러 가지 이유로 힘겨워한다. 하지만 다시 일상을 회복하고 즐겁고 행복해지기 위해 노력한다. 셰이다 역시 호주에서 알고 있는 고국의 친구들과 자연스럽게 만나고 그녀의 삶을 되찾기 위해 한 발 한 발 내디딘다. 하지만 이란의 전통이 보여주는 여성에 대한 편견과 억압은 셰이다의 친어머니마저 가시가 돋힌 말로 상처를 준다. 또한 동포들이 모인 파티 자리에서도 일부의 이란 사람들은 불명예스럽다고 그녀를 비난하고 수모를 준다. 셰이다의 친구는 셰이다를 예전처럼 그녀다운 삶을 살게 해주려 마음을 쓰지만 결국 남편의 변하지 않는 폭력성이 모든 것을 망쳐버린다. 그녀의 현실은 너무나도 어렵다. 하지만 딸 모나를 키우며 자신을 다시 찾아가는 셰이다의 노력은 계속되고 그녀는 모나와 함께 즐겁고 행복한 삶을 꿈꾼다.


 영화의 앤딩에 어린 누아사리 감독의 홈비디오가 나오고 자전적 이야기인 듯 추측되는 누아사리의 멋진 엄마가 아주 짧게 화면에 등장해 딸인 누아사리 감독에 대해 이야기하며 웃는다. 영화를 끝까지 본 모든 관객 중 여성, 특히 이란의 모든 용감한 여성들에게 감독은 애정어린 찬사를 보낸다. <성스러운 거미>(2022, 알리 아바시)에서 용감하고 끈기있게 사건을 파헤치는 이란 여성기자의 강인한 모습을 보여준 셰이다역의 자흐라 아미르 에브라히미는 점점 전설이 되어가는 것 같다. 그리고 이 영화의 제작자는 무려 케이트 블란쳇이다. 하여간에 요즘 헐리우들의 여성 배우들은 너무나 열심히 일을 하고 있다. <밤쉘>의 샤를리즈 테론과 니콜 키드만이 그렇고 <바비>의 마고 로비가 그러하다. 이 영화의 제작자인 케이트 블란쳇 역시 좋은 눈으로 좋은 감독을 발견해 훌륭한 데뷔작을 만들어 냈다. 그녀들에게도 찬사를 보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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