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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coron A Oct 25. 2023

<드라이브 마이 카>(2021, 하마구치 류스케)

다양한 공감이 만들어 내는 영화적 순간

   “전 그 차가 좋아요. 소중하게 대해온 게 느껴져서 저도 소중하게 운전하려고 해요.” 가장 사랑했던 사람에게 열지 못한 마음은 다시는 되돌릴 수 없는 후회를 만든다. 가후쿠와 오토는 겉보기에 아름답고 사랑스러운 부부였지만 그 안에는 아내의 비밀스러운 외도가 있었고 그것을 지켜보는 그는 항상 우울함을 숨기며 살았다. 어느 날 대화를 하자는 의지가 담긴 아내의 요구를 피하다가 그녀의 뜻밖의 죽음으로 가후쿠는 그 내용을 영원히 알 수 없게 된다. 그런데 그는 그녀가 하려던 이야기를 정말 몰랐을까? 

 앞의 대사는 연극제 동안 가후쿠의 운전기사가 된 미사키의 말이다. 가후쿠가 이미 자신의 차가 매우 소중하다고 말했지만 ‘소중하다.‘란 한마디에 원하는 느낌을 모두 다 담을 수는 없을 것이다. 누구에게나 자기의 차는 소중하다. 미사키는 가후쿠의 차를 운전하면서 그가 가진 차에 대한 깊은 애정을 느낀다. 꼭 언어만이 상대를 헤아리는 방법은 아니다. 아내가 녹음한 연극 대사를 항상 듣는 가후쿠를 매일 차 안에서 만나던 미사키는 그와 깊은 대화를 나누기 전에 먼저 그에 대해 이해한다. 그리고 짧은 여행을 통해 그들은 마음 깊이 새겨진 고통을 함께 아파하고 공감한다. 이렇게 언어가 도착하기 전 상대에 대한 세심한 관찰로도 소통은 가능할 수 있다. 

 영화의 시작을 알리는 크래딧이 올라가기 전, 가후쿠 부부의 이야기에 대해 다른 관점으로도 생각해 볼 수 있을 것 같다. 만약 영화의 전체 스토리를 가후쿠의 연극제 동안의 이야기로 한정한다면, 거의 40분에 달하는 이 부분은 생략해도 되지 않을까. 이들의 전사는 가후쿠의 대사에서 충분히 설명할 수 있고, 오토란 인물은 목소리만 남아 우리에게 가후쿠의 행보마다 또 다른 상상을 가능하게 할 수도 있을 것이다. 하지만 하마구치 감독은 이 부부의 이야기를 먼저 정확하게 보여줌으로써 가후쿠라는 인물의 내면을 더욱 깊이 들여다보게 만든다. 가후쿠와 다카츠키와의 여러 번의 대화에서 관객들은 이미 다카츠키가 오토의 불륜 상대 임을 추측할 수 있으므로 그 긴장감은 훨씬 커진다. 이러한 포석 위에 감독은 일본 전통의 다다미 숏을 차 안에서의 오토에 대한 두 사람의 깊은 대화 장면에서 현대적인 감각으로 구현한다. “내 말이 전해지지 않는 건 내겐 흔한 일이에요. 하지만 보는 것, 듣는 것은 가능하죠. 때론 말보다 많은 걸 이해하는 것도 가능해요.” 유림의 수화는 감독의 의도를 잘 전달한다.

 영화는 불안한 주인공의 내면을 죽은 아내와 함께한 전사와 그녀의 목소리로 듣는 『바냐 아저씨』의 대사를 통해 전달한다. 가후쿠가 연출하는 연극 『바냐 아저씨』는 각자 다른 언어를 가진 배우들이 느리게 대사를 읽는 것으로 혼란스럽게 시작한다. 하지만 배우들은 각자 자기의 언어를 체화하는 과정을 경험하고 서로를 지켜보면서 함께 할 수 있는 무언가를 만들어 낸다. 이렇게 보고 듣는 다양한 형태의 언어는 깊은 공감으로 작품을 완성해 가고 그 장면들이 만들어 낸 영화적 언어는 관객들의 마음을 여는 마법의 순간을 선사한다. 하마구치 감독은 이러한 긴 시간을 기다리게 하는 이야기의 마술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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