드라마보다 훨씬 사랑스럽고 재미있는 소설 속 네 자매 이야기
요즘 tvN에서 '작은 아씨들'이라는 드라마를 하고 있다. 드라마를 보지는 않았는데 예고편이나 인터뷰를 보다 보니 실제로 '작은 아씨들' 책을 읽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다. 어렸을 때 고전 명작 전집을 읽을 때면 '작은 아씨들'이나 '소공녀'와 같은 왠지 소녀 취향의 작품들은 건너뛰거나 읽더라도 휘휘 대충 읽고만 기억이다.
그래서 그런지 '작은 아씨들'을 예전에 읽었었는지, 읽기는 읽었는데 제대로 기억이 나지 않는지는 모르겠다. 어쨌든 읽고 나니 참~ 재미있는 이야기구나 하는 생각이 든다. 물론 드라마 '작은 아씨들'과 같은 강렬한 이야기를 기대하고 읽는다면 크게 실망할지도 모른다. 비슷한 콘셉트의 무난하게 재미있는 아주 다른 이야기라고 생각하고 읽어 보시기를 추천드린다.
'작은 아씨들'은 네 자매의 이야기다. 화려한 생활을 동경하기도 하지만 언제나 책임감 있게 동생들을 돌보는 첫째 베그, 천방지축 말괄량이이지만 밝은 성격의 분위기 메이커이며 생각도 깊은 둘째 조, 수줍은 많고 예술적 감수성이 풍부한 착한 셋째 딸 베스, 귀염둥이 막내 에이미 이렇게 네 자매를 중심으로 한 이야기이다.
여기에 네 자매의 어머니이신 딸들을 너무나도 사랑하는 현명하고 지혜로운 마치 부인, 전쟁터에 나간 아버지 마치 씨, 친절하고 부유한 이웃 로렌스 씨, 그 집의 조카이자 조의 둘도 없는 베스트 프렌드 개구쟁이 로리, 로리의 가정교사이자 첫째 베그를 사랑하는 브룩 등 다양한 사람들이 만들어내는 평범하고 잔잔한 이야기이다. 사실 숨이 멎을 듯한 스펙터클함도 스산한 미스터리나 반전도 없지만 한 번 잡으면 책을 내려놓을 수 없게 하는 묘한 재미가 있다.
가난한지만 서로를 누구보다 아끼며 살아가는 네 자매와 부모님, 그리고 이웃들의 이야기가 흐뭇한 미소를 짓게 하는 이야기다. 거기다 소소한 웃음 포인트들도 있어서 지루한 줄 모르고 읽게 되는 이야기다. 드라마 '작은 아씨들' 속에는 네 자매가 아닌 세 자매만 출현하기 때문에 소설 속에서 셋째 베스가 성홍열에 걸려 위기의 순간이 왔을 때, 아! 이래서 세 자매가 되는 건가?? 하고 긴장을 하며 읽었다.
기본적으로 [작은 아씨들]은 해피엔딩의 행복한 이야기다. 마치 디즈니 애니메이션처럼 여러 가지 위기와 고난도 있지만 결국엔 모두 모두 행복하게 잘 살았답니다~ 하고 끝이 나는 이야기다. 개인적으로 이런 이유로 디즈니 애니메이션을 좋아하는데, 그래서 그런지 [작은 아씨들]을 다 읽고 나서도 기분이 찝찝하지 않게 행복하게 책을 덮을 수 있는 점이 참 좋았다.
[작은 아씨들]은 마치 네 자매와 로리의 성장 드라마나 청춘 드라마 같은 느낌이 든다. 이 아이들이 세상을 하나하나 배워가면 어른이 되어가고 성장하는 모습이 흐뭇하기도 하고 대견하다는 생각도 든다.
조는 대답 대신 엄마를 꼭 끌어안고는 말없이 진실한 기도를 드렸다. 슬프지만 행복한 그 시간 동안 조는 쓰라린 자책과 절망뿐만 아니라 자제와 극기의 감미로운 성취감도 배웠다. 에이미는 자면서도 몸을 뒤척이며 한숨을 내쉬었다. 조는 당장이라도 자신의 결점을 고치고 싶어 죽겠다는 듯, 지금까지 보지 못한 표정을 지었다.
[작은 아씨들] 중에서
풍족하진 않지만 따뜻하고 아름다운 가정의 모습에서 행복이란 돈으로 살 수 있는 것은 아니구나 하는 점을 다시 한번 생각하게 하는 이야기다. 물론 반대로 돈이 많으면 불행하고 돈이 없어야 행복하다는 이야기는 결코 아니다. 다만 돈이 많다고 꼭 행복한 것은 아니라는 이야기다. [작은 아씨들]에서 부유한 로리네 집이 불행한 집은 아니지만 로리는 상대적으로 넉넉하지 못하지만 네 자매와 어머니가 서로 따뜻하게 아끼며 사랑하고 시끌시끌하게 살아가는 모습을 동경한다.
사실 너희들끼리 이름 부르는 소리가 간혹 들릴 때가 있거든. 여기 혼자 있는 나로서는 너희 집을 안 볼 수가 없어. 늘 행복해 보이니까 말이야. 무례했다면 미안해. 하지만 창문 커튼을 치지 않을 때가 있더라고. 등이 켜져 있을 땐 어머니와 함께 모두 탁자에 모여 난로를 바라보는 모습이 한 폭의 그림 같지. 바로 마주 보이는 자리에 어머니가 앉아 계시는데 화분 뒤에 보이는 그 얼굴이 얼마나 인자해 보이는지 정말 눈을 뗄 수가 없어. 난 어머니가 안 계시잖아....
[작은 아씨들] 중에서
반대로 네 자매는 부유한 친구나 이웃들을 한없이 부러워하다가, 나중에는 자신들이 가진 것이 무엇과도 바꿀 수 없다는 사실을 깨닫게 된다. 심지어 셋째 베스가 병에 걸려 사경을 헤매게 되자, 꼬맹이 막내 에이미도 행복의 본질을 깨닫는다. 인간은 항상 다른 사람이 가진 것이 부럽게 보이는 법인 것 같다. 내가 가진 것은 무엇인지 생각하고 감사하는 마음이 행복으로 가는 첫 번째 단계가 아닌가 싶다. 내가 하찮게 여기는 내가 가진 것들은, 사실 내가 부러워하는 사람들이 반대로 부러워하는 나의 모습일지도 모른다. 행복은 절댓값이 아니라 상대적인 것 같다. 남보다 하나 더 가졌을 때 행복한 게 아니라 남보다 하나 더 감사할 수 있을 때 행복할 수 있다.
로리가 돌아가자 에이미는 작은 예배실을 찾았고 베스를 위해 기도를 올렸다. 눈물이 쉬지 않고 볼을 타고 흘러내렸고 가슴은 미어지는 듯했으며, 다정한 언니를 잃는다면 터키옥 반지가 백만 개가 있다 해도 하나도 기쁠 것 같지 않았다.
[작은 아씨들] 중에서
참 읽고 나면 마음이 훈훈해지는 행복하고 아름다운 이야기이다. 게다가 재미도 있다. 너무 소녀 취향의 소설이 아닐까 생각하고 읽지 않으셨던 분이 있다면 결코 그렇지 않다고 추천드리고 싶다. 재미도 있고 생각할 거리도 많이 던져주는 명작 고전의 정석 같은 책이다. 역시 세월이 흘러도 살아남아 전해지는 고전 명작은 그럴만한 이유가 있다는 사실을 다시 한번 알려 주는 책이다. 드라마 [작은 아씨들]을 보고 계시는 분들이라면, 드라마와 소설의 등장인물들을 비교하며 읽어보시는 재미도 더할 수 있다. 망설이지 말고 읽어 보시기를 추천드리는 책이다.
명작 고전이든, 현대 문학이든 ~
우리 모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