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런 퇴사는 처음이야..
누구나 그렇듯 나 또한 퇴사를 꿈꿨다. 내가 다니던 직장에 인력이 많이 부족했고 불안정했기에 언젠가 안정이 된다면 인수인계까지 마치고 깔끔하게 나올 생각이었다. 나는 한번 일하기 시작하면 오래 일하는 편이라서 나의 보스와 결이 맞지 않았지만 누구나 그렇듯 참고 다녔다.
하지만 갑작스러운 근무시간조정 통보에 대한 의견이 맞지 않아 뜬금없이 퇴사하게 되었다. 아 이런 걸 권고사직이라고 하는 건가? 처음 잘려보는 이 아찔한 경험에 머리가 혼란스러웠다. 사실 일하는 동안도 ‘아 이건 아니지 않나?’라는 부분이 많았지만 그래도 이해하려고 노력했다. 일하는 곳에 대한 애정을 잃지 않으려 했고 그게 나의 정신건강에도 도움이 될 것이라고 생각했다.
하지만 그건 나만의 착각이었다. 나는 이곳에 맞춰서 열심히 일해준다고 생각했던 것들이 보스 입장에서는 당연한 것이었고 반대로 보스는 나에게 많이 맞춰 줬다고 생각하고 있었다. 그동안 일 하는 곳에 애사심을 가지려고 노력했던 내 모습이 참 바보 같다고 생각이 든 순간이었다.
이번 23년을 맞이하면서 새로운 마음가짐으로 많은 도전과 시도를 하려고 했건만 휘몰아치는 상황들 때문에 혼미했다. 일단 당장 어떻게 살아가야 하는지에 대한 문제가 턱 앞으로 다가왔고 주변의 조언들과 충고들이 쏟아졌다. 어떠한 도전과 시도를 할 수 없는 여유 없는 조급 함들이 내 마음을 어지럽게 했다.
갑자기 이런 생각이 들었다. 아. 이게 혹시 터닝포인트라고 하는 건가? 이런 예측할 수 없는 상황이 내 앞으로 다가온 게 뭔가 지시하는 듯한 느낌이 들었다. 내 등을 떠미는 듯한 느낌이랄까..? 사실 그동안 내가 하는 일에 회의감이 계속 들어왔고 성취감을 느낄 수 없는 우물 안의 개구리 같은 신세에 우울한 나날들을 보내고 있었다. 이 직장인력이 안정만 되면.. 좋은 기회가 오면.. 하면서 타이밍만 계속 보고 있었다. 한데 이렇게 잘리다니..!
이렇게 된 마당에 또 우물 안에 들어갈 수는 없다. 내가 원하는 것에 귀 기울여야 한다는 생각이 들었다. 이렇게 또 주변에 치이고 눈치만 보다가는 또 똑같은 상황을 겪게 될 것이다. 조급함이 내 인생을 또 우울하게 만들게 둘 수는 없다. 그래서 나는 한발 물러서서 나의 상태와 주변을 살피기로 했다.
열심히 달려왔다. 난 쉼 없이 일했다. 이제 멈춰서 나를 살피기로 했다. 내가 무엇을 원하는지 무엇을 위해 이렇게 달려왔는지 점검해보려 한다. 물건도 고장 나면 왜 고장 났는지 점검하는데 나도 그래야 하지 않겠는가? 이 시간이 나에게, 나의 인생에 어떤 영향을 주게 될지 궁금하고 두렵지만 맞서기로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