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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흔희 Nov 20. 2020

면접 봤는데 이거.. 그린라이트인가요?

채용과 연애 심리학(2)



 이전 포스팅에서 채용 전형 과정과 연애하는 과정이 비슷하다는 말을 했습니다.

그리고 입사지원서 작성할 때도 이를 참고해서 작성하면 좋을 팁을 소개했었죠. (이전 화 '서류 광탈을 몇백 번 경험해보니..' 참조)


 서류전형뿐 아니라 면접전형에서도 마찬가지입니다.

 수십 번의 면접을 경험하다 보니.. 그리고 면접관으로도 들어가 보니, 어느 정도 합격하는 지원자에 대한 감이 생기더군요. 면접을 보면서 느낄 수 있는 합격 확률이 굉장히 높은 시그널을 소개합니다. 이 역시 연애와 접목해보면, 연애할 당시 상대가 나를 마음에 들어했을 때 보내는 시그널과 같습니다.


 대규모 공채 등 구조화된 면접보다는 수시 채용, 경력직 채용에 참고하면 더 좋을 팁입니다.

(*아래 내용은 제 사견이며 주관적인 경험을 토대로 하고 있다는 점, 참고 부탁드립니다)






첫째, 질문이 많다 (면접시간이 길어진다)


 원래 소개팅할 때도 마음에 들면 질문이 많아지고 마음에 안 들면 질문이 별로 없습니다. 그 자리를 빨리 파하고 싶어 하죠. 굳이 상대에 대해 알아갈 생각이 없어 다시 물어볼 필요조차 없다고 느끼기 때문인데요.

 면접에서도 마찬가지입니다. 상대가 마음에 들면 덩달아서 계속 추가 질문을 하게 되어 있습니다.

그렇기 때문에 면접 중 많은 질문을 받았다는 건 긍정적인 시그널입니다. 계속해서 당신이라는 사람을 알아가고 싶고, 관심이 있다는 증거거든요.



둘째, '합격한다면 언제 출근 가능하냐'는 질문을 받는다


 연애할 때 '우리 언제 만나느냐' 물어보는 것과 같습니다.

상대가 마음에 들면 '다음'을 약속하고 싶어 합니다. 다음 약속을 잡아야 하루라도 빨리 얼굴 볼 수 있으니까요. 회사도 마찬가지입니다. 해당 포지션의 지원자가 마음에 들면 잡아야 하죠. 혹시 그 사이에 다른 회사에서 연락이 와서 뺏긴다면 곤란하니까요. 마음에 없는 지원자에게 절대 '언제 출근이 가능하냐는 등' 다음을 기약하는 말을 던지지 않습니다. 어차피 오늘 면접 때 보고 안 볼 사이에 굳이 스케줄 체크할 필요가 없거든요. 



셋째, 나에게만 추가 질문을 한다-특히 키맨이- (다대다 면접일 경우)


 별표 백개 쳐도 좋습니다 가장 좋은 신호죠. 그 지원자가 마음에 들었기 때문에 그 지원자에게만 계속 꼬리 질문을 하는 겁니다. 다른 지원자보다 더 눈길이 갔거나 괜찮다고 느꼈기 때문에 하는 질문이죠.

 첫 번째 팁과 연결되는 영역인데요. 마음에 들기 때문에 더 알아가고 싶은 겁니다. 마음에 들지 않으면 굳이 세세하게 그 사람에 대해 확인할 필요가 없죠. 그리고 사실 추가 질문에 대한 답의 퀄리티는 크게 중요치 않은 경우가 많습니다. 이미 마음에 들었다는 신호이기 때문에 내 선택이 맞다는 확신을 갖고 싶어서 계속 질문을 던지는 경우가 많죠.



넷째, 회사에 마이너스가 될 요소를 오픈한다


 연애할 때도 상대가 마음에 들면 의도치 않게 본인의 취약점에 대해 흘리는 경우가 있습니다.

'저 이런 면이 있어요 (그런데도 날 받아줄 수 있나요?)' 라구요. 너무 마음에 들고 놓치고 싶지 않다 보니 내 약점을 나도 모르게 오픈하는 거죠. 그래도 나라는 사람이 괜찮은지 확인하고 싶은 겁니다.

 채용에 있어서도 마찬가지입니다. 지원자가 마음에 들면 '회식 많은데 괜찮아요?', '야근 많은데 괜찮아요?', '막내로서 나이가 많은 편인데 괜찮아요?' 등 회사의 약점을 은연중에 오픈합니다. 이렇게 약점을 오픈하는 이유는 앞으로 같이 일해야 되는데.. 설사 와서 적응하지 못할까 봐 눈치를 보는 겁니다. 혹시 근무하면서 회사를 맘에 안 들어할까 걱정이 되기 때문에 지레 겁을 먹는 거죠. 실제로 면접보고 나서 면접관들끼리 이 사람이 합격하고 안 오면 어떡하지.. 걱정하는 경우도 있습니다.



다섯째, 칭찬과 긍정적인 리액션이 많다


'OO 씨는 인상이 좋으시네요'

'OO 씨는 성실하신 것 같네요' 등

 연애 때도 마음에 드는 상대에게 칭찬하듯, 회사에서도 지원자가 마음에 들면 그 지원자를 칭찬합니다. 

자연스럽게 칭찬을 주고받으며 면접 분위기는 한결 부드러워지게 됩니다. 

아니면 대놓고 칭찬하지는 않더라도 고개를 자주 끄덕여준다던지, 눈 맞춤을 하며 살짝 웃는다던지 하는 면접관의 바디랭귀지에서 그린라이트를 직감할 수 있습니다.






 이상 면접 시 느낄 수 있는 그린라이트에 대해서 소개해드렸는데요.

 면접을 보고 나서 이런 신호가 오지 않았다고 해서 잘 안된 건가 걱정하거나 의기소침할 필요는 없습니다.

 단지 사례일 뿐이고 실제로는 '운'이 많이 좌우하기에 예상치 못하게 합격할 여지도 있죠.

일단은 내 운을 믿어보고, 끝날 때까지 끝난 게 아니라는 생각을 하는 것이 좋습니다.

 생각지도 못한 곳에서 다시 인연이 이어질 수 있으니까요. 최선을 다해서 면접을 치르시고, 일단 면접을 무사히 치르고 나왔다면 그냥 흘러가는 대로 놓아두시는 게 좋습니다. 내가 그곳에 가게 될 운명이라면 가게 될 것이고, 그게 아니면 이어지지 않을 거니까요.


 저 역시 면접에서 폭망했다고 느꼈지만 연락이 와서 당황스러웠던 경험이 있습니다.

알고 보니 첫 합격자가 고사를 해서 급하게 다음 순번으로 연락을 준 경우, 포커페이스가 뛰어나서 도저히 감정을 읽을 수 없었던 면접관으로 인한 내 판단 미스였던 경우 등.. 변수는 실로 다양했습니다.

 혹은 처음엔 불합격 통보를 받았지만 여러 사유로(추가 채용, 입사 취소로 인한 결원 발생 등) 다시 채용이 진행되는 경우도 있었구요. 무튼 어떤 경우라도 면접 때 좋은 인상을 주었다면 가장 먼저 연락 올 확률이 높습니다.


 만약 그럼에도 불구하고 최종 불합격했다면, 의식적으로 '막상 들어갔으면 헬이었을 거야..'라고 생각해보는 건 어떨까요? 포도를 끝내 따먹지 못한 여우가 자기 합리화했던 '신 포도 이론'을 활용해보는 겁니다. 실제 그렇듯 그렇지 않든 이렇게 생각하는 게 정신건강에 이롭더라구요.


 결론은 할 수 있는 한 열심히 최선을 다하되, 과정은 흘러가는 대로 두고 결과를 겸허히 받아들이는 게 가장 좋은 것 같습니다. 다른 어떤 것보다도 우선 내 마음이 편안한 게 가장 중요하니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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