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MJing May 13. 2021

대단한 걸 이룰 필요도 없이, 오늘을 살기 위한 결심

새벽 4시, 살고 싶은 시간. 신민경. 2020

<대단한 걸 이룰 필요도 없이, 무리해서 맞춰갈 필요도 없이. 그저 오늘을 사는>

새벽 4시, 살고 싶은 시간. 신민경 2020.02



새벽 4시, 일찍 일어나 무심코 켠 전자책 책장에 이 책이 눈에 들어왔다. 새벽 4시, 살고 싶은 시간. 오늘 나에게 새벽 4시는 지난 밤 일기장에 써 내린 내 행복은 무엇인가, 에 대한 답변을 듣고 싶은 시간이었다. 암에 걸렸다는 그녀, 치료 후 암환자는 취직이 쉽지 않으니 공부를 해야 한다며 런던행을 결정한 그녀, 그리고 다발성 전이를 겪으며 이제는 잠들기 전 유서를 머리 맡에 두고 잔다는 그녀. 책은 왜 나한테 매번 이런 부끄러움을 주는가.


“매사 잘 참고 견뎠다. 인내와 끈기 하면 나였다.

근데 자꾸만 자신이 없어진다.

사실 내가 두려운 건 죽음 같은 게 아니다. 

매일 조금씩 진행되는 나에 대한 믿음의 상실, 

자신감의 상실 같은 것이다.  P.26”


봄을 탄다고, 유난히 일찍 핀 벚꽃잎이 주말 내 내리는 비에 져내리는 모습을 바라보며 이럴 줄 알았으면 일찍 폈다 타박하지 말고 한참을 바라나 봐줄걸, 이란 생각을 했다. 인생의 내일을 가늠할 수 없구만, 하며 오늘에 충실하자 다짐도 스치듯 했던 것 같다. 어젯밤에는 불현듯 과거의 부끄러움이 떠올라서 이불을 가만 둘 수가 없었다. 코로나 백신 소식을 듣고 부터는 잊었던 여행 계획도 하나 둘 몰래 보며 미래도 꿈꿨다. 하지만 이 책에는 오직 오늘의 이야기가 있다. 너무나 열심히 미래를 꿈꿨던 청춘에, 발그레한 볼을 세상에 내보이며 당차게 걸어가던 그녀는 이제 오늘 밤엔, 제발, 통증이 없길. 어쩌면 오늘 밤 잠결에, 고통없이 떠나길 기도한다. 


“밤마다 딜을 한다.

제가 더 견뎌볼게요. 그러니까…

P.184”


새벽 댓바람부터 울어대는 내가 무색하게 그녀는 담담히 이야기를 이어간다. 때로는 즐거운 순간도, 때로는 아무도 몰랐으면 하는 순간도. 자신의 삶에서 아쉬웠던 것을 말하고 좋았는데 끝날 것들도 말했다. 모든 순간마다 나는 그녀가 살았으면 좋겠다고 생각했다. 


나는 사실 행복의 의미가 궁금했던 것이 아니라 감정의 물꼬가 필요했었던 것일지도 모르겠다. 답답하게 고여있는 감정의 소용돌이를 도무지 어떻게 풀어내야 할지를 몰랐던 것이다. 한 장 한 장 마다, 구절 구절 마다 터져나오는 눈물을 멈출 수가 없었다. 삶에 대해서 이렇게 간절해보지 못했던 사람인데, 나 또한 행복이고 자시고 그저 살아내고 있다는 것에 감사를 느끼고 싶었던 것 아닐까. 뭔가를 이룰 필요도 없이, 무리해서 맞출 필요도 없이. 속수무책으로 눈물만 닦아내며 몇번이나 목을 가다듬으며 마지막 장을 넘기는 그 순간까지, 나는 그녀의 안녕한 새벽 4시만을 기도했다. 그렇게 감정이 터뜨려 내고 나니 대단한 삶의 목표 같은 것은 그렇게 중요치 않을지도 모른다는 생각을 했다. 그저 간절한 삶을, 그대로 살아갈 수 있길. 대단한 것을 찾느라 계절의 변화를 잊지는 않길. 

매거진의 이전글 [서평] 감정 기복이 심한 편입니다만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