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MJing Jan 01. 2021

민음사X교보문고 - 디에센셜 : 조지 오웰

거장의 에세이에서부터 느끼는 명작의 시작 

<1984>를 읽기에 이보다 더 시의적절한 때가 있을까? 역학 조사로 이름도 모르는 사람의 동선을 속속들이 알게 된지 1년 남짓된 지금, 누군가의 사생활이 그득한 그 동선으로 농담마저 만들어내는 지금, 우리는 서로의 빅 브라더나 마찬가지이다. <동물 농장>과 <1984>로 부조리한 사회에 문학으로서 비판을 던졌던 조지 오웰의 에세이와 작품을 동시에 만나볼 수 있는 #조지오웰디에센셜 을 통해 그가 어떠한 시선으로 본인이 속한 사회를 바라보고, 일상 생활에서 어떤 것을 느끼며 작품을 만들어 냈는지를 조금 더 가까이 느껴볼 수 있었다. 

색을 빼앗긴 도시에서 펼쳐지는 자유에 대한 재해석. 모든 것이 통제된 런던의 한복판에 붙여진 빅브라더의 시선을 지금 여기 대한민국에서도 낯설지 않게 느낄 수 있는 지금이다. <1984>에 등장하는 모든 배경과 인물들은 코로나 이전의 일상에서는 극단적이고 비현실적으로 보일 뿐이었다. 하지만 전체의 "안정"을 위한 개인의 생활 통제와 개인의 "안전"을 위한 전체의 협력이 당연하게 되어버린 이 코로나 시국에서는 <1984>의 모든 미장셴들이 무섭도록 현실로 느껴져 버리는 것이다. 더불어 평소에는 쉽게 접하기 어려웠던, 그저 소설가인줄만 알았던 #조지오웰 의 에세이들을 읽다 보면 그의 작품은 결국 인생에 걸쳐 경혐했던 그 많은 일들을 녹여낸 것일지도 모르겠다는 생각을 하게 된다. 


나는 가끔 궁금해진다.
내가 코끼리를 쐈던 건
 그저 바보처럼 보이기 싫어서 였다는 것을 사람들이 알고나 있는지.

조지 오웰 <코끼리를 쏘다>


사실 <1984>는 손꼽히는 비조리 문학의 대표작인 만큼 많은 사람들이 읽었겠지만 특히 이런 시기에 읽는 <1984>는 조금 더 특별한 의미를 가진다. 아마 고전이 가질 수 있는 특징 중 가장 소중한 특징, 시대를 꿰뚫는 통찰이 그것이다. 어디에나 있고 어디에도 없는, 사실 존재 조차 희미한 빅 브라더. 하지만 모두에 의해 자행되어지는 절대 권력. 누구나 빅 브라더이지만 모두가 그의 시야에서 벗어날 수 없는 소설 속 시대상은  #코로나바이러스 의 등장 이후 뿐 아니라 SNS를 통해 서로를 감시하는 2020년의 모습과 크게 다르지 않다. 


코로나 바이러스에 대한 유발 하라리의 빅 브라더 등장의 예고와 해외 언론에서 경고하는 개인의 사생활 침해에 대한 우려는 이미 사실이 되어버렸을지도 모르겠다. 


사람들이 느끼는 분노는 램프의 불꽃러머 대상을 이쪽에서 저쪽으로 바꿀 수 있는, 추상적이면서 방향 감각도 없는 감정이다.

조지 오웰 <1984> 중
지난 십 년 동안 내가 가장 하고 싶었던 일은
정치적 글쓰기를 예술로 만드는 것이었다. 
내 출발점은
언제나 당파성, 즉 불의를 감지하는 데서부터다.

책상에 앉아 책을 쓸 때 나는
"예술 작품을 만들어 내고 말 테야."라고 말하지 않는다.

폭로하고 싶은 거짓과 관심을 둬야 할 사실이 존재하기 때문에 나는 책을 쓴다.

조지 오웰 <나는 왜 쓰는가>


교보문고와 민음사의 콜라보레이션으로 탄생한 #조지오웰 디 에센셜은 그의 대표작 <1984>와 에세이 7편을 묶어 낸 시리즈의 첫 시작이다. 사회에 날카로운 일침을 던지는 조지 오웰의 <1984>는 코로나를 맞이한 지금에 더없이 적절한 문학이겠지만, 이 책의 백미는 에세이 7편이 더하는 그 작품의 이해도가 아닐까. 

식민 시대를 경찰로 , 부랑아로 그리고 선생이자 작가로 살아온 그가 문학이 사회를 담는 방식과 작가가 마땅히 사회를 바라보아야 하는 시선을 담은 에세이는 작품에 대한 이해를 높일 뿐 아니라 현실을 바라보는 인간의 시선에 대한 고찰을 담아내었다.


그들은 무지로 인해 정상적인 정신 상태를 유지한다고 볼 수 있다.
아무것이나 닥치는 대로 집어 삼키는데, 
그래도 탈이 나지 않는다.

조지 오웰 < 1984> 중

코로나 방역을 위해서라면 동선의 공개는 당연한 2020년의 겨울. 놀란 것은 그 동선을 파악하는 데에 사실 확진자의 "진술"은 필요가 없어도 가능할 수 있다는 것이었다. 휴대폰의 GPS로, 카드의 결제 내역으로, CCTV로 숨기고 싶었던 방문 기록부터 만나서는 안되었던 사람과의 만남까지 모두에게 알려져야 하는 오늘이다. 국민의 안전을 위해, 국가의 안정을 위해 텔레스크린을 설치해야만 하는 국가의 선택을 그르다고 하기에도, 다시는 가까워질 수 없을지도 모른다는 사람에 대한 개인의 그리움을 탓할 수 도 없는 지금, 그럼에도 불구하고 현실의 옳고 그름을 판단해야 하는 시민 의식은 어쩌면 윈스턴의 말로처럼 힘없이 눈감아 버린 것은 아닐까.


이미 울렁이고 있는 사회의 표면에 묵직한 돌을 던지는 그의 작품이 더욱 빛나는 겨울이다. 


"빅 브라더가 존재합니까?"

"그런 건 중요하지 않네. 어쨌거나 그분은 존재하고 있다네."

"빅 브라더도 죽을까요?"


"물론 죽지 않지. 

어떻게 죽겠나?"


조지 오웰 <1984> 중

매거진의 이전글 대단한 걸 이룰 필요도 없이, 오늘을 살기 위한 결심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