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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MJing Mar 11. 2024

할아버지, 우리 인생은 늘 봄이잖아

그래, 우리 인생이 일장춘몽이다. 


2022년의 1월은 참 길었다. 누군가를 잃는 경험은 처음이었다. 후회는 내 스타일이 아닌데 그런 상황에서는 후회 말고 할 수 있는게 많이 없더라. 개선 사항을 적용할 수 있는 대상이 없으니 모든 후회가 마음에 못이 되어 박혔다. 


할아버지는 늘 내게 어려운 질문을 던지시곤 했다. 단순한 질문이라 더 그랬다. 똑똑한 어른이었기 때문이리라. 가방끈이 짧아도 할아버지는 모든 것을 다 고칠 줄 알았고, 북에서 남까지 이어진 할아버지 인생은 그 어떤 물감 팔레트보다 다양한 색이 펼쳐져 있었다. 


그리워할 수 있는 대상이 있다는 것은 슬프기도, 다정하기도 한 일이다. 그리고 참 속절없는 일이기도 하다. 지난한 하노이의 겨울, 3개월째 해가 없는 날씨를 바라보다 할아버지가 자주 하시던 질문이 떠올랐다. 


언젠가부터 할아버지는 나에게 "너는 지금 무슨 계절이냐" 는 질문을 하시곤 했다. 모두가 입을 모아 꽃다운 나이라 하는 20대. 나는 늘 할아버지에게 장난처럼 "할아버지, 우리 인생은 늘 봄이잖아" 라는 대답을 하곤 했다. 할아버지의 영정 사진 앞에서 그 질문을 다시 떠올리며, 나는 좀 더 울었다. 


허허 웃으며 "그래, 인생이 일장춘몽이다"하시던 대답, 할아버지의 계절은 어디쯤 이었을까. 


봄은 아름다운 계절이다. 변화하기 때문이고, 짧기 때문이다. 날이 따스했다 추웠다, 꽃을 피웠다 비를 뿌렸다 사람마음을 들었다 놨다 하니까. 변덕이 심한 것들은 짧은 순간 놓치기 쉬우니 아쉬움을 남기고 그 아쉬움은 미련으로 이어지기도 한다. 할아버지의 질문은 나이를 묻는 것이 아니었다. 이제야 알았다.


흐린 하늘에 져가는 해를 바라보다, 그렇게 할아버지가 떠올랐다. 그리움은 내가 좋아하는  감정이 아니지만, 이렇게 평생 함께 할 숙제가 되겠지. 이 감정이 애틋한 이유는 그 다정함을 느낄 당신이 없다는 것이다. 봄처럼 아름다웠던 할아버지. 나는 계절을 겪을 때마다 그 질문을 떠올리며 이따금 할아버지 생각에 잠긴다. 그리고 조금 더 성의있는 대답을 찾아보려고 하지만, 내 대답은 늘 같을 것 같다. 그러면 할아버지의 너털웃음소리가 들리는 것 같다.


할아버지, 우리 인생은 늘 봄이잖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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