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노지말(强弩之末) 고사
: 사마천 사기열전史記列傳 '한장유열전'
쇠뇌
강노지말(强弩之末)은 사기열전 한장유열전에 나오는 말로, 힘찬 쇠뇌(큰화살)도 끝에 가서는 아주 얇은 비단조차 뚫을 수 없다는 뜻으로 아무리 강한 힘도 마지막에는 결국 쇠퇴하고 만다는 의미입니다.
흉노는 한나라에게 매우 위협적인 존재였고 한고조 유방은 흉노 정벌에 나섰다가 포위되어 죽다 살아 돌아오기도 했습니다. 공주들을 흉노왕에게 오히려 조공을 바치며 화친을 유지하기도 했습니다. 하지만 실제 조공으로 바친 공주는 친딸들은 아니었고 친족이나 반역으로 노비가 된 황족, 귀족의 여인 중에 선별하고 교육하여 흉노로 보내진 것이었습니다.
한무제 건원 6년에 무안후 전부가 승상이 되고 한안국은 어사대부(검찰총장)가 되었습니다. 흉노가 화친을 청해 오므로 무제는 신하들에게 이 문제를 논의하게 하였습니다. 연나라 사람인 대행 왕회는 흉노를 치는 것이 낫다고 얘기합니다. 화친을 맺은 척하다가 언제라도 말을 달려 내륙으로 들어오는 흉노를 못 믿겠다는 논리였습니다.
이에 한안국이 말합니다. "1000리 밖으로 나가 싸우는 것은 군대에게 이롭지 못합니다. 지금 흉노는 병사가 강하고 말이 튼실한 것만 믿고 금수 같은 마음을 품고 새떼처럼 흩어졌다 모였다 하며 이리저리 옮겨 다니므로 제압하기 어렵습니다. 우리가 그 땅을 손에 넣더라도 땅을 넓혔다고 할 수 없고, 그 백성을 가진다 해도 국력을 강화하는데 보탬이 안 됩니다. 한나라 군대가 수천 리 밖에서 흉노와 싸운다면 아군이 지칠 것이고, 그 틈을 노려 흉노는 한나라 군대를 제압할 것입니다. 게다가 강력한 쇠뇌도 끝에 가서는 아주 얇은 노나라의 비단조차 뚫을 수 없고, 회오리바람도 그 마지막 힘은 가벼운 기러기 털을 날리게도 할 수 없습니다. 처음부터 강력하지 않은 것이 아니라 끝에 가서 힘이 쇠약해지기 때문입니다. 흉노를 치는 것은 불리하니 화친하는 편이 더 낫습니다." 결국 한무제는 한안국의 의견에 찬성하는 이들이 많아 흉노와의 화친을 허락했습니다.
세상의 이치도 그러하므로 현재의 위치에서 누리는 권력과 힘이 지속될 때 겸허한 마음자세를 가지는 것이 바른 삶의 자세가 아닐까 싶습니다. 권불십년(權不十年)이라는 말도 있지 않습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