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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자유로원 Nov 07. 2021

거제 한달살이, 이사 - 반함과 기회라는 연유2

거제인 로원

집, 명상, 그리고 바다



(1) 일을 사랑해, 근데 나를 가장 사랑했어야 했다.

나는 하드웨어 스타트업을 하고 있다. 정확히는 라이프스타일 관련 상품을 다루고 있고 그중 메인이 되는 제품이 IoT 제품이라 간편하게 '하드웨어 스타트업'이라는 짧은 소개를 주로 하는 편이었다. 제품 개발에서 가장 어려운 건 바로 양산, IoT의 경우 금형과 내부 들어가는 보드들, 그리고 서버와 앱 관리까지 다 아울러야 하기 때문에 특히나 양산단에서의 차질이 없으려면 시니어 개발자들이 필수였다. 때문에 우리는 조금 독특한 형식을 취했고 그래서 원래 비대면 근무가 일반적이었고, 대신 대표인 내가 서울과 대전을 오가며 제품을 만들어왔다. 때문에 집이라는 공간은 내게 가장 중요한 '자원'이었고 올해는 여러 이유로 이사를 할 집을 찾게 되는 해였다.


개발하는데 걸린 시간 3년, 그동안 내 뼈를 갈아 넣어도 힘들지 않았다. 한 번은 쓰러져본 적도 있지만 그게 뭐 다들 그렇게 하는 거니까. 피곤할 땐 링겔 맞아가며 일 하면 되는 거라 생각했다. 근데 중간에 내가 깨달은 게 있다. 나는 나를 사랑하지 않았던 거였어. 어떤 계기가 있었다. 사람과 사랑에 관한, 그로 인해 내가 나를 사랑하지 않는다는 걸 문득 깨달았다. 그러고 보니 그동안 일이 나보다 중요했던 모든 순간이 떠올랐다. 그리고 또 한 가지 사실은 '내가 없으면, 모든 것이 없다는 것이다.' 


(2) 거제의 바다는 뭔가 달랐다.

우연한 계기로 명상을 하게 되었다. 유튜브에서 쉽게 보고 따라 하는 가이드를 들으면서 마침 선물 받은 꽃과 함께 시작했는데 그게 효과가 좋아서 매일매일 하게 되었었다. 그렇게 올해는 나에 대한 치유를 명명하고 그동안 하고 싶었던 것들을 선물해 주었다. 그림을 그리고 싶었던, 피아노를 취미로 하고 싶었던 것들을 늘 미루다가 드디어 하게 해 준 것이다. 사람마다 라이프스타일, 개인의 목표, 인생관이 다 다른데 '나' 사용법을 익혔던 시간들이었다. 그러다 우연히 히 참석하는 모임의 워크샵을 거제도에서 하게 되어 처음으로 서울에서 거제도를 가게 되었다. 평소 바다에 감흥이 없는 편이다. 제주도를 가도 일을 하기 위한 분위기 전환 용도라 호텔에 박혀서 일만 하는 사람이라 친구가 끌고 나와야 겨우 나와선 '아, 바다네 그래 좋네.'이 정도 감흥이랄까? 동남아의 비취색 해변들을 봐도 뭐, 와 예쁘다! 이게 다였던 것 같다. 근데 거제의 바다는 조금 달랐어.


화이트 빛 펜션에서 바로 보이는 구조라 해변이 차에서 내려 처음 맞은 광경이었다. 그리고 다음 날 아침, 일찍 나가서 구석에 보이는 바위에 앉아 명상을 하는데 그냥 그게 너무 좋았었다. 집에 와서도 계속 그 여운이 남아있을 정도였으니 뭐지? 했던 물음으로 다시 거제도를 찾아갔다.

구조라 해변에서 반겨준 고래 두마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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