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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쩨리 Dec 26. 2022

마틴마르지엘라 전시 보기 전 알면 좋을 이야기 10

에르메스부터 칸예 웨스트까지

현재 롯데 뮤지엄에서 마틴 마르지엘라 전시가 열리고 있다. 마르지엘라는 워낙 팬이 많은 브랜드라 전시에 대해 많은 사람들이 기대중. 항상 베일에 쌓여 '익명성' 자체가 브랜드인 메종 마르지엘라에 대한 흥미돋는 사실을 모아봤다.



1988, 첫 컬렉션은 그냥 카페에서


메종마르지엘라(MAISON MARGIELA)를 만든 마틴 마르지엘라(Martion Margiela)는 1988년 첫 컬렉션을 발표했다. 하지만 다른 디자이너들과 달리 스튜디오나 화려한 무대가 아니라, 파리의 한 카페였다. 마틴 마르지엘라는 이 첫 컬렉션을 선보였을 때 외에도 주로 파리 외곽, 오래 전 용도 폐기된 지하철 통로, 주차장, 철도역, 슈퍼마켓 등에서 자신의 컬렉션을 선보였다.



일부러 뜯기 쉽게 만든 4스티치 라벨

현재 메종마르지엘라를 사람들이 사랑하는 이유이자 메종 마르지엘라의 상징인 4개의 스티치는 마틴 마르지엘라가 사실 일부러 뜯기 쉽게 만든 라벨이다. 마틴 마르지엘라는 옷에 흰색 숫자 라벨 혹은 무명 라벨을 붙였는데 일부러 실이 빨리 닳아 없어지도록 약하게 박음질했다.


사실 이는 마틴 마르지엘라가 옷의 디자인이 디자이너의 이름에 의해 전복되는 걸 피하기 위해서 의도적으로 그렇게 박음질 한 것. 그저 옷의 디자인만으로 디자이너를 떠올리기 바랬다고 한다. 하지만 오히려 역설적으로 이제는 그 라벨이 너무나 큰 상징이 되어 버린 것.



마틴 마르지엘라는 정작 화이트 가운을 입지 않았다

마르지엘라 매장에 가면 흰 가운을 입은 매장 직원들이 있고, 단독으로 있는 스토어의 경우 화이트가 인테리어의 주를 이룬다. 메종마르지엘라에서 흰색을 주로 잘 활용하는 것도 설립자 마틴 마르지엘라의 영향. 마틴 마르지엘라는 흰색이 아무것도 칠해져 있지 않아서 어떤 것으로도 채울 수 있는, 누구나 아름다워질 수 있다고 했다.


하지만 정작 마틴 마르지엘라 자신은 흰색 가운을 입지 않았다. 그는 오히려 청바지와 세일러 캡이 유니폼 수준이었다고 한다. <뉴욕 타임스> 기록에 따르면 그는 리바이스 청바지에 어두운색 세일러 캡을 썼고, 겨울에는 주로 블랙 스웨터, 여름에는 티셔츠랑 매치했다고 한다.




메종마르지엘라 라벨 속 숫자의 의미

메종마르지엘라 옷을 보면 라벨에 숫자가 잔뜩 있고 특정 숫자에 동그라미가 쳐진 것을 볼 수 있다. 이는 마틴 마르지엘라가 메종 마르지엘라를 지휘할 때부터 썼던 방식. 익명성을 강조한 그의 정신에서 유래한 것이다.


0은 100% 핸드메이드 제작인 여성 라인, 0과 10이 함께 체크된 경우는 100% 핸드메이드 제작이면서 남성 라인을 의미한다. 1은 컬렉션에서 선보인 여성 라인으로, 대체로 숫자 없이 흰색 무명 라벨이 붙어 있다. 4는 지난 컬렉션을 재해석한 여성 라인으로 시즌 상관없이 출시한 라인. 6과 10은 각각 기본적인 여성, 남성 라인을 의미하고 11과12는 액세서리와 보석 세공을, 13은 물건과 출판물을, 14는 4의 남성복 라인을, 15는 주문제작 및 컬래버레이션 라인을 의미하고 22는 슈즈 라인을 의미한다.



업사이클링 전문가 마틴 마르지엘라

마틴 마르지엘라가 컬렉션을 여는 장소들이 버려진 곳이거나 사람들이 선호하지 않는 장소였던 것처럼, 그의 컬렉션도 마찬가지였다. 마틴 마르지엘라는 자신의 첫 컬렉션에 쓴 붉은 페인트가 묻은 면 소재를 6개월 뒤에 열었던 두 번째 컬렉션에서 다시 사용하는가 하면, 1989년 가을겨울 컬렉션에서 깨진 도자기 접시 조각을 이어 붙여 조끼를 만들기도 했다. 또 1991년 가을겨울 컬렉션에서는 군용 양말여러 켤레를 이어 붙여 스웨터를 만들기도 했고, 1992년 봄여름 컬렉션에서는 오래된 사각 스카프로 컬렉션을 구성하기도 했다.


마틴 마르지엘라는 일상의 소재를 끌어다가 오래된 것들에 새 생명을 불어넣었다. 보통 항상 새로운 것을 선보여야만 하는 패션계의 질서에 반기를 드는 모습이기도 한다. 이런 마틴 마르지엘라의 경향 때문에 그에게는 '해체주의'라는 수식어가 붙은 것.



주목받기 시작한 것 세번째 컬렉션, 파리 20구 버려진 놀이터에서였다

마틴 마르지엘라 본격적으로 관심받기 시작한 것은 1989년 가을, 세번째 컬렉션에서였다. 그가 항상 그랬던 것처럼 이번 컬렉션을 선보인 장소도 그는 화려한 거리나 스튜디오가 아니였다. 파리 20구 지역의 버려진 놀이터였다. 누군가는 '지구 끝까지'라고 표현할 정도의 파리 외곽에 벌어진 패션쇼는 실제로 헤어드라이어나 조명을 킬 전기가 부족해 마르지엘라 스태프들이 집집마다 문을 두드리며 전기 코드를 요청해야할 정도로 장소는 열악했다.


이 패션쇼에서 더 재밌는 부분은 보통 쇼에는 유명인사, 언론인들을 많이 초대하곤 했는데 마틴 마르지엘라는 그 대신 그 동네의 사람들을 쇼에 초대한 점이다. 그러다보니 아이들, 동네 주민, 바이어, 언론인들이 마구 뒤섞여 쇼를 관람했다고 한다. 

버려진 놀이터이다보니 바닥도 고르지 못해서 모델을 워킹할 때 발에 계속 뭔가가 채였다고 한다. 아이들이 하도 돌아다니다 보니 식당에서처럼 아이들에게 자리에 앉으라고 소리를 치기도 했다. 피날레에는 모델의 남자친구들이 주변에 있던 아이들을 목마에 태워 무질서하게 걷기도 했다고 한다. 그러다 보니 위 사진들에서 보이는 것처럼 패션쇼라기보다는 마치 서커스쇼를 현장 같기도 하다. 이때 라프 시몬스도 있었는데 라프 시몬스는 이 패션쇼를 아주 생생히 기억하고 심지어 이 쇼를 보면서 눈물을 흘릴 정도로 신선한 충격을 받았다고 한다.



장 폴 고티에의 제자였다

마틴 마르지엘라는 장 폴 고티에(Jean Paul Gautier)의 제자였다. 마틴 마르지엘라 이전에 장 폴 고티에가 있었다고 할 만큼 장 폴 고티에도 인습 타파주의자이다. 비닐, 라텍스, 튤, 재활용 자재와 같이 하이 패션과 잘 어울리지 않는 소재로 고급의상을 만든 것도 그였고, 문신을 새긴 사람, 여러 신체 사이즈의 여성, 백발의 노인 등 다양한 일반인을 런웨이에 세웠던 것도 장 폴 고티에다. 그 유명한 마돈나의 '콘브라(원추형 브라)'도 그의 작품.


이런 장 폴 고티에 밑에서 마틴 마르지엘라는 1980년대 3년간 보조 디자이너로 일했다고 한다. 애트워프 왕립 예술학교를 갓 졸업하고 만난 스승이다보니 엄청난 영향을 줬을 듯!



에르메스의 수석 디자이너를 지냈던 마틴 마르지엘라

마틴 마르지엘라는 2003년까지 7년 동안 자신의 이름을 건 브랜드를 전개하며, 프랑스를 대표하는 패션 하우스 에르메스(Hermès)의 크리에이티브 디렉터를 겸직했다. 마르지엘라가 에르메스에서 선보인 열두 번의 컬렉션은 지금까지 출시된 모든 콜라보 중 가장 탁월한 콜라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마틴 마르지엘라가 에르메스에서 디자인했던 등이 깊게 패인 실크 상의와 여행 가방에 달린 이름표를 목걸이처럼 변형한 가죽 액세서리는 에르메스의 대표작이 되었으니까. 마르지엘라는 에르메스에 있는 동안, 편안한 착용감의 옷을 최고급 소재로 짓고 탁월한 장인 정신을 바탕으로 기존 패션 브랜드가 내세우지 않은 방식을 꾸준히 선보였다.


마틴 마르지엘라와 에르메스의 협업에서 가장 흥미로운 점은 마틴 마르지엘라가 에르메스를 떠난 뒤 임명된 수석 디자이너가 그의 스승 장 폴 고티에였다는 점이다.



마틴 마르지엘라의 첫 손님은 꼼데 가르송의 레이 가와쿠보

메종 마르지엘라의 첫 고객은 바로 꼼데가르송의 레이 가와쿠보다. 제니 메이런스가 벨기에에 첫 꼼데가르송 매장을 오픈하기 위해 레이 가와쿠보를 만났는데, 마틴 마르지엘라와 평소 친했던 메이렌스는 머리부터 발끝까지 마틴 마르지엘라로 차려입고 만났다고 한다. 미팅을 하면서 가와쿠보는 메이렌스의 패션을 말없이 관찰했고, 메이렌스가 결국 자기 패션에 대해서 어떻게 생각하냐고 물어보자신발이 마음에 든다고 표현한 것. 그리고 그 자리에서 마르지엘라표 신발을 레이 가와쿠보가 주문했다고 한다. 레이 가와쿠보도 해체주의의 대표적인 디자이너인만큼 꽤 의미 있는 첫 손님이다.



칸예와 마르지엘라는 절친 사이다.

칸예웨스트와 마틴 마르지엘라는 절친이다. 2016년 11월, 원래 사진 한 장 뿐이던 칸예의 인스타가 온통 마르지엘라 사진으로 도배됐던 적이 있다. 마치 마르지엘라를 향한 헌사라도 보내듯, 그의 인스타를 99장이나 달하는 마르지엘라 관련 사진으로 도배를 했다. 그래서 사실 아는 사람은 다 아는, 그런 친분관계.


마르지엘라를 향한 칸예의 애정은 이뿐만이 아다. 자신의 곡 'Niggas in Paris'에서도 'What's that jacekt, Margiela?'라는 가사에서 알 수 있듯 자신의 곡에서 마르지엘라를 언급하기도 했고, 당시 마르지엘라가 누군지도 모르던 안내 킴 카다시안(Kim Kardashian)에게 마르지엘라 옷을 사다 입히기도 했었다. 그리고 그는 인터뷰에서도 공공연히 마틴 마르지엘라에 대한 애정을 드러냈다.


이런 애정에 화답하듯 마틴 마르지엘라도 칸예의 2013년 <이저스 Yeezus> 투어를 위해 크리스털로 뒤덮은 가면, 10벌의 쿠튀르 피스, 8벌의 레디투웨어 의상을 특별히 제작해줬다고 한다. 이제 손절하는 게.. 어떤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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