찍먹하고 나온 스타트업 이야기 4
이왕이면 모든 사업이 순풍에 돛을 단 배처럼 흘러가면 좋겠지만 아무리 좋은 아이디어를 갖고 있을지라도 무(无)에 가까운 적은 자본으로 거대한 경쟁에 뛰어들기란 그리고 그 안에서 생존하는 일이란 너무나 너무나 어려운 일이고 사실 불가능에 가깝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맨땅에 헤딩을 피할 수 없다면 나름의 즐거움이 있다는 것을 배우면 더 좋지 않을까. 멘땅에 헤딩을 해본 자 만이 알 수 있는 것들이 있다.
기본기의 힘
우리는 모두 기본이 중요하다는 사실을 이론적으로는 알고 있다. 하지만 이것을 직접 피부로 체감할 때 더 많은 깨달음을 얻는다. 탄탄한 가설과 논리, 충분한 레퍼런스와 마켓 리서치, what if에 대한 끊임없는 검증, 다양한 확률계산 등, 베이스가 탄탄한 모델은 덜 쉽게 무너진다. 그 반대로, 얼마나 부실한 모래성이었고 무모한 도전이었는지 쓰린 경험을 겪게 되기도 한다. 왜 이게 될 수밖에 없는지에 대한 뒷받침이 더해질수록 성공에 대한 믿음이 생기게 된다. 그리고 그렇게 다져진 믿음은 거친 폭풍 속에서 우리를 지탱하고 다시 일어날 수 있도록 도와준다.
실패 그게 뭐 별거!
대부분의 사람들은 실패를 두려워하고 피하려 한다. 하지만 한번 맨땅에 헤딩을 해보면 실패에 대한 자신감이 생긴다. 실패를 두려워하지 않는 유연한 맷집을 키우며 내공이 쌓이고 더욱 단단해진다. 두려움을 맞닥뜨려본 사람만이 두려움을 이겨내는 방법을 알게 되고, 실제로는 그것이 그렇게 두려울 것이 아님을 깨닫게 된다. 실패를 경험해야 한다는 것이 아니라, 실패를 두려워하지 않는 것이 중요하다는 것이다. 모든 실수가 실패로 이어지지는 않지만, 모든 실패 속에는 실수가 있다. 그 실수를 찾아서 고치는 것이 중요하다. 그러면 반드시 새로운 길이 열린다.
몸소 감각을 읽히게 된다
시장의 변화를 감지하는 감각, 사업에 대한 감각, 사람에 대한 감각, 돈에 대한 감각 등 유용한 능력들을 굉장히 빠른 시간 안에 체득할 수 있다. 대부분의 스타트업은 인력이 모자라다. 때문에 한 사람이 여러 가지 역할을 맡는 경우가 많고, 이는 A부터 Z까지 다양한 업무를 경험해 볼 수 있는 기회가 된다. 작은 스케일로 기획부터 실행까지 경험하다 보면, 나중에 더 큰 규모를 감당하는 일이 훨씬 수월해진다.
사실 말이 쉽지 정말 힘든 싸움이지만 그래도 피할 수 없다면 즐겨야 하지 않을까. '남의 돈으로 맨땅에 헤딩하는 경험을 어디서 하겠어 이건 돈주고도 못하는 경험이야!'라고 생각하면 그 시간이 너무 힘겹게 느껴지지만은 않다. 무엇보다 같이 맨땅에 헤딩하는 사람들과 끈끈한 전우애 같은 것이 생긴다. 이 글을 쓰다 보니 같이 고생하며 고군분투했던 추억이 새록새록 솟아난다. 그 시간이 그립지는 않다. 하지만 돌아보면 값진 경험이었던 것은 확실하다.
※ 지극히 개인적인 경험을 바탕으로 개인적인 생각과 이야기를 씁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