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이스 리: 애욕(에로티시즘)
우리의 눈을 현혹하며 은밀한 에로티시즘에 잠기게 하는 조이스의 그림은 유혹과 관능의 모티프로 가득하다. 팽팽히 부풀어 오른 남성의 성기며 폭포수가 흐르는 여성의 음부는 대단히 실제적인 몸짓이면서 노골적인 사랑의 초대이다.
그러나 별안간, 탐조등의 불빛을 밝히며 ‘그'와 ‘그녀'’의 몸을 구석구석 탐닉하던 중 우리는 느닷없이 공기처럼 베어드는 불안감에 맞닥뜨린다. 터지기 일보 직전인 풍선껌, 두둥실 부유하는 비눗방울, 맥없이 꺼져버린 촛불은 아슬아슬하고 부서지기 쉬운 사랑의 나약함을 무심히 전개한다.
여기서 나는 ‘결속’에 대한 작가의 내밀한 열망을 읽는다.
이는 남성의 관음적 시선에 부합하는 부끄러움도, 페미니스트들이 주창하는 당당한 몸의 해방도 아니다.
다만 타인으로부터 자신이 진지하게 받아들여지길 바라는 마음과 동시에 욕망의 대상으로 보이고 싶다는 마음이 서로 엉겨 부대낄 뿐.
그런데 이 두 마음의 교차가 빚어내는 이중주에 초대하지 않은 외로움이 불쑥 끼어들어 불혐화음을 낸다.
어쩌면 우리는 영영 서로에게 가 닿지 않을지 몰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