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0 K리그1 27R
코로나 19, 무관중, 대역전극, 스타 컴백, 라이징 스타. 다사다난했던 '2020 K리그1'의 최종 우승자는 결국 또 전북이었다. 지난 울산전을 승리하며 1위로 올라선 전북은 대구를 2대 0으로 이기며 미끄러지지 않았다. 전북의 K리그 역대 최다 우승(8회)이자 최초 4년 연속 우승이었다. 게다가 2009년 전북 유니폼을 입고 12년간 활약한 이동국의 은퇴 경기라 더욱 의미가 깊었다. 우승 세리머니 이후 은퇴식에선 구단주 정의선 현대차 회장이 직접 나와 미니밴을 선물했고, 20번은 영구결번으로 기록됐다. 라이벌 울산이 지난해 역전 준우승의 아픔을 지우고자 공격적인 영입으로 스쿼드의 깊이를 더했지만 전북은 우승 경험이 있었다. 전북은 울산보다 패배가 많았고, 득점도 뒤졌지만 3차례 맞대결에서 한 번도 지지 않으며 승점을 영리하게 쌓았다. 게다가 부진한 초반 흐름을 만회하기 위해 구스타보, 바로우를 영입해 부족했던 공격력을 메웠다. 비록 '닥치고 공격'시즌처럼 화끈한 골이 없더라도 모라이스 감독은 결국 우승이란 결과물로 본인의 능력을 증명했다.
반면 강등의 주인공은 1년 전 승격의 기쁨을 누렸던 부산이었다. 10위 부산, 11위 성남, 12위 인천. 객관적으로 가장 유리한 위치에 있었던 팀은 부산이었다. 게다가 이동준의 환상적인 선제골로 앞서 나갈 때만 해도 잔류가 확정적이었다. 하지만 성남의 신예 홍시후, 센터백 마상훈에게 내리 골을 허용하며 지난 라운드에 이어 또 역전패를 당했다. 리그 데뷔골을 가장 중요한 순간 터뜨린 홍시후의 집중력이 돋보였고, 절대 울지 않을 것 같던 김남일 감독은 눈물을 흘리며 잔류에 기뻐했다. 같은 시간 인천이 아길라르의 센스 있는 결승골로 서울을 꺾고 승점 3점을 챙기며 결국 최하위는 부산으로 결정됐다. 5승 10무 12패로 12개 팀 중 가장 승리가 적었고, 무승부는 제일 많았다. 빈약한 득점력을 해결해줄 외국인 선수가 없었고, 국가대표 선수들을 대거 보유하고도 부족한 수비 조직력으로 무너졌다. 해체 후 연고지 이전으로 K리그2 강등이 예정된 상주의 역대 최고 성적을 돌이켜보면, 부산의 K리그1 재승격은 그리 쉬운 일은 아닌 것 같다.
잔류를 확정 지으며 한숨 돌린 강원과 수원이 각자의 목표를 안고 최종전에서 맞붙었다. 파이널B 독주를 이어가는 강원은 정지용, 김수범 등 다양한 선수들을 실험하며 경험치를 쌓고 있다. 4경기 연속 무패행진(3승 1무)으로 상승세지만 수원만 만나면 약해졌던 징크스를 깨기 위해 나섰다. (지난 9월 20일 홈경기도 1대2로 수원에 패했다.) 수원 출신 신세계가 선발로 스리백의 한 축을 맡았으며, 조지훈 역시 교체명단에 이름을 올렸다. 한편 지난 경기 5경기 무패 행진이 깨졌지만, 경기력 자체는 훌륭한 수원은 '아시아 무대'가 목표다. 수원은 11월 18일부터 12월 13일까지 카타르 도하에서 남은 아시아 챔피언스리그 잔여 경기가 빡빡하게 남아있다. 박건하 감독은 4경기 1골 2도움을 기록하며 주전으로 거듭난 김태환, 오랜만에 성남전에 골맛을 본 김건희를 선발 투입했다.
조심스러운 분위기 속에 수원이 이른 시간 선제골을 기록했다. 전반 6분 김민우의 프리킥 크로스를 헨리가 다이빙 헤더 골로 연결했다. 올해 수원에 합류해 단숨에 수비의 중심으로 자리 잡은 헨리의 리그 데뷔골이었다. 선제골 이후에도 수원은 공격을 계속 시도했고 빠르게 추가골을 뽑았다. 전반 18분 신세계가 몸을 날려 수비하는 과정에서 핸들링 반칙을 범해 페널티킥을 허용했다. 타가트는 침착하게 골망을 흔들었고 리그 9호 골을 기록했다. 시즌 초반 태업 논란과 주승진 감독대행과의 불화로 부진했지만, 결국 수원 최고득점자는 타가트였다. 2골 차로 전반을 내준 강원은 후반전 시작과 동시에 라인을 올리며 수원을 압박했다. 짜임새 있는 압박과 빠른 패스 플레이로 수원을 괴롭히던 강원은 흐름을 서서히 가져왔다. 결국 후반 8분 김승대가 수비를 뚫고 패스한 공을 고무열이 침착하게 마무리하며 만회골을 넣었다. 기복은 있었지만 결국 고무열은 24경기 9골 1도움으로 팀 내 최다골을 기록하며 건재함을 보여줬다.
1대 2 상황에서 수원 장호익, 한석종, 강원 이재권이 연이어 경고를 받을 정도로 순위와 상관없이 의외로(!) 치열한 몸싸움과 경합이 이어졌다. 후반 26분 김영빈이 일대일 기회에서 슈팅까지 시도했지만 양형모의 선방에 막혀 동점에는 실패했다. 김병수 감독은 김지현, 정지용을 투입해 더욱 공격적으로 몰아붙였지만, 수원의 수비는 흔들리지 않았다. 결국 수원은 15승 4무 5패로 강원에 강한 면모를 이어갔고, 내년을 기대하게 만들었다. 박건하 감독은 강등 위기 수원의 지휘봉을 맡아 8경기 동안 승점 14점을 벌었고, 수비 불안을 빠르게 다잡으며 반등에 성공했다. (베테랑 염기훈의 출전 시간을 조절하고, 타가트를 되살려낸 건 기적에 가까웠다.) 수원은 아시아 챔피언스리그 G조 최하위(2패)로 남은 경기를 3일 간격으로 치러야 하는 상황에서 후반기 상승세를 이어갈 필요가 있다.
리그 최종전을 하루 앞두고 서울에 비보가 전해졌다. 서울 원클럽맨이자 2016년 우승 멤버였던 김남춘이 사망했다는 충격적인 소식이었다. 김남춘은 2016년 황선홍 감독 부임 이후 4백의 중심으로 곽태휘와 호흡을 맞추며 든든한 수비력을 뽐낸 선수였다. 전북과의 리그 마지막 경기에서도 풀타임으로 출전하며 우승의 핵심 선수로 맹활약했고, 상무 제대 이후 서울로 복귀해 올해도 꾸준히 주전으로 활약했다. 올해 K리그 100경기 출전을 달성했고, 팬들에게 항상 친절했고 고마움을 표시하곤 했다. 23라운드 수원전 부상 교체 이전에는 1경기를 빼고 전부 출전하며 수비진을 이끌었다. 너무나 갑작스러운 이별에 팬과 선수 모두 슬픔에 헤어 나올 수 없었다. 서울 팬들은 N석 입구에 추모 공간을 마련해 국화꽃과 추모의 메시지를 전했다. 서로 죽일 듯 미워했던 라이벌 수원 팬도 안타까운 이별에 명복을 빌었고, 경기 전 묵념의 시간도 있었다. 아울러 전반 4분 김남춘의 등번호 4번에 맞춰 박수를 치며 그를 추모했다.
서울은 최전방에 박주영을 중심으로 오스마르-김원식이 수비진을 보호하는 4-2-3-1 포메이션을 가동했다. 다들 큰 충격을 받았지만 김남춘을 위해 최선을 다하자고 힘을 모으며 선수단은 빠르게 분위기를 추스렀다. 잔류를 위해 반드시 승리가 필요한 인천은 필승 조합 아길라르-무고사를 최전방에 투입했고, 양준아-문지환-오반석 스리백을 택했다. 경기 초반 양 팀은 날카로운 공격을 주고받았다. 전반 10분 서울이 먼저 오스마르의 날카로운 슈팅으로 포문을 열었고, 인천 역시 곧바로 아길라르의 강력한 슈팅으로 골문을 노렸다. 이후 분위기는 공격적인 서울이 가져가며 김진야, 조영욱이 슈팅을 아끼지 않았지만 정확도가 부족했다. 선제골이자 결승골은 예상치 못한 곳에서 터졌다. 전반 32분 정동윤의 패스를 아길라르가 측면에서 끌고 올라가다가 그대로 슈팅을 시도했다. 당연히 크로스가 올라올 줄 알고 아주 약간 골문을 비운 양한빈이 다급하게 몸을 날렸지만, 아길라르의 센스 있는 슈팅은 골로 연결됐다. 기세가 오른 인천은 이후 무고사가 일대일 기회까지 잡았지만 쐐기골을 넣지 못해 불안한 리드를 이어갔다.
인천은 늘 그렇듯 후반 시작과 함께 송시우를 투입했고, 서울은 후반 4분 한승규를 투입해 공격의 의지를 보여줬다. 후반 8분 지난 경기 골맛을 본 박주영의 프리킥이 다시 한번 골대를 노렸지만 살짝 벗어났다. 서울은 권성윤, 윤주태까지 투입하며 슈팅을 시도했지만 인천의 끈질긴 수비와 이태희의 선방이 한 수 위였다. 후반 막판에는 경기가 크게 과열됐다. 골키퍼 양한빈까지 세트피스에 가담한 상황에서 거센 몸싸움이 펼쳐졌다. 양한빈은 역습을 막으려고 김도혁을 거칠게 걷어찼고, 선수들은 뒤엉켜 크게 충돌했다. 결국 양한빈, 오반석이 퇴장당했고 경기는 그대로 끝나며 인천의 잔류가 결정됐다. 서울 여러 선수들은 김남춘을 떠올리며 눈물지었고, 인천은 반대로 축제 분위기였다. (상암 S석에서 인천 팬들이 환호하는 장면은 눈살을 찌푸렸다. 원칙상 원정 응원 금지였지만, 인천 유니폼이나 머플러를 두르지 않아 마땅히 제제할 방법이 없었다.) 14라운드까지 1승도 거두지 못하고 올해는 정말 힘들 것 같았던 인천은 또다시 1부 리그 잔류에 가까스로 성공했다. 조성환 감독의 긴급 투입 이후 극적으로 분위기 반전에 성공한 만큼 내년에는 달라져야만 한다.
10위 부산, 11위 성남. 확률상 유리한 위치에 있지만 '잔류왕' 꼴찌 인천의 뒷심을 무시할 수 없어 외나무다리에 있는 두 팀이었다. 수많은 경우의 수가 있지만 결국 승리하면 살아남는 심플한 규칙 위에서 이미 강등을 경험해본 두 팀이 맞붙었다. 퇴장 징계로 3경기 만에 벤치로 돌아온 김남일 감독은 김영광 골키퍼를 중심으로 임승겸-연제운-마상훈으로 스리백을 꾸렸다. 이재원, 김동현, 서보민 등이 중원에 나섰고, 승부수는 최전방이었다. 나상호의 짝으로 유망주 홍시후를 낙점했다. 시즌 초반 맹활약하며 돌풍을 일으켜 연령별 대표팀에도 발탁되었지만, 아직 공격 포인트도 하나도 없는 공격수이기에 파격적인 선발이었다. 부산은 김정현-박종우를 수비형 미드필더로 내세워 포백을 보호했고, 이정협, 이동준, 호물로, 이규성 등 공격적이고 빠른 선수들을 대거 투입했다. 다득점에 우위가 있어 비기기만 해도 순위 역전을 당하지 않는 부산은 가장 유리한 입장이지만 분위기가 어수선했다. 지난 인천전 이동준의 선제골을 지키지 못하고 역전패를 당하며 스스로 잔류 확정을 지을 기회를 놓쳤기 때문이었다. 그렇게 '강등'이란 악몽이 걸린 경기가 시작됐다.
'수비'로 대표되는 리그 최소 득점팀 성남은 예상과 다르게 공격적으로 경기를 풀어나갔다. 호물로의 날카로운 프리킥으로 시작된 경기는 전반 8분 성남이 기회를 잡았다. 코너킥 이후 혼전 상황에서 홍시후가 결정적인 기회를 잡아 슈팅까지 연결했지만 골문을 살짝 벗어났다. 이후 전반 22분에도 나상호가 페널티박스 안쪽에서 감아 찼지만 최필수가 막아냈다. 점유율을 높여가며 공격을 계속 시도하던 성남은 부산의 한방에 당했다. 전반 31분 이번에도 주인공은 에이스 이동준이었다. 오른쪽에서 올라온 크로스가 성남 수비에 막혀 튀어 오르자, 곧장 뛰어들어가 환상적인 발리 슈팅으로 선제골을 뽑아냈다. 다급해진 성남은 후반전 시작과 동시에 스트라이커 토미를 투입했고, 후반 16분 김동현을 대신해 공격수 김현성까지 교체하며 총공세를 펼쳤다. 후반 10분 결정적인 이재원의 헤더를 최필수가 막아내며 계속 좋은 컨디션을 보여줬기에, 이대로라면 강등인 성남은 더욱 라인을 끌어올리수밖에 없었다. 그리고 결국 간절한 공격 전개는 2001년생 신인 홍시후의 발끝으로 결실을 맺었다.
후반 20분 서보민의 크로스를 홍시후가 침착하게 키핑 했고, 보디 페인팅 이후 강력한 왼발 터닝 슈팅으로 골망을 흔들었다. 전반 초반 아쉬운 실수를 만회하는 매우 귀중한 동점골이자 홍시후의 소중한 프로 데뷔골이었다. 부산 역시 다시 맞불을 놓았지만, 이미 분위기는 성남의 몫이었다. 후반 32분 마침내 세트피스 상황에서 마상훈이 대역전극을 완성했다. 토미의 프리킥을 홍시후가 밀어줬고, 마상훈이 그대로 마무리지으며 골망을 흔들었다. 지난 경기에 이어 이동준의 선제골을 지키지 못하고 역전패한 부산이 결국 2020년 강등팀이 되었다. 신인감독 김남일은 잔류 확정과 동시에 눈물을 흘리며 선수들과 포옹을 나눴다. 탄탄한 수비와 다르게 빈약한 공격력이 약점이던 성남은 7골을 뽑아낸 나상호의 활약과 센세이션 한 저돌성을 보여준 홍시후의 활약이 돋보였다. (토미+김현성+양동현을 합쳐도 시즌 중반 합류한 나상호보다 골이 적다.) 김남일 감독은 잔류라는 절반의 성공을 거뒀고 내년 시즌 준비를 단단히 해야 한다는 교훈을 얻었다. 한편 부산은 2경기 연속 역전패당하며 5년 만에 승격하고 1년 만에 강등당하는 수모를 겪었다. 이동준, 김문환, 이정협 등 A대표 선수를 대거 보유하고도 씁쓸한 결과를 맞이한 부산은 9월 말 조덕제 감독 사퇴의 충격요법도 결국 통하지 않았다.
전북의 4년 연속 우승 도전을 앞두고 이동국의 전격 은퇴 발표가 있었다. 1998년 프로 데뷔 후 40대까지 스트라이커로 활약해온 이동국의 이별은 어느 정도 예상되었지만 고별전이 올해가 될지는 몰랐다. 전북 유니폼을 입고 K리그 우승 7회, 아시아 챔피언스리그 우승 1회를 거둔 주장 이동국의 마지막을 우승으로 장식할 기회를 잡았다. 지난 울산전 맞대결에서 승리를 거두며 1위로 역전한 전북은 대구를 상대로도 최정예 멤버를 내세웠다. 최강희 전임 감독이 이야기했던 대로 "무승부만 해도 되는 경기가 가장 무섭다"라는 말처럼 자칫 지키는 경기를 하려다 발목 잡힐 위험이 있기 때문이다. 이동국이 최전방에 나섰고, 조규성, 바로우를 윙어로 내세웠다. 리그 MVP 후보 손준호 역시 수비형 미드필더로 선발 출전했다. 대구는 데얀과 세징야 외국인 공격수 투톱을 내세웠고, 김우석-조진우-정태욱 스리백으로 높이를 강화했다.
강한 전방 압박으로 경기를 풀어나간 전북은 주도권을 빠르게 잡았다. 전반 13분 쿠니모토가 띄워준 공을 이동국이 가장 자신 있는 발리 슈팅으로 연결했지만 골키퍼 정면으로 향했다. 이후 손준호의 프리킥 역시 최영은이 막아냈지만, 전반 27분 조규성은 막지 못했다. 바로우의 패스를 최철순이 정확한 크로스로 올렸고, 조규성이 달려들며 헤더 골로 마무리했다. 은퇴하는 이동국의 후계자임을 자청하듯 조규성은 전반 40분 추가골까지 넣으며 승부에 쐐기를 박았다. 바로우가 측면에서 슈팅한 공이 조진우를 맞고 튕겨 나오자, 조규성이 정확하게 차 넣으며 골망을 흔들었다. 조규성은 시즌 내내 U22카드로 중용받았지만 최전방이 아닌 윙어 위치에서 다소 아쉬운 공격력을 보이며 22경기 2골에 그쳤지만, 이날은 달랐다. 대구는 이후 추격을 위해 여러 차례 슈팅을 시도했지만 골문을 벗어나거나 송범근에게 가로막혔다. 오히려 추가골을 노리는 전북의 공격력과 이동국의 마지막 골을 위한 단합력이 빛을 발했다.
후반 20분 바로우의 돌파를 이동국이 슈팅으로 연결했고, 코너킥 상황에서 이동국의 헤더가 정확하지 않았다. 역습 상황에서도 이승기가 이동국에게 패스를 내줬지만 아쉽게 정태욱에게 가로막혔다. 안정적으로 수비 위주로 경기를 끌고 가며 전북은 그대로 승리를 거두며 역전 우승을 차지했다. 울산이 3대 0으로 최종전을 마무리했지만, 1위 전북은 최후의 순간 실수하지 않았다. 특히 레전드 이동국은 본인의 마지막 K리그 경기를 풀타임으로 소화하며 아름답게 우승으로 마무리했다. 전북은 지난해에 이어 역전 우승에 성공했고, K리그 최초로 4회 연속 우승은 물론 성남(7회)을 제치고 최다 우승팀 반열에 올랐다. 약팀에 발목을 잡히거나, 답답한 공격력을 선보였지만 결국 모라이스 감독은 우승을 차지하며 어쨌든 명장임을 증명했다. (게다가 FA컵 결승전도 남겨둬, 더블에 대한 가능성을 높였다.) 결국 투자 없이는 우승도 없고, 투자가 있더라도 승리의 경험이 중요하다는 걸 전북은 올해도 보여줬다.
'행복 축구'의 주인공 포항과 상주가 최종전을 치렀고, 3,280명의 관중이 스틸야드를 찾았다. K리그1 마지막 경기를 치르는 상주는 4-1-4-1 포메이션으로 나섰다. 김태완 감독은 "포항전에선 난타전 제대로 하고 싶다. 최상의 멤버를 꾸리겠다"라며 이미 공격 축구를 예고했다. 최전방은 활동량이 뛰어난 박동진이 맡았고, 박용우, 허용준, 김보섭, 송승민이 조력자로 나섰다. 주장 권경원은 유종의 미를 거두기 위해 포백의 지휘를 맡았다. 포항 역시 다득점 1위를 위해 공격적인 선수들을 대거 기용했다. 먼저 고국으로 떠난 팔로세비치의 빈자리를 이승모가 메웠고, 송민규와 심동운이 측면에 선발 투입됐다. 레전드 김광석이 벤치에서 시작하는 대신 권완규와 하창래가 중앙 수비를 맡았다. 득점 2위 일류첸코 역시 최전방에 투입돼 공격의 무게감을 높였다.
중원에서 팽팽한 기싸움을 펼치던 포항은 전반 11분 일류첸코의 슈팅으로 포문을 열었다. 수비가 애매하게 걷어낸 공을 일류첸코가 빠르게 달려들어 슈팅까지 연결했지만 이창근의 발에 막혔다. 이후 상주 송승민의 헤더, 포항 심동운의 슈팅으로 공격을 주고받았지만 골은 터지지 않았다. 교체 카드는 상주가 먼저 뽑아 들었다. 후반 시작과 함께 정원진을 투입하고, 이어서 우주성까지 그라운드를 밟았다. 0의 균형을 깬 주인공은 전반부터 활발했던 일류첸코...인줄 알았다. 후반 16분 강상우가 수비수를 속이고 크로스를 올렸고, 일류첸코를 지나 그대로 골문으로 빨려 들어갔다. 이후 일류첸코는 결국 후반 33분 추가골을 터뜨리며 승기를 잡았다. 권경원이 페널티킥 만회골을 터뜨렸지만, 후반전의 주인공은 교체 투입된 포항 유스 출신 고영준이었다. 지난 8월 데뷔골로 팀 통산 1,800호 골을 완성한 고영준은 자신감 넘치는 움직임으로 공격을 이끌었다. 후반 39분 팔라시오스의 패스를 침착하게 밀어 넣으며 팀의 세 번째 골을 넣었다. 고영준은 투입 15분 만에 1골 1도움을 기록하며 내년 기대치를 더욱 높였다.
포항은 결국 3대 1로 마지막 홈경기를 기분 좋게 마무리하며 팬들에게 기쁨을 선물했다. 김기동 감독은 "행복한 한 해를 보냈다. 우리가 목표했던 것은 다 이루었다"라며 ACL 진출권 획득, 리그 최다 득점 달성, 리그 3위에 만족했다. 시즌초 심상민, 김용환, 허용준이 나란히 상무에 입대해 전력 공백이 생겼고, 동해안 더비 0대 4 완패도 당하며 우여곡절도 많았다. 하지만 김기동 감독은 빠르게 팀을 재정비하며 더욱 탄탄한 원팀을 만들었다. 우승을 노리는 전북, 울산에 비해 부족한 투자에도 확실한 외국인 선수, 탄탄한 유스를 활용해 강상우, 송민규 등 스타까지 배출했다. 특히 강상우는 8골 12도움으로 도움왕에 올랐고, 상주 전역 이후 포항에서 공격수가 아닌 수비수로 나서면서도 맹활약했다. 상주 역시 이날 경기를 마지막으로 10년간의 동행을 마무리했고, 역대 최고 성적인 4위로 K리그1을 떠났다. 내년 김천으로 연고지를 옮겨 K리그2에서 새롭게 시작하는 상무는 승격 후보 1순위다. 김태완 감독의 강력한 동기부여로 주축 선수 전역 이후에도 팀의 경쟁력을 꾸준히 유지한 경험은 내년에도 이어질 전망이다.
뼈아픈 전북전 3연패에 발목 잡힌 울산을 결국 2위로 떨어졌다. 울산은 승점 3점 차로 무조건 광주를 이기고, 전주에서 열리는 경기 결과를 지켜봐야 하는 입장이었다. 지난 시즌 역전 준우승에 머물고, 공격적인 투자로 우승을 코앞에 뒀던 울산은 당연히 총력전을 펼쳤다. 윤빛가람, 김인성, 원두재, 정승현, 홍철, 조현우 등 최고의 멤버를 4-1-4-1 포메이션 선발 명단에 올렸다. 지난 전북전에 선발로 나선 이청용이 빠지고 김태환이 복귀했고, U22 카드는 설영우였다. 이에 맞서 광주는 스트라이커 펠리페가 빠진 가운데 김주공, 엄원상, 김정환으로 공격진을 꾸렸다. 골문은 이진형이 지켰고, 이으뜸-홍준호-한희훈-정준연 노련한 포백을 구성했다. 광주는 파이널A 전패를 피하고 기분 좋게 유종의 미를 거두기 위해 경기에 나섰다.
무승부도 곧 패배인 울산은 시작부터 강하게 광주를 몰아쳤다. 홍철, 김태환이 좌우에서 적극적으로 오버래핑, 크로스를 시도했다. 하지만 광주의 역습 역시 만만치 않았고, 그 중심에는 올 시즌 핫한 엄원상이 있었다. 전반 17분 강력한 오른발 슈팅을 때렸고, 조현우가 가까스로 손끝으로 쳐내며 크로스바를 맞고 나갔다. 하지만 전반 34분 승리가 간절한 울산이 기어이 선제골을 터뜨렸다. 신진호가 오른쪽에서 크로스를 올렸고, 윤빛가람이 발리 슈팅으로 마무리했다. 2분 뒤에는 득점왕 주니오가 정확한 왼발 슈팅으로 추가골을 뽑으며 승기를 굳혔다. 주니오의 시즌 26호 골이었고, 2위 일류첸코(19골)보다 7골이나 많은 대기록이었다. 두골 차에도 울산은 후반 시작과 동시에 이근호를 투입했고, 이어 후반 18분 이청용, 후반 36분 이동경까지 그라운드에 나섰다. 홈팬들 앞에서 유종의 미를 거두려는 의지가 엿보였다.
17개의 슈팅을 시도한 울산은 교체로 들어온 이동경이 안방에서 세 번째 골까지 터뜨렸다. 이동경과 이근호의 패스 플레이를 이동경이 깔끔한 왼발 슈팅으로 마무리하며 승리를 확정 지었다. 국가대표에 꾸준히 뽑히며 중용되지만 소속팀에서는 교체 명단이 익숙한 이동경의 씁쓸한 골이었다. 하지만 3대 0 대승에도 울산을 웃을 수 없었다. 전북 역시 대구를 꺾고 승점을 추가했고, 2년 연속 극적인 준우승에 머물렀기 때문이다. 김도훈 감독은 "시작은 좋았다. 마무리가 안 좋아 아쉽다. 많이 늙었다."라며 아쉬움을 전했고, 울산 팬들은 공격적인 투자에 걸맞은 성적을 거두지 못한 슬픔에 망연자실했다. 울산은 아직 FA컵 결승전이 남아있지만, 상대가 전북이라 마냥 기대만 가득하지 않다. 울산이 중요한 경기, 게다가 상대가 전북이면 어이없이 무너지는 트라우마를 쉽게 극복할지 미지수기 때문이다.
FW 아길라르 홍시후 주니오
MF 조규성 원두재 고영준 손준호
DF 강상우 마상훈 헨리
GK 송범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