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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샘바리 Oct 28. 2020

[26R] 잔류왕 인천이 또? 챔피언 전북이 또?

K리그 1 26R

울산이 또. 인천이 또. 믿을 수 없을 정도로 막판에 달라지는 두 팀이 26라운드의 주인공이었다. 사실상 결승전인 전북과 울산의 홈경기에는 베스트 멤버가 총출동했다. 나란히 4-1-4-1 포메이션으로 나섰고 팽팽한 초반 분위기는 골대 강타로 뜨겁게 달아올랐다. 이용의 과감한 중거리 슈팅이 골대를 맞고 나오자, 윤빛가람 역시 정확한 프리킥 슈팅을 시도했지만 튕겨 나왔다. 전반 중반 조현우가 구스타보의 페널티킥마저 막아내자 우승이 울산 쪽으로 기운 듯했다. 하지만 올해 2차례 어이없는 퇴장과 실수로 무너진 울산이 또 자멸했다. 후반 19분 김기희의 무의미한 백패스를 바로우가 빠르게 따라가 결승골로 만들었다. 결국 울산은 팬들의 공격적이고 처절한 걸개("우릴 조롱거리로 만들지 마라")에도 불구하고 다시 2위로 내려앉았다. 무조건 최종전을 이기고, 전북이 패배하기를 기도해야 하는 처지다.

잔류왕 인천 역시 후반전 많은 홈 팬들에게 잊지 못할 명승부를 선물했다. 전반 43분 역습 상황에서 부산 이동준이 헤더 골을 넣을 때만 해도 강등이 코앞에 다가왔다. 하지만 김대중, 송시우를 투입해 공격라인을 끌어올린 인천은 포기하지 않았다. 그리고 동점골, 역전골이 터지는 데는 단 70초가 걸렸다. 후반 29분 무고사의 크로스를 김대중이 정확한 헤더로 골망을 흔들었다. 잔류를 위해서는 무조건 승리가 필요했던 인천은 공을 빼앗아 빠르게 뛰어 하프라인으로 되돌아 갔다. 뒤이어 정동윤이 측면에서 전진하다가 과감한 슈팅으로 역전골을 만들자 인천은 열광의 도가니로 변신했다. 여전히 인천이 꼴찌지만 고작 승점 1점 차이라 11위 성남, 10위 부산도 안심할 수 없는 상황이다. 끝날 때까지 끝난 게 아닌 K리그. 결국 우승과 강등의 행방은 최종전에 가려진다.


- 수원 1 : 2 성남 : 분노와 아쉬움 혹은 희망과 변화로 기억될 2020년 막바지.

수원을 5경기 무패(3승 2무), 잔류로 이끈 박건하 감독이 처음으로 홈팬들을 만났다. '당연한 것들을 기다립니다'라는 제목의 손편지가 쌀쌀한 날씨 속에도 빅버드를 찾은 관중들에게 전달됐다. "더욱 강하고 단단해진 모습으로 푸른 함성으로 가득 찬 이곳 빅버드에서 내년에 다시 만날 것을 약속드립니다.”라는 박건하 감독의 자신감 넘치는 마지막 인사에 희망을 엿볼 수 있었다. 타가트를 대신해 김건희를 한석희와 투톱으로 기용했고, 양상민-헨리-장호익 스리백을 다시 선택했다. 잔류를 확정 지었지만 홈팬들 앞에서 승리를 선물하려는 의지는 김민우, 한석종, 고승범 등이 총출동한 중원을 봐도 엿볼 수 있었다. 반면 14 실점하며 5연패의 수렁에 빠진 강등 위기 성남은 간절한 상황이었다. 최하위 인천과 승점이 고작 1점 차이인 데다가, 최근 연패와 퇴장으로 분위기만 놓고 보면 지난 강등 당시 흐름과 닮았기 때문이었다. 성남은 후반 교체로 들어와 짧은 시간만 기회를 부여받았던 토미를 나상호와 함께 선발 공격진에 배치했다. 출장정지에서 돌아온 연제운이 스리백을 이끌었고, 골문은 베테랑 김영광이 지켰다.


신중하지만 적극적으로 공격을 주고받은 초반에 서로 슈팅을 주고받았다. 마냥 수비 라인을 내리고 이렇다 할 역습도 포기한 지난 서울전과는 성남의 분위기가 달랐다. 하지만 전반 8분 유기적인 패스 플레이를 선제골로 마무리한 수원이 리드를 가져갔다. 고승범이 찔러준 공을 성나 수비수 둘이 걷어내려다 엉켜 넘어졌고, 김태환은 가까스로 공을 살려내 크로스를 올렸다. 최전방 김건희는 침착하고 정확한 인사이드 발리 킥으로 골망을 흔들었다. 다행히 성남은 자멸하지 않고 빠른 시간 나상호의 개인 기량으로 동점골을 뽑았다. 전반 17분 박상혁의 패스 미스를 나상호가 빼앗아 페널티지역 오른쪽으로 드리블 돌파했다. 나상호는 헨리를 앞에 두고 정확한 오른발 슈팅을 시도했고 공은 그대로 양형모의 다이빙을 넘어 골문으로 빨려 들어갔다. 이후 수원은 김민우의 슈팅, 헨리의 헤더로 재차 적극적인 공격을 시도했지만 전반전은 그대로 끝났다. 이후에도 수원은 주도권을 쥔 채 침착하게 경기를 풀어나갔고, 성남은 간간히 역습을 시도하는 형국이었다. 팽팽한 일대일 균형은 후반 31분 핸들링으로 깨졌다.


서보민이 페널티지역 안쪽에서 넘어지며 올린 공이 뒤따라온 양상민의 팔에 맞았다. 나상호를 대신해 페널티킥 키커로 나선 토미는 침착하게 역전골을 넣었다. (서보민이 킥을 하기 전 페널티박스로 들어와 골은 무효가 되었다. 토미는 한번 더 페널티킥을 성공시키며 서보민이 영웅에서 역적이 되는 걸 막았다.) 이후 수원은 타가트가 슈팅을 시도하고, 골키퍼 양형모까지 최전방으로 올라오며 승점 1점을 노렸다. 경기 종료 직전 먼 거리에서 염기훈이 강력한 왼발 프리킥을 때렸지만, 강하게 골대를 맞고 튀어나왔다. 결국 성남은 5연패를 탈출하며 강등 전쟁에서 유리한 고지를 점했다. 한편 정규 리그 1경기를 남기고 무패 행진이 끊긴 수원은 아시아 챔피언스리그까지 남아있다. 시즌 종료 이후 11월 카타르 도하로 이동해 남은 경기를 치러야 하는 상황이다. 최대한 남은 경기를 이기며 조직력을 끌어올리고 상승세를 유지해야만 하는 이유다. 수원의 2020년이 분노와 아쉬움으로 기억되는 게 아니라 희망과 변화로 기록되기 위해서는 반드시 승리만이 필요하다.


- 서울 1 : 1 강원 : 어리숙한 심판 판정에 아쉬움이 가득했던 홈 무패 서울

K리그1 잔류를 확정 지은 서울과 강원이 상암에서 만났다. 사실상 큰 동기부여가 없는 상황이었지만 서울은 2,621명의 홈팬들 앞에서 치르는 경기라 의미 있었다. 게다가 서울은 올해 유관중 홈경기에서 6승이나 거두며 강한 면모를 보이고 있었다. 박혁순 감독대행은 윤주태를 최정방에 배치하고, 한승규-한찬희-조영욱 젊은 피들로 2선을 꾸렸다. 특히 지난 성남전에서 K리그1 잔류를 확정 짓는 결승골을 터뜨린 조영욱이 다시 선발로 나섰다. 한편 3연승을 달리며 파이널B 최강자로 자리매김한 강원은 상승세다. 김승대, 고무열이 투톱을 이뤘고, 정지용과 조지훈이 오랜만에 선발로 나섰다. 국가대표 발탁 이후 자신감이 넘치는 김영빈 역시 임채민, 신세계와 함께 수비진을 이끌었다.


전반 초반 양 팀 모두 조심스럽게 공을 돌리며 기회를 엿봤다. 전반 24분 윤주태의 패스를 받은 한찬희가 날카로운 슈팅을 날리며 본격적으로 경기에 활력이 돌았다. 강원 역시 전반 36분 이재권의 컷백을 이은 김수범의 슈팅이 골대를 벗어났다. 시즌 막바지 잔류가 확정된 상황에서 양 팀 모두 라인을 끌어올려 공격적인 축구를 보여주려 했다. 강원은 후반전 시작과 동시에 국가대표 이영재를 투입했고, 서울은 후반 16분 유스 출신 2001년생 권성윤을 그라운드에 세웠다. 프로 2경기 만에 데뷔골을 터뜨린 유스 동기 정한민에 이어, 오산중-오산고 유스 시스템을 차근차근 밟아온 권성윤의 프로 데뷔전이었다. 이후 후반 21분 교체 투입된 베테랑 박주영과는 무려 16살 차이였다. 공교롭게도 첫 골은 베테랑과 신인의 합작품이었다.


후반 25분 왼쪽 측면에서 권성윤이 파울을 얻어냈고, 키커는 해결사 박주영이었다. 모두가 크로스를 예상한 순간 이범수 골키퍼를 속이고 박주영이 강하게 골대를 향해 슈팅을 시도했다. 다급하게 골키퍼가 몸을 날렸지만 이미 공은 골문으로 빨려 들어가며 서울이 리드를 가져갔다. 센스 있는 박주영의 골에 맞서 강원은 이재권의 환상적인 돌파로 동점골을 만들어냈다. 후반 35분 이재권이 놀라운 트래핑으로 서울 수비수를 뚫어냈고, 밀어준 패스를 고무열이 침착하게 마무리하며 동점을 만들었다. 동점 상황에서 서울은 오스마르를 투입했고, 강원은 서민우를 교체해 마지막 승부수를 던졌지만 골을 더 이상 터지지 않았다. 이후 경기 종료 직전 윤영선의 태클이 페널티킥인지 아닌지를 비디오 판독이 시작됐지만 그대로 경기는 무승부로 끝났다. 이전 조영욱의 파울, 오프사이드에 관련된 애매한 판정이 누적된 상태에서 어이없이 시간을 흘려보내자 팬들은 분노했다. 그래도 서울은 8위로 순위가 올라왔으며, 미래가 기대되는 유망주 권성윤의 자신감 넘치는 플레이를 본 것에 만족했다.


- 인천 2 : 1 부산 : 잔류왕 인천의 극적 드라마의 끝은 최종전으로


힘들게 K리그1으로 복귀한 부산은 시즌 초반 인천과 나란히 강력한 강등 후보였다. 하지만 이동준, 이정협을 중심으로 한 빠른 역습을 바탕으로 여름에 6위까지 올라갔다. 하지만 이후 9월 리그 최하위까지 추락하며 이기형 감독대행이 조덕제 감독 사퇴 이후 팀을 이끌고 있다. 누구보다 강등의 아픔과 승격의 어려움을 아는 부산이기에 반드시 인천을 상대로 잔류를 확정 짓고 싶었다. 비기기만 해도 되는 상황인 데다가, 이기형 감독대행이 인천을 극적으로 생존시킨 경험이 있기에, 그 기운이 부산으로 향하길 바랬다. 국가대표 3인방(이정협, 이동준, 김문환)이 나란히 선발 출전했고, 박종우, 김정현이 안정적인 경기를 예고했다. 반면 1패만 거둬도 강등이 확정되는 벼랑 끝 인천은 더욱 간절했다. 쌀쌀한 날씨에도 3,428명의 많은 홈팬들이 인천의 기적 같은 잔류를 응원하려 경기장을 찾았다. 조성환 감독은 부상으로 이탈한 김연수의 빈자리에 오반석을 투입했고, 무고사의 득점포를 믿었다. 또한 정동윤, 지언학, 김도혁 등 많이 뛰는 선수들을 대거 기용하며 치열한 중원 싸움을 시도했다.


세트피스를 활용한 부산이 먼저 골문을 두드렸다. 전반 9분 프리킥 상황에서 김동우의 헤더를 이태희가 잡아냈다. 이에 맞서 인천은 전반 20분 김도혁의 왼발 중거리 슈팅으로 응수했지만 아쉽게 골대를 벗어났다. 팽팽한 공방전에서 위협적인 장면은 부산의 몫이었다. 전반 23분 호물로가 스루 패스로 이정협이 골키퍼와 일대일로 맞섰지만, 슈팅이 아닌 패스를 택하며 선제골 기회를 날렸다. 하지만 전반 43분 속공 상황에서 부산의 빠른 스피드가 빛을 발하며 득점에 성공했다. 이동준이 볼을 지켜내며 측면에 위치한 이상준에게 공을 내주고 뛰기 시작했다. 이상준은 빠르게 돌파를 하고 왼발 크로스를 올렸고 이태희가 쳐낸 공은 그대로 이동준에게 연결됐다. 이동준은 빈 골대로 침착하게 다이빙 헤더를 마무리했고, 인천은 또다시 절망에 빠졌다. K리그1 잔류를 위해서는 무승부가 아니라 전승이 필요한 상황이라 공격적인 교체를 단행했다. 후반전 시작과 동시에 지언학을 오른쪽 윙백으로 돌리고 제공권 싸움이 가능한 김대중을 투입했다. 이후 조커 송시우까지 투입해 역전을 노렸다.


잔류를 향한 인천의 간절함은 후반전에 계속 롱볼 축구로 이어졌다. 이른 시간 수비 라인을 내리고 걸어 잠그기를 택한 부산을 공략하기 위한 어쩔 수 없는 선택이었다. 계속 무고사와 김대중을 향한 크로스와 세컨드 볼 싸움이 이어졌고 결국 후반 29분 결실을 맺었다. 무고사가 측면에서 오른발로 올린 크로스를 김대중이 뛰어올라 헤딩골로 골망을 흔들었다. 기세가 오른 인천은 동점에 이어 역전까지 단숨에 성공했다. 후반 30분 정동윤이 측면에서 수비수 사이에서 과감하게 슈팅을 시도했고, 절묘하게 굴절되어 골로 연결됐다. "후회 말자. 이겨내자. 살아남자" 걸개를 건 홈팬들 앞에서 짜릿한 역전 드라마가 펼쳐졌다. 경기 종료 직전 김현의 헤더를 이태희가 가까스로 쳐냈고, 뒤이어 이정협의 슈팅까지 인천 선수들이 온몸으로 막아내며 승리를 지켜냈다. 아직 인천은 최하위(승점 24점, 24득점)이지만 승점 1점 차로 11위 성남(승점 25점, 22득점)을 따라붙으며 마지막 경기까지 희망의 끈을 이어갔다. 반면 성남 원정 경기를 남겨둔 부산은 자칫하다가는 인천의 극적 잔류 신화의 조연으로 전락할 위기에 처했다.


- 현재 순위

10위 부산아이파크 25점 5승 10무 11패 24득점 36실점 -12

11위 성남FC 25점 6승 7무 13패 22득점 36실점 -14

12위 인천유나이티드 FC 24점 6승 6무 14패 24득점 35실점 -11


- 최종전 일정

FC 서울 VS 인천 유나이티드 FC / 성남 FC VS 부산 아이파크 (10월 31일 3시)



- 광주 0 : 1 상주 : 떠나는 상주, 역대 최고 성적으로 웃으며 안녕

상주의 목표는 김천 상무로 재창단하기 전에 역대 최고 성적 4위를 거두는 것이었다. 잔류에 성공해 마음 편한 광주의 목표는 새로운 안방에서의 첫 승이이었다. 광주는 펠리페가 복귀해 엄원상, 김정환과 공격진을 이끌었고, 이으뜸-홍준호-이한도-김창수로 포백을 꾸렸다. 이에 맞서 올해 광주전 전승을 자랑하는 상주는 4-4-2 포메이션을 들고 나왔다. 전역 선수들이 나오면 급격히 무너졌던 과거와 달리 올해는 기존 선수와 신병을 적절히 조합해 꾸준한 성과를 거두고 있다. 특히 강등이 이미 확정된 채 시작됐음에도 불구하고 선수들의 동기부여를 100% 끌어낸 김태완 감독의 용병술도 돋보였다. 프로 통산 4번째 경기에 출전한 2000년생 박지민이 골문을 지켰다. 한편 선발로 나설 예정이던 이근호가 경미한 부상으로 김보섭으로 교체되었다.


851명의 홈팬들 앞에서 광주는 조금씩 흐름을 가져왔다. 측면 윙어의 적극적인 돌파와 크로스로 펠리페의 한방을 노렸다. 전반 21분 펠리페가 패스한 공을 김정환이 슈팅으로 마무리했다. 최전방에서 적극적으로 경합을 펼쳐주는 펠리페의 존재로 광주의 무게감이 한층 달라진 상황이었다. 이에 맞서 상주는 올해 한층 성장한 모습의 김보섭이 연이어 적극적인 슈팅을 시도하며 공격을 이끌었다. 이후에도 전반 34분 허용준의 슈팅이 아쉽게 수비수에 막혔고, 박동진의 슈팅 역시 골키퍼 선방에 막혔다. 아슬아슬한 리드를 이어가던 상주는 결국 득점에 성공하며 저력을 뽐냈다. 전반 39분 심상민이 측면에서 조금씩 조금씩 전진하다가 수비수의 압박이 헐거운 틈을 타 크로스를 올렸다. 골문 앞 박동진은 다이빙 헤더로 정확하게 슈팅했고, 결국 선제골로 마무리됐다. 실점한 광주는 윌리안 대신 한희훈을 투입해 스리백으로 전환하며 공격 숫자를 늘렸다.


이후 광주는 적극적인 슈팅과 패스 플레이로 슈팅을 노렸다. 특히 코너킥, 프리킥 세트피스 상황에서 적극적으로 공격을 시도했지만 박지민의 선방에 연이어 막혔다. 후반 23분 이으뜸의 프리킥을 홍준호가 헤더, 후반 33분 이으뜸의 프리킥도 골까지 연결되지 못했다. 홈팬들 앞에서 패색이 짙은 광주는 경기 종료 직전까지 파상 공세를 펼쳤지만 상주의 탄탄한 수비를 뚫기엔 세밀함이 부족했다. 결국 상주의 1대 0 승리로 경기는 끝났고, 구단 역사상 최고 성적인 4위로 시즌을 마무리했다. 이동수는 후반 막판 교체 투입되어 리그 100경기 출장 기록을 달성했고, 박지민 역시 프로 첫 클린 시트를 기록하며 자신감을 얻었다. 김태완 감독은 "포항전에선 난타전 제대로 하고 싶다. 최상의 멤버를 꾸리겠다"라며 유종의 미를 예고했다. 한편 광주는 홈경기 첫 승을 다음으로 다시 미뤘지만, 잔류에 성공했다는 것만으로도 만족스러운 한 해였다.



- 대구 3 : 2 포항 : 대구의 가장 큰 동기 부여는 대팍을 채운 팬들

공평하게 우승후보 전북, 울산에게 고춧가루를 뿌린 '킹메이커' 포항은 행복 축구 중이다. 파이널 A에서 3전 전승으로 결과는 물론 화끈한 공격축구로 경기력도 챙겼다. 지난 울산전에 4골을 퍼부으며 팀 득점 51골로 울산과 함께 득점 공동 1위에 올라있다. 게다가 대구를 상대로 올해 4승 1 무로 한 번도 지지 않아 자신감도 있었다. 김기동 감독은 팔로세비치, 팔라시오스, 일류첸코 외국인 3인방을 모두 선발 투입했고, 도움왕 등극이 유력한 강상우를 비롯해 김광석, 하창해, 전민광으로 수비진을 꾸렸다. 한편 5경기 무패 기록이 깨진 대구는 유관중 경기 재개로 새로운 동기부여를 얻었다. 사실상 승점차가 벌어져 상주를 밀어내고 4위로 올라갈 수 없는 상황에, 마지막 홈경기 승리라는 새로운 도전 과제를 맞이했다. 구성윤을 대신해 골문은 최영은이 지켰고, 세징야와 데얀의 득점 감각을 믿었다. 올 시즌 무려 20개의 공격포인트(16골 4도움)를 기록 중인 세징야의 컨디션도 나쁘지 않았다.


전반 6분 대구가 빠르게 선제골을 뽑으며 경기는 화끈한 난타전을 예고했다. 포항의 패스미스를 끊어내 페널티박스 정면에서 박한빈과 세징야가 패스를 주고받다가, 세징야가 정확한 오른발 슈팅으로 골을 기록했다. 팔라시오스의 측면 돌파를 중심으로 동점을 노리던 포항은 외국인 선수들의 콤비 플레이로 전반 30분 동점골을 터뜨렸다. 팔라시오스가 측면에서 낮게 크로스를 올렸고, 일류첸코가 수비수를 끌어모으고 이타적으로 옆으로 공을 넘겨줬다. 팔로세비치는 곧바로 강력한 슈팅으로 흔들었다. 동점으로 맞이한 후반전에 포항은 교체 카드로 경기의 흐름을 바꾸려 시도했다. 이승모를 빼고 노련한 오범석이 투입됐고, 대구 역시 후반 12분 윤종태를 빼고 공격적인 김대원을 투입했다. 결국 후반 14분 축구화가 벗겨지는 와중에도 연결한 류재문의 패스를 데얀이 깔끔하게 역전골로 마무리하며 달아났다. 한편 오랜만에 선발 출전한 최영은 골키퍼가 경합 과정에서 크게 넘어지며 아찔한 부상을 당할 뻔했지만 다시 경기를 이어갔다.


후반 39분 포항은 기어이 다시 승부를 원점으로 만들었다. 바로 직전에 골문을 살짝 벗어나는 헤더로 아쉬워했던 일류첸코가 주인공이었다. 코너킥 상황에서 전민광이 공을 올렸고, 일류첸코가 정확하게 머리로 밀어 넣으며 2대 2가 되었다. 하지만 곧바로 에이스 세징야가 역전 결승골을 터뜨리며 DGB대구은행 파크를 뜨겁게 달궜다. 골문 앞 밀집된 공간에서 데얀이 절묘하게 수비를 속이며 패스했고, 세징야가 차분하게 슈팅해 경기를 끝냈다. 2골 이외에도 환상적인 개인기와 폭발적인 드리블을 보여준 세징야의 클래스가 돋보였다. 세징야 이외에도 박한빈 역시 수비수 3~4명을 제치며 수십 미터를 치고 나가는 저돌적인 모습을 보여줬다. 결국 대구는 3천 여명이 찾아온 마지막 홈경기에서 상승세의 포항을 이기고 기분 좋게 시즌을 마무리했다. 포항 김기동 감독은 "비록 패배했지만 팬들이 봤을 때는 정말 재미있고 박진감 넘치는 경기를 했다고 생각한다."라며 패배는 아쉽지만, 다득점에 성공해 절반의 성공을 거뒀다.



- 울산 0 : 1 전북: 3전 3승. K리그 사상 첫 4연패를 노리는 전북의 승리 DNA

나란히 승점 54점을 거둔 울산과 전북이 사실상 결승전을 펼쳤다. 15년 만에 우승을 코앞에 둔 울산은 다득점에서 앞서 유리한 상황이지만 오히려 전북이 자신감이 넘친다. 울산은 지난 경기 포항을 상대로 불투이스, 비욘존슨이 퇴장당하며 0대 4 완패당했고, 전북은 지난 광주전 4득점으로 분위기를 끌어올렸고 역전 우승을 재현할 의지가 강했다. 게다가 전북은 올 시즌 울산과의 두 차례 맞대결에서 모두 승리를 거뒀다. 김도훈 감독은 지난 맞대결 패배에서 무리한 전술적 변화의 실패를 인정하며 익숙한 4-1-4-1 포메이션을 택했다. 주니오, 원두재, 신진호, 조현우 등 주전을 투입했고, U22 자원으로 설영우를 택했다. 반면 모라이스 감독은 역시 4-1-4-1 포메이션에 선수들의 자율적인 플레이를 주문했다. U22 카드 조규성이 윙으로 나섰고, 부상에서 돌아온 한교원, 이용, 홍정호 등이 선발 명단에 이름을 올렸다. 이승기, 쿠니모토의 공격적인 중원 공격을 지원할 키플레이어 손준호 역시 경기에 나섰다.


주거니 받거니 팽팽한 초반 분위기는 라인을 끌어올린 울산이 가져갔다. 전반 8분 이청용의 패스를 주니오가 따라갔지만 홍정호가 한 발 앞서 차단했다. 역전을 위해 무승부가 아닌 승리가 필요한 전북의 공격 역시 날카로웠다. 전반 15분 먼 거리에서 이용이 기습적으로 중거리 슈팅을 시도했고 골대를 강타했다. 이후 울산 윤빛가람 역시 절묘한 오른발 프리킥으로 응수했지만 골대를 맞고 벗어났다. 이후 두 팀 모두 빠른 측면 돌파와 크로스로 골문을 노렸지만 세밀함이 부족했고, 전반 31분 결정적인 반칙이 나왔다. 문전 경합 과정에서 구스타보의 헤더가 김인성의 팔에 맞았고, VAR 판정 끝에 페널티킥 선언됐다. 구스타보가 침착하게 중앙으로 페널티킥을 찼지만, 조현우가 넘어지면서 다리로 공을 막아내 위기를 넘겼다. 그리고 전반 막판 조규성의 드롭성 중거리 슈팅까지 골대를 맞고 벗어나며 행운이 울산 쪽으로 기우는 듯했다.


후반전에도 조현우의 선방은 이어졌다. 후반 14분 교체 투입된 바로우의 크로스를 한교원이 헤더로 마무리했지만 감각적으로 조현우가 쳐냈다. 이후 홍정호의 헤더도 골문을 벗어나며 초조해졌지만, 울산에 강한 DNA는 후반 19분 드디어 빛이 났다. 후반 19분 김기희가 머리로 백 패스한 공이 짧은 틈을 놓치지 않고 바로우가 달려들어 방향을 바꿨다. 컨디션 좋은 조현우도 어찌할 수 없는 감각적인 터치였고, 공은 그대로 골라인을 넘어갔다.

실점 이후 울산은 이근호, 김태환, 이동경을 나란히 투입했지만 전북의 수비는 탄탄했다. 추가 시간 윤빛가람의 오른발 프리킥마저 다시 한번 골대를 맞고 나왔고, 경기는 그대로 전북의 승리. 1위의 자리가 바뀌었다. 득점왕 주니오는 침묵했고, 지난 6월 다이렉트 퇴장에 이어 이번에도 결정적인 패스 미스를 한 김기희는 고개를 숙였다. 전북은 경쟁자 울산을 상대로 3승으로 거뒀고, K리그 사상 첫 4년 연속 우승에 한걸음 다가갔다. 반면 울산은 리그 최종전에서 무조건 승리를 거두고 전북이 패하는 경우의 수를 기도해야 하는 처지다. 승점 6점짜리 경기에서 매번 무릎 꿇은 '반쪽짜리 챔피언'이라도 감지덕지한 상황이다.


- 내 맘대로 26R 베스트 일레븐

FW 나상호 세징야 박동진

MF 바로우 정동윤 손준호 박한빈

DF 김대중 양준아 이용

GK 송범근


- 베스트골 : 고무열(강원FC) VS FC서울

이재권의 예술적인 터치와 어시스트가 빛난 골이었다.

분데스리거 이재성의 친형 이재권 역시 테크니션의 화려한 면모를 제대로 보여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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