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리그1 25R 리뷰
이제 2020 K리그는 단 2경기가 남았다. 1위 울산과 2위 전북은 다시 승점이 동률을 이뤘고, 11위 성남과 12위 인천의 승점 차이는 단 1점이다. '킹메이커' 포항은 지난해처럼 가장 중요한 동해안 더비에서 울산의 발목을 잡았다. 나란히 2골씩 터뜨린 일류첸코, 팔로세비치의 결정력도 빛났지만 2번의 퇴장이 더욱 치명적이었다. 불투이스는 일대일 찬스를 막으려다 무리한 백태클을, 비욘존슨은 경합 과정에서 신경질적인 발길질로 경기장을 떠났다. 단순히 포항전을 망친 것뿐만 아니라 사실상 우승을 결정짓는 다음 전북전에도 결장하는 게 문제다. 최악의 분위기에서 김도훈 감독이 유연한 전술로 올 시즌 2패를 거둔 상대 전북을 꺾을 수 있을지 의문이다. 전북은 무려 4골을 터뜨리며 울산전을 앞두고 기분 좋은 승리를 거뒀고, 이용, 한교원 등 부상 선수들도 대부분 돌아와 자신감이 넘친다. 작년 극적 역전 우승의 기억을 되살릴 준비를 마쳤다.
상주는 10년간 동행한 홈팬들 앞에서 소중한 승리를 거뒀다. 김천으로 연고지를 이전하며 K리그 2에서 시작하는 상황에서 연패를 끊고 깔끔한 2대 1 승리로 마지막 경기를 장식했다. 파이널 A보다 파이널 B의 아슬아슬한 분위기는 더욱 위태롭다. 한때 강등 위기까지 맞이했던 수원, 서울이 나란히 승점을 챙기며 잔류를 확정 지은 가운데 인천은 퇴장으로 자멸했다. 교체 투입된 김호남이 과격한 태클로 다이렉트 퇴장당하며 그대로 강원에 1대 3으로 패배했다. 한편 한국 프로축구연맹은 2021 시즌 K리그 클럽들의 우선지명을 받은 선수 139명의 명단을 발표했다. 국가대표 선수 없이도 쏠쏠한 연승 행진을 기록하고 있는 유스 화수분 포항은 가장 많은 11명을 지명했다. 울산, 전북(10명), 광주, 서울, 수원, 부산(9명) 등이 우선지명을 발표했고, 손준호, 정상빈(수원), 홍윤상, 최민서(포항) 등 연령별 대표팀의 에이스 선수들이 내년 프로 무대를 데뷔할 가능성을 높였다.
여유롭게 잔류를 확정 지은 파이널 B 최강자 강원, 반드시 강등을 피해야만 하는 최하위 인천. 전혀 다른 상황에 처한 두 팀이 강원에서 만났다. 벤투 감독은 또 강원 경기를 보러 왔고, 대표팀의 부름을 받은 스트라이커 김지현, 센터백 김영빈, 대체 발탁되었던 이현식 등은 나란히 선발로 출전했다. 그리고 A대표팀과 올림픽대표팀의 스페셜 매치 2차전에서 3번째 쐐기골을 넣었던 이영재도 선발 명단에 이름을 올렸다. 팀워크가 뛰어난 임채민, 신세계가 김영빈과 스리백을 구축했고, 골문은 올림픽대표팀에 다녀온 이광연이 지켰다. 반면 인천은 2차례 해트트릭을 기록하며 'K리그 9월의 선수'에 뽑힌 무고사를 믿었다. 노련한 조력자 아길라르와 투톱을 이뤘고, 문지환을 수비형 미드필더에 세우고 많이 뛰는 선수들을 대거 투입했다. 스리백은 경험이 많은 양준아를 중심으로 시즌 아웃을 당한 김연수를 대신해 오반석, 김정호를 기용했다. 동기부여는 확실히 인천이 앞서 보였지만, 오히려 경기가 시작되자 강원의 압박이 한 수 위였다.
인천은 시작부터 무고사의 적극적인 슈팅으로 흐름을 가져오려 했다. 이후 코너킥 상황에서도 김정호의 헤더가 아쉽게 옆그물을 때리며 아쉬운 초반을 보냈다. 이에 맞서 강원은 거친 태클로 전방 압박을 시도하고, 여유롭게 볼 점유율을 끌어올리며 흐름을 가져갔다. 결국 전반 34분 윙백 김수범의 첫 골로 강원이 앞서 나갔다. 이영재의 크로스가 양준아를 맞고 흐르자 김수범이 세컨드 볼을 그대로 차 넣으며 올 시즌 데뷔골을 넣었다. 코로나 19로 호주 A리그 퍼스 글로리에서 복귀한 김수범은 강원에서 뛴 첫 경기에서 골을 넣었다. 이후 43분 추가골도 김수범의 발끝에서 시작됐다. 왼쪽 측면에서 빈 공간에서 쇄도하는 이현식을 향해 패스를 연결했고, 이현식은 오른발 슈팅을 시도했다. 골대를 맞고 튀어나온 공이 김지현에게로 향했고, 김지현은 가볍게 빈 골문으로 밀어 넣으며 추가골을 터뜨렸다. 유기적인 공격진의 스위칭 플레이로 재미를 본 강원을 꺾기 위해 인천은 후반 시작과 동시에 교체 카드를 사용했다. 김준범을 빼고 특급 조커 송시우를 투입했고, 나아가 김호남까지 투입했지만 너무나 큰 악수였다.
후반 22분 센터서클 부근에서 이현식이 공을 받자 멀리서 달려오던 김호남이 위험한 오른발 태클을 시도했다. 발을 높게 들었는 데다가 축구화 발바닥이 그대로 옆구리를 가격하는 어이없는 반칙이었다. 박병진 주심은 VAR 이후 다이렉트 퇴장 명령을 내렸다. 곧바로 이현식에게 사과를 하며 실수를 인정했지만, 교체 투입 이후 10분 만에 퇴장당한 김호남의 반칙은 치명적이었다. 후반 28분 무고사가 한 골을 따라잡았지만, 10명이서 경기를 뒤집기에는 강원이 탄탄했다. 후반 33분 수비 실수를 틈타 시작된 공격에서 이현식이 반 박자 빠른 토킥으로 3번째 골을 터뜨리며 경기를 마무리했다. 선수 전원의 유기적인 플레이가 빛을 발하며 강원은 손쉽게 승점 3점을 챙겼고, 파이널 B 선두의 면모를 보여줬다. 반면 인천은 남은 서울-부산전에서 반드시 승리하고, 경쟁팀이 미끄러져야만 강등을 극적으로 피할 수 있는 상황이다. 인천은 원정 경기에서만 골맛을 본 무고사가 홈경기에서도 폭발하고, 의외의 선수가 팀을 구해주기를 기다릴 뿐이다.
상주는 현재 3연패에 빠져 올해 팀 최다 연패의 기로에 서있다. 하지만 마지막 상주 홈경기는 반드시 이기겠다는 의지가 강했다. 2011년부터 10년 간 동행해온 상주와 국군체육부대의 고별전이기 때문이다. 게다가 사회적 거리두기 완화로 666명의 관중이 마지막 홈경기를 찾아서 반드시 유종의 미를 거둘 이유가 있었다. (내년부터 상무는 김천을 연고지로 K리그 2에서 시작한다. 2020년 남은 경기 광주, 포항전은 원정 경기다.) 김태완 감독은 심상민-권경원-우주성-안태현으로 포백을 꾸렸고, 이근호를 최전방에 세웠다. 그리고 최근 폼이 좋은 정원진, 박동진에게도 적극적은 공격 전개를 주문했다. 반면 최근 5경기 2승 3무로 무패를 달리는 대구는 최대한 승점을 많이 쌓는 게 목표였다. 그리고 대구는 상주를 잡으면 사실상 다득점에 앞서 4위로 올라설 수 있었고, 데얀은 K리그 통산 200 득점까지 3골을 남겨두었다. 또한 올 시즌 맹활약을 펼치고 있는 김대원이 K리그 통산 100경기를 출전하는 의미 있는 경기였다. 세징야와 김대원이 공격을 이끌었고, 박한빈-류재문-츠바사가 중원을 담당했다.
상주는 많은 변화를 준 4-3-3으로 초반부터 공격적으로 라인을 올렸다. 전반 9분 박동진의 터닝 슈팅으로 골문을 두드렸다. 대구 역시 전반 17분 김대원이 골대 정면에서 날카로운 슈팅을 시도했지만 골대를 맞고 나갔다. 팽팽한 중원 싸움 끝에 선제골은 상주의 몫이었다. 전반 19분 문창진이 수비수 두 명을 달고 측면을 파고들다가 낮고 빠른 크로스를 올렸고, 안태현이 발을 갖다 대며 선제골을 뽑았다. 리그 21게임을 뛰며 꾸준히 활약해온 안태현의 올해 마수걸이 골이었다. 상주는 전반 36분 안태현의 발끝에서 두 번째 골을 만들었다. 오른쪽 측면에서 안태현이 크로스를 올렸고 박동진을 막으려던 김재우가 자책골을 헌납했다. 츠바사의 부상으로 이른 시간 데얀을 투입한 대구는 만회골을 노렸지만 세밀함이 부족했다.
후반 들어 대구는 오후성, 상주는 정재희를 투입하며 경기의 주도권을 가져오려 애썼다. 대구는 볼을 돌리며 빠르게 측면을 파고들었지만, 상주의 짜임새 있는 압박에 고전했다. 이후 상주는 문창진을 대신해 후반 14분 박용우를 투입하며 보다 안정적인 경기 운영을 택했다. 양 팀 모두 날카로운 슈팅으로 골문을 노렸지만 골키퍼의 선방과 수비수들의 집중력 있는 태클로 팽팽한 흐름이 이어졌다. 결국 후반 34분 세징야가 환상적인 오른발 프리킥을 성공시키며 1골을 따라잡았다. 이후에도 이진현, 정승원의 중거리 슈팅으로 동점을 노렸지만 경기는 그대로 상주의 승리로 끝났다. 상주는 이로써 군경팀 역사상 최고 성적을 기록하며 아름답게 홈팬들과 작별했고, 연패도 기분 좋게 탈출했다. 반면 대구는 "마지막 두 경기는 멤버 체인지 등 다양한 방법을 생각하고 의논하겠다"라는 이병근 감독대행의 인터뷰처럼 동기부여를 고민할 시점이다.
올해 수도권팀들의 나란한 몰락에는 우승 경험이 있는 서울, 성남도 빠질 수 없었다. 두 팀 모두 상주가 연고지 이전으로 자동으로 강등되는 점에 엎드려 절해야 하는 입장이다. 성남은 2016년 강등돼 2년간 K리그 2에 머물다 2019년부터 K리그 1로 복귀했다. 극심한 부진로 우승 10년 만에 2부 리그로 강등된 경험이 있는 성남은 올해도 11위로 매우 위험한 상태다. 김남일 감독을 포함해 연제운, 김동현, 박수일이 퇴장으로 중요한 서울전에 나서지 못했다. 정경호 수석코치는 마상훈, 안영규, 이재원 등을 투입해 3-4-3 포메이션을 꾸렸다. 한편 2년 전 승강 플레이오프에서 가까스로 살아남은 서울도 감독대행의 대행 체제로 그리 상황이 다르지 않다. (그레이엄 아놀드 호주 대표팀 감독 영입설도 있었지만, 결국 결렬되었다고 알려졌다.) 최근 서울은 수원, 부산에 내리 2연패를 당하며 자칫 연패가 길어지면 강등도 남의 일이 아니다. 박주영을 중심으로 김진야, 정한민 빠른 조력자를 붙였고, 주세종-김원식-오스마르로 노련한 중원을 구축했다. 게다가 부상에서 갓 회복한 기성용까지 벤치 명단에 올리며 최상의 전력을 꾸렸다.
승점 3점이 필요한 두 팀은 거칠고 적극적으로 공격에 나섰다. 강한 전방 압박으로 수비 진영부터 볼 경합이 펼쳐졌고, 성남은 유인수, 나상호의 슈팅으로 경기를 풀어나갔다. 전반 29분에는 이태희의 패스를 이어받아 나상호가 강력한 왼발 터닝 슈팅을 시도했지만 골로 연결되지 못했다. 이에 맞서 서울은 전반 32분 윤종규의 강력한 중거리 슈팅으로 분위기를 바꿨고, 뒤이어 박주영이 2대 1 패스를 이어받아 일대일 기회에서 슈팅을 날렸지만 김영광의 선방에 막혔다. 수비수가 밀집된 상황에서 오스마르가 감각적인 힐킥으로 밀어준 공을 박주영이 잘 따냈지만, 각을 줄이며 뛰어나온 김영광이 한발 빨랐다. 아무도 골문을 열지 못한 채 맞이한 후반전에서 먼저 전술적 변화를 노린 건 서울이었다. 성남의 적극적인 공세에 밀리던 서울은 후반 16분 정한민을 빼고 조영욱을 투입했고, 5분 뒤 주세종 대신 한승규를 넣으며 스피드를 끌어올렸다. 마지막 패스, 슈팅에서 세밀함이 떨어진 성남이 힘이 조금씩 빠질 때쯤 천금 같은 서울의 결승골이 터졌다. 이날의 주인공 역시 2년 전 부산과의 승강 플레이오프에서 동점골은 만든 해결사 조영욱이었다.
후반 35분 측면에서 김진야가 올려준 땅볼 크로스를 조영욱이 침착하게 트래핑하고 곧바로 오른발 슈팅을 시도했다. 김영광이 다급하게 몸을 날렸지만 골문 구석으로 빠르게 빨려 들어간 공은 그대로 골라인을 넘었다. 경기를 주도하고도 일격을 당한 성남은 양동현, 토미를 투입하며 더욱 공격에 힘을 싣었다. 반면 서울은 부상에서 복귀한 베테랑 기성용을 투입해 리드를 지키며 경기를 마무리하려 시도했다. 성남에게도 마지막 기회는 찾아왔다. 후반 44분 높게 튀어 오른 공을 양동현이 달려들며 머리로 동점골을 노렸지만 야속하게 공은 골대 바깥으로 벗어났다. 경기는 그대로 끝났고 서울은 가까스로 남은 2경기 결과에 상관없이 가까스로 K리그 1 잔류를 확정했다. 최악의 상황은 면했지만 서울은 2018년 강등 위기 이후 2년간 달라진 게 없다는 게 문제다. 우승을 노리며 최고의 스쿼드를 꾸리는 것도, 그렇다고 유스 선수를 적극 활용해 세대교체에 성공한 것도 아니다. 물론 인천과 당장 강등 전쟁을 준비해야 할 성남보다야 상황이 낫지만 마냥 웃을 수만은 없다.
나란히 파이널 B로 떨어진 축구 명가 부산과 수원의 공통된 목표는 당연히 '잔류'다. 8위 수원(승점 27점), 10위 부산(승점 24점)은 나란히 감독 교체의 기운을 받아 최악의 결과는 피했다. 수원에서만 292경기를 뛴 레전드 박건하 감독은 위기에 빠진 수원에 부임해 5경기 이후 단 1패만 거뒀다. 특히 스트라이커 타가트를 되살리며 3연승을 포함해 4경기째 무패 행진을 달리고 있다. 부산전 역시 최근 좋은 호흡을 보여주는 타가트-한석희 투톱을 가동했고, 부상에서 복귀한 든든한 헨리를 센터백으로 기용했다. 무승부만 거둬도 잔류를 확정하는 수원과 달리 부산은 더 조급한 상황이었다. 그나마 조덕제 감독이 사임하고 지휘봉을 잡은 이기형 감독대행이 첫 경기에서 서울을 꺾고 급한 불을 껐다. 지난 경기 골맛을 본 박종우, 이규성이 나란히 선발 명단에 올랐고 이정협도 최전방 공격수로 나섰다.
승리가 필요한 부산은 전반부터 양쪽 풀백을 공격적으로 끌어올리며 득점을 노렸다. 전반 7분 김문환이 오른쪽 깊숙이 파고들어 크로스를 시도했고, 양형모가 가까스로 막고 수비수가 멀리 걷어냈다. 거칠게 중원 싸움을 펼치는 부산은 전반 33분 다시 빠른 역습으로 기회를 잡았다. 골키퍼 최필수가 길게 차준 공을 이동준이 스피드 싸움에서 이겨내 공을 따냈고, 중앙으로 패스했다. 노마크 상황에서 이정협이 침착하게 슈팅까지 연결했지만 양형모가 잡아냈다. 양형모는 이후에도 일대일 상황에서 이동준의 오른발 슈팅, 박종우의 날카로운 코너킥을 모두 쳐내며 최고의 컨디션을 선보였다. 위협적인 역습을 선보인 부산이 득점에 성공하지 못한 채 전반을 마무리했고, 후반전은 수원이 주도권을 잡았다. 후반 3분 최전방에서 활발하게 경합하던 한석희의 왼발 중거리 슈팅이 정확하게 골문으로 향했다. 최필수가 가까스로 다이빙하며 공을 건드렸고, 굴절된 공은 강하게 골대를 맞고 튀어나왔다. 최근 빠른 스피드, 저돌적인 슈팅으로 수원의 상승세를 이끈 한석희의 올 시즌 첫 골이 아쉽게 무산됐다.
이후 후반 8분 타가트의 슈팅은 골대 위로 벗어났고, 후반 13분 양상민의 프리킥도 살짝 빗나갔다. '잔류'를 위해 거칠게 몸싸움을 펼치던 두 팀의 경기는 갈수록 과열됐다. 거칠고 깊은 태클에 빠른 판정이 나오지 않자 선수들은 서서히 예민해졌고, 결국 충돌 상황이 발생했다. 장호익, 이동준, 한석희가 옐로카드를 받으며 격렬한 몸싸움은 일단락됐지만, 어수선한 분위기로 경기가 재개됐다. 부산은 빈치씽코, 김병오를 연이어 투입하며 결승골을 노렸다. 반면 수원은 베테랑 염기훈을 투입해 경기를 안정적으로 마무리하려 했고 결국 0대 0으로 경기는 끝났다. 수원은 남은 2경기 결과에 상관없이 잔류에 성공했고, 연기된 아시아 챔피언스리그를 마음 편히 준비할 수 있게 되었다. "더 좋은 모습과 승리하는 모습, 수원다운 모습을 보여주자고 매번 강조했다. 그래서 승리하지 못한 것에 대한 아쉬움인 것 같다”는 박건하 감독의 인터뷰처럼 잔류에만 만족하면 안 되는 게 수원의 현실이다. 한편 부산 역시 소중한 승점 1점을 추가해 다음 인천전에서 비기기만 해도 잔류하는 유리한 상황이 되었다. K리그 2 강등의 공포를 이미 경험한 부산이 부담감을 이겨내고 인천을 꺾을지가 관전 포인트다.
사회적 거리두기 1단계 격하로 가장 반가운 팀은 아마 전북이다. 8월 열린 유관중 경기에서 7골 2 실점으로 3승을 거뒀고, 특히 김보경이 4골을 퍼부으며 유튜버답게 팬들 앞에서 강한 면모를 보여줬기 때문이다. 지난 경기 포항에 발목을 잡힌 전북은 선두 경쟁을 위해 반드시 1승이 필요한 상황이었다. 광주를 상대로 9승 5 무 1패로 매우 강했던 전북은 쿠니모토, 구스타보, 바로우 등 최상의 전력을 내세웠다. 부상에서 회복한 한교원, 이용도 교체 명단에 이름을 올렸고, 오랜만에 구자룡이 중앙 수비수로 선발 출전했다. 반면 광주는 펠리페, 홍준호가 퇴장당해 공수의 공백을 안고 경기에 임했다. 올림픽 대표팀에 차출돼 준수한 돌파를 선보인 엄원상과 최근 공격을 이끄는 핵심 윌리안이 선발 출전했고, 베테랑 공격수 김효기가 최전방에 나섰다. 박진섭 감독은 김태윤, 정준연, 최준혁 등 경기를 많이 뛰지 못한 선수들을 대거 기용하며 플랜 B를 점검했다. 또한 파이널 A 잔류에 극적으로 성공했지만 2연패로 아쉬운 분위기인 광주는 전패를 면하겠다는 의욕이 강했다.
광주의 플랜 B 실험보다 전북의 우승을 향한 열망이 더욱 강하다는 건 이른 시간 득점으로 증명됐다. 전반 1분 만에 조규성이 골대를 맞추는 헤더로 포문을 열었고, 2분 뒤 손준호가 정확한 슈팅으로 선제골을 기록했다. 지난 A대표팀과 올림픽대표팀의 스페셜 매치에서 2경기 모두 풀타임을 뛰며 벤투 감독의 사랑을 독차지한 손준호는 리그에서도 건재했다. 빠른 득점으로 팀 전체의 부담감을 덜었고, 이후에도 공수 균형을 맞추는 노련한 플레이를 선보였다. 기세가 오른 전북은 전반 21분 쿠니모토가 바로우의 어시스트를 이어받아 왼발 감아 차기로 골망을 흔들며 더욱 달아났다. 최전방 펠리페가 없는 상황에서 엄원상, 윌리안의 공격 전개는 마무리 슈팅까지 가지 못했고 김효기는 고립되고 말았다. 지난 9월 울산전 이후 처음으로 선발로 나선 구자룡은 적극적인 대인마크와 태클로 안정적인 모습을 선보였다. 결국 광주는 후반 들어 김주공을 투입했고, 이에 맞서 전북 역시 김보경을 투입해 맞불을 놓았다.
교체 투입된 조커 김보경은 역시 관중 앞에서 강했다. 후반 19분 광주 수비수를 재치 넘치는 발재간으로 제쳐내고 세 번째 골을 넣었다. 자신감이 오른 모라이스 감독은 이동국, 한교원까지 투입하며 울산전을 앞두고 득점 감각을 끌어올리려 했다. 광주는 후반 40분 코너킥 혼전 중에 김정환이 만회골을 터뜨렸지만 공격력이 폭발한 전북을 따라잡기엔 무리였다. 오히려 광주는 종료 직전 한교원에게 측면을 뚫리며 4번째 쐐기골을 허용하며 무너졌다. 박진섭 감독은 "부상 선수들과 퇴장으로 출전하지 못하는 선수들의 공백을 채우지 못했다. 최선을 다했지만 상대가 강했다"라며 아쉬운 패배를 인정했다. 이로써 킹메이커 포항에 완패한 울산과 전북은 승점이 같아졌다. (승점 54점, 울산 51득점/전북 43득점) 쫓기는 입장인 울산은 전북만 만나면 약한 모습을 보여줬기에 25라운드에서 대승을 거둔 전북은 오히려 자신만만한 상황이다. 지난해처럼 극적인 역전 우승의 희망을 보여준 전북은 26라운드에 모든 걸 걸어야만 한다.
통산 162번째이자 올해 마지막 동해안 더비는 분명 울산이 유리한 상황이다. 울산은 리그에서 두 번 모두 4대 0, 2대 0으로 완승을 거뒀고, FA컵 준결승전에서도 승부차기 끝에 승리했다. 사실상 포항은 울산 김태환의 자책골을 제외하면 제대로 득점도 성공하지 못한 상황이었다. 하지만 리그 막판 동해안 더비는 상대전적, 분위기와는 상관없이 포항의 분위기였다. 울산 김도훈 감독은 동해안 더비에서 9승 1무 4패로 강했지만, 작년 최종전 뼈저린 패배로 모든 게 무너졌다. 울산은 주니오 대신 비욘존슨을 스트라이커로 선발 투입했고, 지난 국가대표 평가전에서 골맛을 본 이동경도 오랜만에 리그 경기에 나섰다. 아울러 원두재를 대신해 윤빛가람, 신진호로 수비형 미드필더를 구축해 승리를 노렸다. 반면 포항은 지난 전북전까지 이기며 최근 리그 7경기 무패(6승 1무)로 가장 무서운 팀이 되었다. 김기동 감독은 K리그에 잔뼈가 굵은 베테랑 최영준(233경기)과 오범석(377경기)을 중원에 배치했고, 어린 이승모, 이광혁에게 공격적인 롤을 부여했다. 또한 최근 국가대표 평가전에서 A대표팀 수문장 조현우를 상대로 환상적인 골을 기록한 송민규는 벤치에서 출격을 준비했다.
경기 시작 2분 만에 포항이 선제골을 터뜨리자 울산은 작년 트라우마가 되살아났다. 강상우가 날카롭게 코너킥을 올렸고, 일류첸코가 불투이스를 따돌리고 멋진 헤더로 골망을 흔들었다. 기세가 오른 포항은 일류첸코의 노마크 헤더, 골대를 강타한 강상우의 프리킥으로 경기를 지배했다. 중원 싸움에서 밀린 울산은 그렇다 할 공격을 시도하지 못하고 전반 25분에야 첫 슈팅을 날렸다. 전반 종료 직전 비욘존슨의 슈팅도 최근 상승세의 강현무에 막히며 동점에 실패했다. 게다가 후반전 '퇴장'이란 변수가 터지며 울산은 완벽히 무너졌다. 후반 10분 일류첸코의 돌파를 막으려는 불투이스가 백태클로 퇴장당했다. 그나마 VAR 판정으로 페널티킥이 프리킥으로 바뀐 게 다행히.... 아니었다. 포항은 송민규를 투입했고 5분 뒤 또 퇴장이 나왔기 때문이다. 비욘존슨이 강상우와 경합 과정에서 엉켜 넘어지며 머리를 가격하며 다이렉트 퇴장당했다. 이후 포항은 더욱 거세게 공격을 몰아치며 골잔치를 시작했다.
후반 26분 오범석의 헤더가 김태환을 맞고 나오자 일류첸코가 강하게 밀어 넣었다. 이후 팔로세비치까지 투입하며 김기동 감독은 울산에게 좌절을 선물했다. 팔로세비치는 후반 31분 송민규의 패스를 이어받아 왼발 슈팅으로 골을 뽑았고, 2분 뒤에는 강상우의 크로스를 헤더로 연결해 골망을 흔들었다. 순식간에 멀티골을 뽑아낸 팔로세비치는 13골로 득점 4위까지 올랐고, 강상우 역시 2도움을 추가해 12도움으로 사실상 올해 도움왕을 예약했다. 결국 김기동 감독은 파이널 A 미디어데이에서 약속한 '3위 유지', '득점 1위'를 지킬 확률이 높아졌다. 8경기 연속 무패(7승 1 무) 행진을 이어가며 포항은 3위가 확정적이다. 반면 울산은 전북전을 앞두고 동해안 더비 대패로 최악의 분위기를 맞이했고, 2명의 퇴장으로 선수폭도 줄어들었다. 경기가 잘 풀리지 않으면 침착하지 못하고 흥분하는 모습은 어김없이 반복됐다. 울산은 큰 경기에 어김없이 퇴장으로 자멸하며 다시 전북과 승점 동률을 이뤘다. 소극적인 경기 운영, 무리한 전술 변화, 연이은 퇴장으로 위태로운 울산이 전북전에 불안한 건 이유가 있다.
FW 일류첸코 조영욱 세징야
MF 강상우 팔로세비치 팔라시오스 손준호
DF 김수범 김광석 안태현
GK 양형모
"무관중 보다 유관중에서 집중력이 높아진다. 팬들의 느낌이 있다. 집중이 더 잘 된다." 유튜버 KBK, 전북의 김보경은 역시나 관중 앞에서 강했다. 역전 우승을 위해 반드시 승리가 필요한 광주전에서도 김보경은 쐐기골을 뽑아냈다. 3598명 홈팬들 앞에서 김보경은 침착하고 노련한 발재간을 선보였다. 2대 0으로 리드한 상황에서 교체 투입된 김보경은 바로우, 구스타보로 연결된 공을 이어받았다. 골문 정면에서 수비수를 마주했지만 침착하게 가랑이 사이로 공을 이동시키며 앞으로 전진했다. 상대 균형을 빼앗고 골키퍼 위치까지 확인하고 정확하게 때린 슈팅은 전북의 3번째 골로 마무리됐다. 역전 우승을 위한 첫 번째 고비를 넘는 화려한 개인기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