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리그1 24R
벤투 감독의 A대표팀, 김학범 감독의 올림픽대표팀의 맞대결이 10월 9일, 12일 두 차례 펼쳐진다. 코로나 19의 특수한 상황 탓에 조직력을 다지고, 옥석을 가려내기 위해 K리그 선수들이 대거 소집됐다. A매치가 중단된 상황에서 팬들에게 새로운 활력소가 될 경기에 K리그 스타들이 대거 발탁됐다. 특히 리그 1위를 달리는 울산은 무려 8명의 선수를 A대표팀에 배출하며 강팀임을 증명했다. (홍철의 무릎 부상으로 심상민이 대체 발탁됐다.) 그중에서도 중원에서 알토란 같은 활약을 펼친 원두재는 처음으로 A대표팀에 뽑히며 실력을 인정받았다. 한편 강원 경기에 자주 등장한 벤투 감독은 강원 선수들을 울산 다음으로 많이 택했다. 김영빈, 이영재, 인현식, 김지현 4명이 나란히 국가대표에 발탁됐지만, 상승세의 포항은 아무도 A대표팀에 뽑히지 못했다. 대신 송민규, 이승모가 올림픽 대표팀에만 뽑히며, K리그 돌풍을 이어갈 전망이다. 프로 3년 차 송민규는 올 시즌 '영 플레이어상'의 가장 유력한 후보로, 자신감 있게 올림픽에 가고 싶다는 포부를 밝힌 바 있다. 그의 재기 발랄하고 자신감 넘치는 플레이는 A대표팀도 쉽게 당해내지 못할 전망이다.
지난 7월 리모델링을 마친 광주 축구전용구장은 TV로 봐도 여기저기 손상된 게 보일 정도였다. 빠른 역습을 주 무기로 삼는 광주, 대구 모두에게 불리한 상황이었다. 하지만 인천에서 펼쳐진 인천과 수원의 외나무다리 승부를 보면 광주 경기장은 선녀였다. 김민우는 공을 쫓아가다가 '잔디'의 태클에 걸려 넘어지며 뒹굴었다. 인천 역시 땅볼 전진 패스가 갑자기 로빙 패스로 변신하는 마법을 목격하며 공을 수원에게 넘겨줬다. 1골을 뒤진 상황에서 빠르게 역습에 나서려던 송시우 역시 잔디인지 흙인지 모를 경기장의 방해에 미끄러지며 기회를 놓쳤다. 시즌초부터 위태로웠던 인천 경기장 잔디는 리그 막바지가 되자 아예 엉망진창이 되어버렸다. (주니오가 인천 경기장 잔디 때문에 기성용이 다쳤다는 쓴소리가 이해가 갈 지경이다.) 장마, 폭우, 폭염. 매번 다른 이유라지만 훌륭하게 관리가 된 다른 구장에 비해 인천이 엄청난 천재지변을 혼자 겪은 건 아니다. 전문적인 관리로 100% 완벽한 잔디까지도 바라지 않는다. 그저 선수들이 다치지 않고, 평소 같은 경기력을 펼칠 수만 있을 정도의 경기장을 바랄 뿐이다. 이런 상태라면 홈경기를 치르는 인천에게 오히려 불리할 지경이니 정말이지 웃픈 상황이다.
불안한 1위 울산은 전북의 추격을 뿌리치지 못하고, 어느덧 승점 동률이 되었다. 지난 라운드 대구전에서 종료 직전 동점골을 허용하며 2대 2로 승점 1점 확보에 그쳤다. 울산은 5경기에서 1승 3무 1패로 부진에 빠졌고, 이동경의 교체 투입 후 다시 벤치로 불러들이며 분위기도 뒤숭숭하다. 김도훈 감독은 설영우, 박정인 등 유망주 선수들을 대거 기용하면서, 노련한 측면 수비수 김태환, 홍철을 선발 라인업에 올렸다. (이동경은 아예 교체 명단에서도 제외되었다.) 반면 상주는 지난 경기 전북 소속 선수들을 제외한 것과 달리 사실상 풀전력을 내세웠다. (박용우, 오세훈의 원소속팀이 울산임에도 둘 다 선발 출장했다.) 스트라이커 오세훈과 이근호를 최전방에 세웠고, 이상기-고명석-권경원-심상민으로 포백 라인업을 꾸렸다. 상주는 울산을 상대로 앞선 두 차례 경기에서 대패했던 아픔을 만회하려는 의지가 강했다. (0대 4, 1대 5 패배) "어디든 균열을 한 번 내보겠다"는 김태완 감독의 인터뷰대로 상주는 복수를 노렸다.
상주의 거센 다짐은 전반 초반 결실을 맺었다. 전반 3분 이상기의 크로스를 불투이스가 불안정하게 처리하자 정원진이 곧장 슈팅해 선제골을 넣었다. 오른쪽 미드필더로 오랜만에 경기에 나선 정원진은 골 이후에도 활발한 슈팅과 자신감 있는 드리블 돌파로 울산을 괴롭혔다. 하지만 울산은 훌륭한 킥력을 지닌 선수들과 마무리 능력을 지닌 장신 수비수들이 포진한 강점을 활용해 세트피스로 반전에 성공했다. 홍철과 김태환이 적극적인 오버래핑과 크로스로 측면 공격을 이끌었는데 결국 전반 31분 동점골이 터졌다. 홍철이 왼쪽에서 프리킥을 올렸고, 정승현이 헤더 동점골을 만들었다. 5분 뒤에는 정승현이 코너킥 상황에서 박정인의 헤더를 발로 밀어 넣으며 역전골까지 뽑았다. 상주의 거센 공격으로 넘어간 경기 분위기를 단숨에 바꾸는 소중한 멀티골이었다. 후반 들어 울산은 비욘존슨을, 상주는 박동진을 투입하며 추가 득점을 노렸다. 하지만 교체 카드가 적중한 쪽은 이기고 있던 울산이었다.
후반 14분 홍철의 날카로운 크로스를 비욘존슨이 긴 다리로 슈팅까지 연결해 추가골을 뽑았다. 교체 투입 이후 주니오와 콤비 플레이를 펼치던 비욘존슨은 쐐기골까지 넣었다. 후반 33분 이번엔 이근호(울산)의 크로스를 머리로 밀어 넣으며 4번째 득점을 만들었다. 승부가 기운 상황에서도 상주는 끈질기게 공격을 전개했고 결국 후반 38분 페널티킥까지 얻었지만, 이근호(상주)의 킥은 조현우의 선방에 막혔다. 결국 또다시 상주는 역전패를 당하며 울산에 약한 징크스를 이어 갔다. 반면 4대 0, 5대 1, 4대 1. 상주를 만나면 골폭풍을 몰아친 울산은 기분 좋게 승점 3점을 챙겼다. 포항에 발목을 잡힌 전북과의 승점차를 벌린 데 이어, 측면 공격이 살아난 게 큰 성과였다. 주니오의 백업 멤버 비욘존슨까지 멀티골을 쓸어 담으며 김도훈 감독을 웃음 짓게 했다. 게가 9월에만 6실점을 기록하며 흔들리던 수비진의 집중력을 되찾고, 정승현이 시즌 첫 골맛을 보며 자신감을 되찾은 것도 긍정적이다. 사실상 전북과의 결승전을 앞두고 뒤숭숭했던 팀 분위기를 빠르게 재정비한 울산은 이제 우승에 한 걸음 더 다가갔다. 물론 끝날 때까지 끝난 게 아니지만.
시민구단 라이벌 광주와 대구가 만나면 화끈한 골잔치가 펼쳐졌다. 지난 7월에는 6골, 8월에는 무려 10골이 터지며 진풍경을 만들었다. 양 팀 모두 확실한 외국인 에이스(펠리페, 세징야)가 득점을 책임지고, 발 빠른 어린 윙어(엄원상, 김대원)가 지원을 하는 빠른 역습이 특기다. 게다가 리그 초반 부진을 빠르게 이겨내고 나란히 파이널 A에 잔류하며 강등의 위험도 피하는 성과를 거뒀다. 대구는 에드가가 부상으로 빠졌지만, 최근 좋은 폼을 보여주는 박한빈, 류재문이 선발로 나왔다. 반면 광주는 퇴장 공백이 커 100% 전력이 아니었다. 올 시즌 대구 상대 4골이나 터뜨린 펠리페가 경기에 나서지 못했고, 수비수 홍준호도 결장했다. 결국 박진섭 감독은 외국인 공격수 없이 김주공, 김정환, 엄원상으로 공격진을 꾸렸고, 아슐마토프-이한도를 선발 센터백으로 내세웠다.
홈 전용구장 첫 승리를 노리는 광주, 아시아 챔피언스리그 출전권을 원하는 대구. 목표의식이 확실한 두 팀의 공방전은 시작부터 치열했다. 대구가 빠른 패스워크로 조금씩 점유율을 가져갔고, 전반 19분 세징야의 슈팅으로 골문을 두드리기 시작했다. 광주 역시 10분 뒤 김정환의 슈팅으로 응수했지만 선제골로 연결되진 않았다. 다득점보다 무실점에 집중한듯한 두 팀은 후반전에도 신중하게 공격을 주고받았다. 후반 21분 지난 경기 결승골의 주인공 박한빈이 다시 한번 결정적 기회를 맞이했으나, 여름이 한 발 앞서 몸을 날리며 슈팅을 가까스로 막아냈다. 하지만 기세가 오른 대구는 아쉬움을 달랠 득점을 결국 먼저 뽑아냈다. 후반 23분 류재문이 2대 1 패스 이후 세 번의 터치로 빠르게 골문 앞까지 돌파했고, 날카로운 슈팅으로 골망을 흔들었다. 리드를 빼앗긴 광주는 김효기, 최준혁을 차례로 투입하며 동점골을 노렸지만 대구의 수비 집중력이 더 돋보였다.
승점 35점으로 남은 3경기에 상관없이 대구는 최소 5위를 확정 지었다. 현재 K리그는 4장의 챔피언스리그 티켓 배정받았다. 리그 1~3위 팀, FA컵 우승팀이 진출권을 나눠 갖는데, 연고지 이전을 하는 상주는 자동 강등 예정이다. 게다가 FA컵 결승 대진이 울산-전북이라 기회는 자연스레 다음 순위로 넘어간다. 수원이나 서울이 아시아 챔피언스리그 우승을 차지하지 않는 이상, 사실상 대구는 내년 시즌 아시아 무대를 누빌 확률이 매우 높다. 2년 전 FA컵 우승팀 자격으로 아시아 챔피언스리그에 나갔던 경험을 되살릴 좋은 기회다. 아울러 역대 최고 성적(2019년 5위)을 뛰어넘을 목표를 가지고 4위 상주(승점 38점)의 자리를 호시탐탐 노리고 있다. 한편 광주는 아쉽게 전용구장 첫 승을 다음으로 미뤘지만, 강등의 공포가 없기에 한결 마음이 편한 상황이다.
지난해 챔피언 전북은 항상 리그 막바지에 강했고, 올해도 역전 우승을 노리고 있다. 우승 경쟁자 울산과의 맞대결 승리를 시작으로 꾸역꾸역 3연승을 기록하며, 드디어 1위와 승점이 같아졌다. 왕년의 닥공(닥치고 공격)같은 화끈한 공격력은 없었지만, 3경기 1실점의 수비력을 바탕으로 나름 상승세다. 약점으로 지적받던 양측 풀백 이주용, 최철순이 컨디션이 끌어올리며 포항전에도 선발 출장했다. 아울러 구스타보, 바로우, 쿠니모토 공격적인 외국인 카드도 모두 투입했다. 이에 맞선 포항은 지난 경기 광주전 5대 3 난타전 승리로 자신감이 넘친다. 포항은 올 시즌 2경기 모두 1대 2로 역전 패배의 아픔을 시즌 막판 중요한 경기에서 복수하려는 의지가 강했다. 비록 가장 든든한 중앙 자원 주장 최영준이 원소속팀 경기에 출전할 수 없는 게 아쉬웠다. 최영준의 빈자리는 포항 유스 출신 베테랑 오범석과 까마득한 유스 후배 이승모가 짝을 이뤘다. 최근 송민규-강상우가 합작해 3골을 만들어낸 왼쪽 라인도 그대로 선발 출전했으며, 김기동 감독은 팔로세비치-일류첸코-팔라시오스 공격적인 3인방으로 전북에 맞불을 놓았다.
팽팽한 경기 초반 분위기는 승점 3점이 급한 전북이 먼저 가져갔다. 바로우, 이주용이 구스타보의 높이를 활용한 크로스를 시도했고, 조규성의 오른발 슈팅으로 골문을 노렸다. 포항은 중원부터 거칠게 압박을 하며 공격을 차단하려 했지만, 전북의 공격 전개가 더 빠르고 적극적이었다. 전북은 쿠니모토, 구스타보를 중심으로 적극적으로 골문을 두드렸지만 포항 수비진의 집중력이 돋보였다. 게다가 국가대표 승선에 실패한 분풀이를 하듯 강현무가 슈퍼세이브를 여러 차례 선보였다. 강현무는 전반 43분 코너킥 상황에서 쿠니모토의 슈팅을 감각적으로 막았고, 전반 종료 직전 김보경의 왼발 슈팅 역시 잡아냈다. 무려 13개의 슈팅, 그중에서 6개가 골대로 향하는 유효슈팅이었지만 강현무가 전부 막아냈다. 후반 11분 최철순의 크로스를 구스타보가 헤더로 연결했지만 골대까지 맞는 불운이 이어졌다. 결국 전북의 총공세를 막아낸 포항이 위기 뒤에 기회를 맞이했고, 결국 선제골로 연결했다.
이번에도 강상우-송민규의 호흡이 돋보인 결승골이었다. 후반 14분 강상우의 날카로운 프리킥이 골문 앞으로 넘어왔고, 송민규는 수비수를 따돌리고 헤더로 골망을 흔들었다. 장신 수비수를 영리하게 따돌리는 움직임이 일품이었고, 헤더 마무리 역시 99년생이란 게 믿기지 않을 정도로 침착했다. 사실상 영 플레이어상을 확정 짓는 시즌 10호골이었고, 강상우-송민규의 4번째 합작품이었다. 전북은 이승기, 이동국, 신형민을 연이어 투입하며 승점 1점이라도 확보하기 위해 총력을 기울였다. 전북의 공격 숫자가 늘어나고, 슈팅 수는 늘어났지만 포항의 버티기를 뚫어내지 못했다. 김민혁, 홍정호 등 장신 수비수들까지 모두 올라와 공격에 가담했지만, 홍정호의 슈팅 역시 강현무를 넘지 못했다. 포항은 김기동 감독 부임 후 처음으로 전북을 이기며, 우승 경쟁에 제대로 고춧가루를 뿌렸다. 승리를 거둔 울산이 다시 3점 차로 달아난 상황에서 전북의 자력 우승은 한층 더 어려워졌다. 마지막 맞대결에서 무조건 승리를 거두고, 울산이 다시 한번 발목이 잡히길 기도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광주에 밀려 파이널 B로 떨어진 강원과 성남은 웃을 수 없는 상황이다. '강등'이라는 공포에 6팀 모두 자유로울 수 없기 때문이다. 하지만 강원은 까다로운 부산 원정에서 2대 0으로 기분 좋게 이기며 파이널 B 선두로 달아났다. 게다가 주요 선수들이 강원을 자주 찾았던 국가대표팀 벤투 감독의 선택을 받았다. 김영빈, 이영재, 김지현, 이현식(A대표팀), 이광연(올림픽대표팀)은 나란히 전원 선발 출전하며, 높아진 사기를 리그 경기에도 이어갔다. 반면 성남은 주장 연제운이 퇴장당한 공백을 메우지 못하고 6실점하며 대패했다. 단순한 1패라고 넘어가기엔 믿었던 수비진의 붕괴가 너무 심각했다. 김남일 감독은 마상훈을 선발 투입하며 수비라인을 꾸렸고, 나상호와 양동현의 한방을 기대했다. FA컵 포함 4연패로 부진 중인 성남은 잔류를 위해서는 반드시 분위기 반전이 필요한 시점이었다.
전반전엔 주도권을 쥔 강원의 공세와 이를 막아내는 베테랑 골키퍼 김영광이 돋보였다. 전반 24분 이영재, 고무열이 연이어 슈팅을 시도했지만 골로 연결되지 않았다. 상대적으로 내려앉은 성남 수비진을 패스로 공략하려는 강원의 시도가 이어지는 가운데 결정적 터닝 포인트가 나왔다. 지난 인천전에 이어 또 퇴장이었다. 전반 29분 성남 박수일이 무리한 태클을 시도하다가 그대로 퇴장당했다. 0대 6 대패의 트라우마가 떠오를법한 이른 퇴장이었고, 강원은 더욱 거세게 성남을 몰아붙였다. 특히 후반 4분 코너킥 상황에서 임채민이 높이 뛰어올라 시도한 헤더가 골대를 강하게 맞고 나왔다. 반면 성남은 후반 9분 나상호가 환상적인 터닝 슈팅으로 수적 열세를 이겨내고 선제골을 터뜨렸다. 하지만 강원은 골 넣는 수비수가 있었다. 그것도 2명이나. 계속 경기를 주도하던 강원은 결국 후반 36분 동점에 성공했다. 세트피스 상황에서 김경중의 슈팅이 골대를 맞고 나오자 김영빈이 재차 밀어 넣으며 골망을 흔들었다.
기세가 오를 대로 오른 강원은 후반 41분 코너킥을 임채민이 역전 헤더 골을 터뜨렸다. 친정팀을 상대로 기록한 골이라 마음껏 환호하진 않았지만 강원을 구해낸 의미 있는 골이었다. 10명이서 악착같이 동점을 버텨내던 성남은 허탈하게 그라운드에 주저앉았다. A대표팀 감독 벤투가 가장 관심을 기울이는 강원은 본인들만의 특색 있는 축구로 사실상 1부 리그 잔류에 성공했다. 남은 3경기에서 강원이 전부 패하고, 꼴찌 인천이 모두 이겨야 순위가 뒤바뀌기에 한숨 돌렸다. 반면 파이널 B 라운드 2연패, 11위로 추락한 성남은 발등에 불이 떨어졌다. 연제운의 공백 이외에도 박수일이 퇴장으로 다음 경기에 나서지 못하고, 김동현도 경고 누적 5장으로 출전 불가다. 엎친 데 덮친 격으로 김남일 감독마저 심판 판정에 강하게 항의를 하다가 퇴장당했다. 위기에 영웅이 탄생하는 법이지만, 성남의 답답한 공격과 무너진 수비를 동시에 해결할 선수가 쉽게 보이지 않는다. 이미 강등을 경험해본 성남의 불안함을 반전시켜줄 카드가 간절히 필요한 상황이다.
부산 조덕제 감독은 지난 29일 성적 부진을 이유로 결국 자진 사퇴했다. 6경기 무승(2무 4패)에 최하위로 추락한 상황에서 어찌 보면 당연한 선택이었다. 이기형 수석코치가 감독대행으로 빈자리를 대신했고, 4년 전 인천 감독대행 시절 연승을 재현할 임무를 맡았다. 외국인 선수 없이 박종우, 김정현 더블 볼란치로 수비 안정화를 노렸고, 김명준-김동우로 중앙 수비를 꾸렸다. 한편 최필수는 K리그 통산 100경기 출전에 성공하며 중요한 경기 골문을 지켰다. 서울 역시 강등권과 멀지 않은 상태로 위태로운 분위기였다. 박주영이 슈퍼매치 개인 최다골을 기록했지만, 결국 1대 3으로 수원에 완패했기 때문이다. 갑작스레 팀을 떠난 김호영 감독대행의 빈자리 역시 감독 대행의 대행 박혁순 코치가 메우고 있기에 불안한 상태다. 서울은 베테랑 박주영의 한방을 믿고 선발 출전시켰고, 오랜만에 윤영선을 황현수의 센터백 단짝으로 내세웠다.
경기는 시작과 동시에 거센 서울의 슈팅으로 뜨겁게 달아올랐다. 전반 1분 박주영의 코너킥을 황현수가 헤더로 연결했다. 이후 정한민의 오른발 슈팅도 강력하게 골문으로 향했지만 최필수의 컨디션은 최고였다. 윤종규, 한승규 등이 돌아가며 위협적인 중거리 슈팅을 시도했지만 번번이 최필수의 선방에 막혔다. 든든한 수문장의 무실점에 힘입어 첫 골은 부산이 터뜨렸다. 전반 16분 이동준이 오버래핑하는 김문환에게 공을 연결했고, 김문환은 컷백을 시도했다. 수비수를 맞고 높이 튄 공을 이규성이 다이렉트 발리 슈팅으로 연결했고, 공은 골문으로 빨려 들어갔다. 역습 상황에서 가벼운 몸놀림을 보이던 이규성의 소중한 시즌 첫 골이었다. 서울은 후반 시작과 동시에 주세종을 투입하며 더욱 공격에 집중했지만 추가골을 허용했다. 후반 2분 페널티박스 정면에서 박종우가 골문 구석으로 정확히 꽂히는 프리킥을 성공시키며 2대 0으로 달아났다.
서울의 공격은 평소보다 위협적이고 날카로웠다. 적절히 중거리 슈팅을 시도했고, 골문까지 가는 연계 플레이도 나쁘지 않았지만, 최필수를 넘지 못했다. 그나마 후반 20분 혼전 상황에서 김명준이 걷어낸 공이 서울 정한민을 맞고 들어간 게 유일한 골이었다. 경기 막판으로 갈수록 서울의 공세는 거셌지만, 최필수의 온몸을 던진 감각적인 선방으로 1승을 지켜냈다. "무거운 책임감으로 경기에 임하자고 다짐을 했고 경기에서 그런 모습을 보여줘서 감사하다." 부산 이기형 감독대행은 4년 전에도 올해와 비슷한 상황이었다. 강등 위기의 인천의 감독대행을 맡아 첫 경기 서울을 상대로 똑같이 승리했다. 조덕제 감독의 '공격 축구'에서 부족했던 수비 조직력을 가다듬는 데 최선을 다했고 소중한 1승을 거뒀다. 인천을 이끌고 극적으로 잔류에 성공했던 경험이 부산에서 발휘될지는 3경기 안에 판가름 난다. 부산은 꼴찌 탈출에 성공했지만, 낮은 순위의 인천-성남과의 맞대결이 남아있어 안심하긴 이르다.
인천은 지난 라운드 성남을 상대로 무려 6골 차 완승을 거두며 꼴찌 탈출에 성공했다. 조성환 감독 부임 이후 빠르게 팀을 재정비했고, 수원 상대로 7년 여만에 홈 승리를 거둔 경기가 큰 터닝 포인트였다. 게다가 무고사의 대표팀 차출을 다시 한번 연기하며 최전방 공격수의 무게감도 잃지 않은 채 다시 수원을 만났다. 반면 수원은 인천 원정 패배가 다급한 감독 선임의 분수령이 되었다. 주승진 감독대행이 지휘봉을 내려놓고 9월 박건하 감독이 팀을 맡아 시즌 첫 연승을 이뤄냈다. 강원, 서울을 연이어 격파하면서 올해 부진을 거듭하던 타가트까지 해트트릭으로 살려내며 분위기 반전에 성공했다. 수원은 재미를 보고 있는 타가트-한석희 투톱을 선발로 내세웠고, 인천 출신 한석종을 중원에 배치했다. K3리그에서 군 복무를 마친 이기제 역시 지난 경기 교체에 이어 곧바로 선발 출전하며 스쿼드의 깊이를 더했다. 이에 맞선 인천 역시 아길라르, 무고사, 김도혁, 김호남 등 정예 멤버를 총출동했다.
중요한 승부를 앞둔 22명의 선수들보다 눈에 띈 건 엉망진창인 '잔디'였다. 지난 울산전 이후 잔디 보수 공사를 했다지만, 여기저기 깊게 파인 잔디와 흙더미는 부끄러울 지경이었다. 제대로 된 패스가 되지 않고 공은 갑자기 튀어 오르기 일쑤였고, 결국 양 팀 모두 전반 내내 결정적 기회를 만들지 못했다. 인천이 점유율을 높이며 공을 돌렸지만 최전방이 아닌 후방에서의 빌드업이었고, 오히려 수원의 패스워크를 바탕으로 한 빠른 공격 전개가 돋보였다. 결국 골은 전반 44분 매탄고 유스 출신 김태환의 발끝에서 나왔다. 고승범이 내준 공을 침착하게 컨트롤하고, 김태환은 강한 왼발 슈팅을 시도했고 그대로 골망을 흔들었다. 스리백, 투톱 등 멀티 플레이어의 자질을 뽐내며 중용받고 있는 김태환은 우측 미드필더로 나와 최근 준수한 활약을 펼쳤다. 왕성한 활동량과 상대 수비수의 신경을 자극하는 영리(혹은 얄미운) 플레이로 팀에 보탬이 되던 와중에 프로 데뷔골까지 터뜨렸다. 게다가 박건하 감독의 현역 시절 트레이드마크 '옷깃 세레머니'까지 따라 하는 센스를 선보였다.
한골 뒤진 인천은 교체 투입된 송시우와 최전방 공격수 무고사를 중심으로 더욱 거세게 압박을 시작했다. 하지만 수원의 스리백은 노련하게 공격을 차단했고, 발 빠른 한석희를 이용한 역습을 시도했다. 아직까지 올 시즌 마수걸이 골을 터뜨리지 못한 한석희는 과감하고 자신 있게 중거리 슈팅을 여러 차례 시도했지만 골키퍼 선방에 막혔다. 위험천만한 잔디, 애매한 심판 판정에 서서히 과열되던 경기는 한번 크게 불붙었다. 후반 19분 송시우의 돌파를 민상기가 막는 과정에서 발이 엉키며 신경전이 펼쳐졌고 무려 4명의 선수가 경고를 받았다. (이후 후반 25분 페널티 박스에서 민상기, 송시우는 뒤엉켜 넘어졌지만 PK는 선언되지 않았다.) 다급해진 인천은 라인을 더욱 끌어올렸지만, 수원은 오히려 김민우, 타가트의 패스 플레이로 추가골 기회를 노렸다. (후반 38분 타가트의 골은 오프사이드로 무효 처리됐다.) 하지만 중요한 순간에 다름 아닌 '잔디'가 선수들의 발목을 잡았고, 경기는 결국 수원의 1년 3개월 만의 3연승으로 마무리됐다. 한편 선수들의 부상, 수준 낮은 경기를 유발하는 인천 잔디는 허탈하다 못해, 쓴웃음만 남겼다.
FW 송민규 비욘존슨
MF 류재문 박종우 이규성 김태환
DF 홍철 정승현 임채민 김영빈
GK 최필수
후반 20분까지 대구와 광주 경기에 골이 터지지 않았다. 지난 맞대결에서 무려 10골이 터지는 화끈한 난타전과 다른 팽팽한 분위기였다. 세징야와 박한빈이 여러 차례 위협적인 슈팅을 시도했지만, 골까진 연결되진 못했다. 0의 균형을 깬 건 대구 류재문이었다. 후방에서 길게 넘어온 패스를 츠바사가 침착하게 2대 1 패스로 연결했고, 류재문은 곧장 골문을 향해 돌진했다. 세 번의 터치 만에 페널티 박스 안으로 그대로 파고들었고, 뒤늦게 광주 수비수들이 따라붙었지만 이미 역부족이었다. 결국 류재문은 강한 슈팅으로 선제골이자 결승골, 대구를 아시아 무대로 이끄는 소중한 득점을 기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