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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샘바리 Sep 28. 2020

[23R] 1989일, 113일. 기나긴 기다림의 결과

K리그1 23R

우승과 강등이 걸린 파이널 라운드 5경기의 첫 대결이 펼쳐졌다. 사실상 모든 경기가 승점 6점짜리인 살얼음판에서 여러 명승부가 펼쳐졌다. 무려 18경기, 5년 5개월 동안 서울을 이기지 못했던 수원은 경기력은 물론 결과까지 승리로 마무리했다. 김호영 감독대행이 사임한 서울의 분위기는 뒤숭숭했지만, 수원은 작년 득점왕 타가트가 깔끔한 해트트릭으로 살아나며 상승세에 올라탔다. 전역 후 합류한 미드필더 한석종이 안정적으로 조율하는 중원에 고승범, 박상혁 등 전반기 핵심 멤버들도 부상에서 돌아왔다. 게다가 전반기 부진했던 타가트가 본격적인 부활을 예고했고, 수비진의 핵심인 헨리까지 복귀한다면 호재로 가득한 분위기는 더욱 뜨거워질 전망이다. 인천 역시 화끈하게 6골을 퍼부으며 113일 만에 꼴찌 탈출에 성공했다. 무고사의 해트트릭, 김도혁의 멀티골 등 연제운이 전반 2분 만에 퇴장당한 성남을 철저히 요리했다. 파이널 B 첫 경기 승리팀(수원, 인천, 강원)과 패배팀(서울, 성남, 부산)의 완전 다른 분위기가 시즌 종료까지 이어질지가 관건이다.

파이널 A의 우승 경쟁도 심상치 않다. 불안한 선두 울산이 대구에게 극적으로 비기는 사이, 전북은 상주를 상대로 1골 차 승리를 챙겼다. 한골차 리드를 지키기 위해 수비수 김기희를 투입했지만, 추가 시간에 박한빈에 실점을 허용한 게 뼈아팠다. 두 팀의 승점은 51점으로 같아졌고, 다득점에서 앞선 울산이지만 더욱 불안하게 쫓기는 상태다. 울산은 전북과의 정규리그 두 차례 맞대결에서 2패를 당했는데, 파이널 라운드에서도 질 경우 사실상 악몽 같은 '2019년 극적 준우승'과 같은 결과가 기다리고 있다. "지금 분위기를  타면 우승할  있을 것이라 생각한다."라는 전북 이승기의 인터뷰는 전북의 역전 우승을 향한 자신감을 느낄  있었다. 한편 포항 일류첸코는 해트트릭을 기록하며 광주전 5대 3 승리를 이끌었다. 이로써 라운드 베스트 일레븐의 공격수 자리는 해트트릭을 기록한 골잡이 3명(타가트, 무고사, 일류첸코)으로 사실상 굳어졌다. K리그 최초로 해트트릭이 3차례나 나온 치열한 라운드가 끝났고, 우여곡절이 많은 시즌 종료까지 4경기가 남았다. 우승, 강등. 최고 혹은 최악의 성적표를 누가 받아 들지 기대를 모은다.


- 수원 3 : 1 서울 : 5년 5개월 만의 승리, 산뜻한 파이널 B의 기분 좋은 출발


나란히 파이널 B로 떨어진 왕년의 강호 수원과 서울, 결국 3번째 슈퍼매치가 펼쳐졌다. 하지만 공교롭게도 매번 감독이 달랐다. 이임생 대 최용수, 박건하 대 김호영, 박건하 대 박혁순. 서울은 9경기(4승 3무 2패) 동안 나름 나쁘지 않게 팀을 이끌었던 김호영 감독대행이 돌연 사임했다. 중요한 슈퍼매치, 파이널 B 첫 경기를 앞두고 정식 감독 선임에 이견이 있었고, 서울은 급하게 박혁순 코치를 감독석에 앉혔다. 서울은 슈퍼매치 최다 득점자(9골) 박주영을 선발 스트라이커로 내세웠고, 수원 중앙을 견제하기 위해 정현철을 생소한 2선에 배치했다. 이에 맞서 박건하 감독은 한방이 있는 타가트, 활동량이 주 무기인 한석희 공격수 조합을 택했고, 100% 전력의 중원을 구축했다. 전반기 수원을 먹여 살린 박상혁, 고승범이 부상에서 돌아왔고, 수원 합류 후 5경기 만에 결승 데뷔골을 뽑은 한석종까지 투입했다. 수원은 자칫 꼴찌 인천에게 덜미를 잡힐 수도 있는 상황에서 매 경기 베스트 멤버를 총출동시킬 수밖에 없었다.


전반 6분 고승범의 강력한 중거리 슈팅으로 수원의 공세가 시작됐다. 전방에서 압박을 노린 서울의 '정현철 시프트'는 한석종의 여유로운 조율에 큰 효과를 보지 못했다. 레전드 염기훈을 벤치에 두고 수원은 박상혁, 고승범 등 빠른 공격 전개에 특화된 선수를 활용하며 경기를 주도했다. 몰아붙이던 수원은 결국 전반 13분 수원 타가트가 환상적인 골로 승기를 잡았다. 한석종의 패스로 시작된 측면 공격 상황에서 김태환이 타가트를 향해 낮고 빠른 크로스를 올렸다. 타가트의 퍼스트 터치에 공이 약간 튀어올랐지만, 곧바로 터닝 슈팅으로 자신감 있게 연결했고 공은 골문 구석으로 빨려 들어갔다. 이후 서울은 전반 29분 한승규의 헤더로 동점을 노렸지만 결과를 만들어내지 못했고, 수원에 오히려 빠른 속공을 허용했다. 서울의 어처구니없는 패스 미스를 따낸 수원은 빠르게 전진했고, 한석희가 페널티박스 부근에서 왼발로 감아 찼지만 골대를 강타했다. 지난 경기에 이어 최전방에서 활발하게 침투하며 기회를 만들어낸 한석희는 (마무리만 빼고) 팀에 활력을 불어넣었다.


무기력한 서울의 동점골은 후반 9분 박주영의 발끝에서 터졌다. 프리킥 세트피스 상황에서 올라온 공이 골문 앞에서 뒤엉켜 혼전이 펼쳐졌고, 박주영이 침착하게 밀어 넣으며 골망을 흔들었다. 긴 시간 오프사이드, 핸들링 파울과 관련해 비디오 판독이 이어졌지만 득점은 인정됐다. 하지만 승리를 향한 열망은 수원이 강했고, 빠르게 달아났다. 후반 18분 빠르게 연결한 스로인을 한석희가 크로스를 올렸고, 타가트가 수비수 경합을 이겨내고 넘어지면서 추가골을 넣었다. 서울은 주세종, 윤주태 등을 투입하며 분위기 반전을 노렸지만 수원의 끈질긴 수비에 막히며 힘을 내지 못했다. 오히려 후반 추가 시간 김민우가 절묘한 퍼스트 터치로 측면을 돌파했고, 정확하게 올린 공을 타가트가 밀어 넣으며 해트트릭을 완성했다. 타가트는 개인 통산 2호 해트트릭을 만들었고, 수원은 2015년 4월 18일 이후 5년 5개월 만에 슈퍼매치 승리를 따냈다. 현역 시절 18번 스트라이커로 맹활약한 박건하 감독은 올해 부진하던 18번 타가트를 살려냈고, 빠르게 팀을 정비해 라이벌 매치까지 이기며 최상의 결과를 얻었다. 게다가 이기제도 전역 후 복귀해 스쿼드의 깊이를 더했다. 반면 남은 4경기를 사실상 감독 없이 치러야 하는 서울은 위태로운 분위기다. 누구도 안심할 수 없는 K리그 1 파이널 B 무대에서 과연 감독 없는 팀이 잘 버텨낼 수 있을까?


- 성남 0 : 6 인천 : 한 경기 6골 인천, 113일 만에 드디어 기적 같은 꼴찌 탈출

FA컵 4강에 오른 성남의 선택은 '리그 올인'이었다. 김남일 감독은 나상호, 연제운, 김영광, 이태희 등 주전을 아예 빼고 현실적인 K리그1 잔류에 집중하기로 했다. 전북에게 리그에서 한 번도 지지 않을 정도로 맞불을 놓을만했지만, 성남은 FA컵이란 이상보다 잔류란 현실에 집중했다. (경기도 0대 1로 패했다.) 그럴 수밖에 없는 이유는 꼴찌 인천과 승점 4점 차밖에 나지 않기 때문이다. 게다가 하반기 부진으로 2016년 강등의 아픔도 경험했기에 더욱 절실할 수밖에 없었다. 성남은 김동현-박태준 더블 볼란치로 스리백을 보호하고, 나상호-김현성 투톱으로 득점을 노렸다. 반면 본격적인 생존 본능을 발동 중인 인천은 성남 원정에 강한 면모를 보이며 자신감을 엿보였다. (최근 5경기 1승 4무) 게다가 지난 경기 근육통을 호소한 무고사를 무리해서 투입하지 않고 남은 5경기에 올인하려는 모습이었다. 조성환 감독은 무고사, 아길라르 투톱을 선발 출전시켰고, 김준범, 김도혁으로 중원을 꾸렸다. 올해는 도저히 어려울 것 같던 인천의 반등은 선선한 바람이 불어오는 가을이 찾아오자 마법처럼 시작됐다.


성남은 주중 경기 체력 안배를 택한 게 무색하게도 경기 시작 2분 만에 초대형 악재를 만났다. 연제운이 페널티지역 오른쪽에서 트래핑을 실수하며 공을 빼앗겼고, 다급한 나머지 무고사를 저지하려다 반칙을 범했다. 심판의 처음 판정은 경고였지만, 비디오 판독 결과 결정적인 일대일 상황을 막았다는 이유로 연제운을 퇴장 조치했다. 수적 우위의 인천은 빠른 시간 골을 몰아치며 승기를 잡았다. 전반 11분 아길라르의 패스가 수비를 맞고 높이 튀어올랐고, 김준범이 침착하게 왼발 슈팅으로 마무리하며 골망을 흔들었다. 7분 뒤에는 아길라르의 코너킥을 무고사가 머리로 밀어 넣으며 순식간에 2골 차를 만들었다. 수비진의 리더 주장 연제운이 빠진 성남은 무기력했고 조급했다. 반면 인천은 안정적으로 공을 돌리면서도 유기적인 압박으로 주도권을 내주지 않았다. 게다가 22경기 동안 15골에 그쳤던 답답한 골 결정력 문제를 단숨에 해결하며 자신감을 얻었다. 후반 9분 김도혁의 과감한 중거리 슈팅으로 3번째 골을 터뜨렸고, 후반 32분에는 골문 앞에서 성남의 패스 미스를 놓치지 않고 골키퍼까지 제치고 멀티골을 기록했다.


해결사 무고사는 후반 38분 오른발 감아 차기, 45분 침착한 마무리로 개인 통산 3호 해트트릭을 완성했다. 3골 1 어시스트, 퇴장 유도까지 완벽한 에이스의 면모였다. 아울러 교체 투입된 송시우는 무고사의 2골을 모두 도우며, 역시 후반전에 강한 모습을 선보였다. 이로써 인천은 2004년 창단 이후 최다 득점차 승리(6대 0)를 기록했고, 드디어 부산을 제치고 113일 만에 꼴찌를 탈출했다. 시즌 중후반까지 절대 뒤집힐 것 같지 않던 하위권 순위가 드디어 바뀐 것이다. 파이널 B 첫 경기 강원전에 패배한 부산은 골득실에서 인천에 밀려 최하위로 떨어졌다. (골득실 :인천 -9, 부산 -12) 규정상 승점이 똑같으면 다득점으로 순위를 가리는 방식에서 인천이 거둔 6골 차 대승은 큰 힘이 될 전망이다. 인천의 레전드가 되고 싶다는 무고사는 초반 부진을 이겨내고 11호 골을 뽑아내며, 남은 경기에서도 상승세를 이어갈 자신감을 얻었다. 반면 불의의 퇴장으로 무기력한 패배를 당한 성남은 인천과 승점 1점 차 10위로 결코 안심할 수 있는 상황이 아니다. 게다가 빈약한 공격력에 비해 탄탄한 수비가 장점이었는데, 거듭된 수비 실수로 허점을 보여 남은 경기에 빨간 불이 켜졌다.


- 부산 0 : 2 강원 : 강등을 경험한 자, 그 두려움이 코앞에 다가왔다

9월 16일 구덕 경기장에서 만난 부산과 강원이 다시 만났다. (당시 강원의 2대 1 승리) 하지만 긴장감은 당시와 꽤나 다르다. '강등'이 걸려있는 파이널 B의 첫 번째 경기였기 때문이다. 강등권은 아니라지만 양 팀의 분위기 역시 그리 좋지는 않다. 위기로 관심이 집중된 인천, 수원보다 조용히 부진을 이어가고 있는 부산은 최근 2무 3패로 상황이 심각하다. 에이스 이정협의 부상, 주전 선수들의 과부하로 역습의 속도나 마무리가 상당히 힘이 떨어졌다. 하지만 매 경기 필사적일 수밖에 없는 파이널 라운드에 부산은 선발로 이정협, 이동준, 김문환 등 베스트 멤버를 모두 투입했다. 특히 지난 강원 원정에서 2골 2도움으로 맹활약한 이동준의 복귀에 큰 기대를 걸었다. 한편 강원 역시 지난 라운드에서 수원에게 후반에만 2골을 허용하며 역전패당하며 파이널 B로 추락했다. 김병수 감독은 포백 라인을 기본으로 고무열, 김지현 등 득점해줄 선수를 공격 라인에 투입했다.


전반전은 강하게 압박하고 부딪히는 양 팀의 기싸움으로 시작됐다. 전반 8분 골문 앞에서 고무열이 살려낸 공을 그대로 이재권이 슈팅을 하며 골문을 두드렸다. 다음 코너킥에서도 고무열이 수비수를 제치고 헤더까지 시도했지만 골키퍼 품 안에 안겼다. 반면 부산은 전반 34분 먼 거리에서 시도한 김정현의 과감한 중거리 슈팅을 제외하면 위협적인 장면을 연출하지 못했다. 팽팽한 접전 속에서도  강원이 조금씩 분위기를 가져왔고, 홈구장과 달리 부산의 잔디는 나쁘지 않았다. 빠르게 패스를 돌리며 공수 전환을 시도했고, 그 중심에서 한국영이 팀 전체의 안정감을 더했다. 강한 압박을 매끄럽게 이겨내고 양질의 패스를 뿌리는 한국영의 존재덕에 강원은 주도권을 가져갈 수 있었다. 게다가 한국영은 후반 6분에는 직접 어시스트를 기록하며 승리를 이끌었다. 페널티 박스 바깥에서 슛 페이크로 전진한 뒤 수비수 사이로 절묘한 스루패스를 연결했고, 고무열은 곧바로 골문 구석으로 향하는 선제골을 뽑아냈다.


물러설 곳이 없는 부산은 후반 8분 김진규, 후반 23분 박관우를 연이어 투입하며 동점골을 노렸지만 세밀함이 부족했다. 후반 16분 김진규의 오른발 터닝 슈팅이 골대를 맞고 나온 게 가장 아쉬운 장면이었다. 오히려 후반 막판 이영재에게 쐐기골까지 허용하며 무기력하게 완패했다. 날카로운 크로스에 이은 이영재의 첫 번째 헤더를 최필수가 가까스로 막았지만, 아무도 없는 상황에서 세컨드 볼을 밀어 넣는 것까진 어쩔 수 없었다. 결국 강원은 원정 승리를 챙기며 7위를 지켜냈고 산뜻하게 파이널 라운드를 출발했다. 반면 수원, 인천에 가려 부진이 눈에 띄지 않던 부산은 조용히 꼴찌로 내려왔다. 인천이 무려 6골을 퍼부으며 승리를 챙겨서 골득실까지 역전당한 것이다. (인천 : -9, 부산 : -12) 부산은 이미 강등을 경험했고, 다시 K리그1으로 올라오기가 얼마나 어려운지 익히 알고 있다. 하지만 6경기 무승(2무 4패)을 기록하는 동안 단 2골밖에 넣지 못한 극악의 골 결정력은 그리 쉽게 변하지 않는다는 게 문제다. 이정협의 극적인 컨디션 회복 말고는 공격진에서 변화를 기대하기 힘든 게 현실이기 때문이다. 진짜 강등 전쟁은 이제 본격적인 시작이다.


- 상주 0 : 1 전북 : 꾸역꾸역 3연승, 어쨌든 울산과 나란히 선 전북의 우승 공식

“지더라도 포항전처럼 최대한 재밌는 경기를 하도록 하겠다.” 상주 김태완 감독은 지난 포항과의 극적인 명승부 이후 자신 있는 인터뷰를 했다. 부담감을 덜고 재미있는 축구를 하는 상주는 오히려 창의적이고 공격적인 축구를 선보이고 있다. 남은 5경기에 우승, 아챔 티켓이 걸린 파이널 A 나머지 팀들에게 상주는 고춧가루 부대다. 특히 우승을 노리는 전북 역시 마찬가지다. 전북 출신 권경원, 문선민이 상주 공수에서 맹활약하고 있고, 지난 상주 원정에서 패한 기억도 있기 때문이다. 그래도 지난 23일 FA컵 4강 성남전에 승리하며 7년 만에 결승에 올라 분위기는 좋은 편이다. 전북은 구스타보, 바로우, 손준호 등 FA컵을 치른 베스트 선수들을 대거 선발로 기용해 4-1-4-1 포메이션을 들고 나왔다. 반면 상주 김태완 감독은 우승 경쟁이 치열한 막판 부담감을 주고 싶지 않아 공수의 핵심 문선민, 권경원을 친정팀과의 경기에 내보내지 않았다. 대신 2000년생 유망주 골키퍼 박지민이 프로 데뷔전을 펼쳤고, 고명석과 우주성이 중앙 수비를 맡았다. 그리고 지난 경기에도 득점포를 가동한 정재희와 함께 오세훈, 송승민으로 공격진을 구성했다.


전반전은 체력적 우위의 상주의 주도하는 형국이었다. 전반 9분 심상민의 프리킥으로 골문을 두드렸고, 2분 뒤에는 수비진에서 절묘한 스루패스로 기회를 잡았다. 롱패스를 이어받은 오세훈이 치고 들어가 크로스를 올렸고, 정재희가 달려들며 슈팅을 시도했지만 골대를 벗어났다. 전북은 손준호의 강력한 중거리 슈팅으로 반격에 나섰고, 조금씩 라인을 끌어올리며 상주를 압박했다. 주된 공격 루트는 구스타보의 머리를 향한 크로스였지만 득점까지 이어지진 못했다. 답답한 경기 흐름을 바꾼 건 교체 카드였다. 상주가 먼저 오세훈, 정재희를 빼고 박동진, 박세진을 투입하며 공격진에 변화를 줬다. 모라이스 감독 역시 이에 맞서 후반 19분 김보경을 대신해 이승기를 넣었고 교체가 적중했다. 후반 25분 높게 올라온 공은 조규성이 머리로 떨궈줬고, 구스타보가 욕심부리지 않고 이승기에게 패스했다. 이승기는 수비수 둘을 앞에 두고도 침착하게 빈 곳으로 오른발 슈팅을 시도했고 그대로 골망을 흔들었다.


상주는 동점을 위해 라인을 끌어올렸고 점유율을 높여갔다. 후반 30분 긴 스로인이 전북 수비수를 맞고 흐르자 박동진이 골문 앞에서 넘어지며 슈팅했지만 송범근이 막아냈다. 김태완 감독은 후반 36분 마지막 교체 카드로 공격적인 문창진까지 투입했지만 전북은 버티기에 돌입했다. 오히려 종료 5분 전 구스타보가 높이 뛰어올라 시도한 헤더가 골문을 맞고 나오며 아쉬운 장면을 연출했다. 결국 경기는 그대로 전북의 승리로 끝났고, 지난해처럼 극적인 역전 우승의 분위기가 스멀스멀 올라온다. 승점 3점을 추가한 전북, 승점 1점에 그친 울산. 결국 두 팀은 파이널 라운드 첫 번째 경기만에 승점이 같아졌다. 승점은 51점으로 같고 다득점에서 울산이 8골 차로 앞선 상황이지만 분위기는 전북이 더 좋다. 뒷심 부족으로 이길 경기를 비긴 울산에 비해, 나쁜 경기력에도 꾸역꾸역 3 연속 승리를 챙기며 맞대결을 기다리는 전북이 더 무서운 이유다. 한편 상주는 연고지 이전을 앞두고 홈경기가 1번 남은 상황에서 아름다운 이별을 준비하고 있다.


- 대구 2 : 2 울산 : 지난해 준우승 트라우마를 떠올리는 울산의 뒷심 부족

8월과 9월의 대구는 180도 달랐다. 리그 200승에 1승이 모자랐던 대구는 수비 붕괴로 지독한 부진에 빠졌다. (8월 5경기 1무 4패) 하지만 9월 울산전에 1대 1 무승부를 기록해 분위기 반전에 성공하고, 다음 성남전 승리로 200승 달성에 성공했다. 게다가 2년 연속 파이널 A 진출에 성공해 아챔 티켓 획득은 물론 울산 원정 징크스도 끊을 기세다. 지난 2013년 승리 이후 4무 8패로 압도적인 열세인 대구는 울산의 체력 부담을 파고들었다. 세징야, 데얀 투톱을 지원하는 역할로 최근 왕성한 활동량으로 팀 전체 에너지를 올리는 박한빈을 투입했다.  현재 1위 울산은 주중 FA컵 4강 포항전에서 120분 혈투 후 승부차기까지 치렀다. 김태환의 어이없는 자책골로 끌려다닌 경기를 뒤집고 결승에 진출한 게 천만다행이었다. 특히 조현우는 여러 차례 선방과 함께 승부차기에서도 격이 다른 존재감을 선보이며 승리를 이끌었다. 김도훈 감독은 주니오, 원두재, 신진호 등 주전을 포함한 4-1-4-1 포메이션으로 대구를 상대했다.


전반 초반은 세징야, 데얀의 연이은 슈팅으로 대구가 흐름을 잡아갔다. 조현우의 선방과 주니오의 골문 앞 수비가 아니었다면 빠른 실점을 허용할 뻔했다. 하지만 계속 골문을 두드리던 대구는 전반 21분 선제골을 터뜨렸다. 페널티 박스 주변에서 데얀과 박한빈이 패스로 돌린 공을 세징야가 강력한 오른발 슈팅으로 마무리하며 리드를 가져왔다. 하지만 울산에는 골무원 주니오가 건재했고, 6분 뒤 곧장 동점골을 만들었다. 페널티 박스 안에서 수비수 2명의 견제를 이겨내고 끝까지 집중력을 보여주며 마무리 슈팅까지 성공했다. 데얀이 부상으로 교체된 대구와는 다르게 울산의 분위기는 좋았고 결국 후반 5분 역전했다. 김태환이 경합해 따낸 공을 중앙으로 빠르게 치고 올라와 정확한 왼발 슈팅으로 역전골을 뽑아냈다. 김도훈 감독은 승리를 지키기 위해 주니오, 설영우를 빼고 비욘존슨, 이동경을 투입하며 라인을 끌어올린 대구를 상대했다. 반대로 이병근 감독대행은 이진현, 오후성을 투입하며 반드시 승점을 챙기겠다는 의지를 보여줬다.


수비적으로 내려앉은 채 아예 주도권을 대구에 내준 울산은 본격적인 버티기에 돌입했다. 세징야, 류재문의 슈팅은 조현우가 선방했고, 측면의 크로스를 수비진의 육탄 방어로 잘 막아냈다. 후반 38분 김도훈 감독은 활발한 움직임의 세징야를 막기 위해 교체 투입한 이동경을 다시 빼고 김기희를 넣는 초강수를 두었다. 하지만 이 선택은 오히려 좋지 못한 결과를 빚어냈다. 더욱 주도권을 쥐고 강력하게 공격을 이어나가던 대구는 종료 직전 결국 조현우를 넘어 골망을 흔들었다. 페널티 박스 정면에서 박한빈이 왼발 슈팅을 시도했고, 수비수를 맞고 굴절되며 극적인 동점골로 마무리됐다. "제 판단 미스이지 선수들이 잘못된 것은 아니다."라는 김도훈 감독의 말처럼, 결국 점유율을 포기한 전술 때문에 다 잡은 승리를 놓쳤다. 결국 울산은 다득점으로 1위 자리를 지켰지만, 전북과 승점이 같아졌다. 울산이 시즌 대부분을 선두로 보내다가 마지막에 역전당하며 우승을 내준 지난해 트라우마를 재현하지 않기 위해서는 빠른 팀 재정비가 필요하다. 울산이 10월 25일 전북과의 6점짜리 결승전을 무조건 이긴다는 보장이 없기 때문이다.


- 포항 5 : 3 광주 : 동점, 역전, 동점, 재역전. 화끈한 난타전이 펼쳐진 행복한 파이널 A

포항은 지난 2경기 명승부의 주인공이었고, 결말은 서로 달랐다. 10명이 똘똘 뭉쳐 상주와의 난타전 끝에 4대 3 극장 경기를 승리로 이끈 리그 22라운드. 양 팀 합쳐 승부차기 키커 16명이 나온 끝에 조현우에 막혀 패배한 FA컵 4강. 체력적인 부담은 물론이고 포항은 동해안 더비 역전패 충격에서 빠르게 벗어날 필요가 있었다. 지난 리그 경기에서 퇴장당한 전민광을 대신해 박재우가 오른쪽 수비를 맡았고, 최영준과 이승모가 3선 미드필더로 나섰다. 반면 광주는 경쟁자 강원, 서울이 나란히 미끄러지는 상황에서 화끈한 승리를 챙기며 파이널 A 잔류에 극적으로 성공했다. '강등'의 부담감을 이겨낸 다음 목표는 한 번도 이겨보지 못한 포항 징크스를 깨는 것이다. (포항전 6무 11패) 박진섭 감독은 최전방 펠리페의 짝으로 마르코가 낙점했고, 홍준호-한희훈-이한도로 스리백을 꾸렸다. 코치 시절 포항에서 한솥밥을 먹은 박진섭 감독과 김기동 감독과의 맞대결은 기대를 모았다.


'선수비 후역습'을 기본으로 한 광주는 끈끈한 수비를 펼쳤고, 포항은 측면을 활용해 빠른 공격을 시도했다. 전반 14분 수비수를 맞고 흐른 공을 강상우가 슈팅까지 연결했지만 골키퍼 선방에 막혔다. 광주는 펠리페, 윌리안을 중심으로 빠르게 역습에 나섰고, 전반 27분에는 윌리안이 수비수를 제치고 날린 회심의 슈팅이 골대를 맞추기도 했다. 하지만 선제골은 전반 35분 강상우의 크로스를 헤더로 마무리한 일류첸코의 몫이었다. 강상우는 상주 전역 이후 윙에서 윙백으로 위치를 옮겼지만 여전히 위력적인 킥력을 뽐내며 도움 1위(9개) 자리를 지키고 있다. 선제골 이후에도 공격 비중을 줄이지 않고 몰아붙인 포항은 후반 5분 팔로세비치가 아름다운 중거리 슈팅으로 2대 0으로 달아났다. 광주는 김창수를 투입해 수비진을 재정비했고, 빠르게 2골을 몰아치며 따라붙었다. 후반 11분 교체 투입된 김주공의 패스를 펠리페가 침착하게 밀어 넣었고, 5분 뒤에는 윌리안이 역습 상황에서 침투해 들어가 깔끔한 동점골을 뽑아냈다. 펠리페의 일대일 기회를 막아내며 좋은 컨디션을 보여준 강현무도 손쓸 수 없는 궤적의 공이었다.


기세가 오른 광주는 후반 23분 엄원상이 문전 혼전 상황에서 정확한 슈팅으로 역전골까지 터뜨렸다. 하지만 난타전에 익숙한 포항은 쉽게 무너지지 않았고, 더욱 공격적으로 라인을 끌어올려 결실을 맺었다. 후반 25분 팔라시오스의 크로스를 일류첸코가 다이빙 헤더로 동점골로 마무리지었다. 2분 뒤에는 일류첸코가 얻어낸 페널티킥을 팔로세비치가 침착하게 성공시키며 다시 4대 3으로 역전했다. PK 상황에서 홍준호가 퇴장당한 광주는 후반 35분 펠리페마저 팔꿈치를 사용해 다이렉트 퇴장을 당하며 따라붙을 힘을 잃었다. 결국 후반 43분 송민규의 패스를 일류첸코가 해트트릭으로 마무리하며 5대 3 대역전극으로 승리를 따냈다. 역전에 재역전이 이어진 경기에도 포항은 집중력을 잃지 않고 다득점으로 승점 3점을 챙겼다. 광주는 특유의 팀 컬러를 100% 발휘하며 화끈한 역습을 선보였지만, 중요한 순간 퇴장을 당하며 아쉽게 무너졌다. 하지만 강등의 공포가 없는 상황에서 박진섭 감독은 자신의 축구 철학에 어울리는 빠르고 공격적인 축구로 남은 경기를 치를 전망이다.


- 내 맘대로 23R 베스트 일레븐

FW 타가트 무고사 일류첸코

MF 한국영 김도혁 팔로세비치 박한빈

DF 이주용 강상우 정태욱

GK 송범근


- 베스트골 : 타가트(수원삼성) VSFC서울

"하위 스플릿 첫 경기였고, 서울과의 슈퍼매치였다. 반드시 이겨야 했다." 박건하 감독의 말처럼 수원은 강등이 걸린 파이널 B의 가장 중요한 승부를 승리로 장식했다. 주인공은 해트트릭을 터트리며 부활한 타가트였다. 수원의 초반 부진에는 타가트의 부진이 큰 요소였는데, 타가트는 특유의 골 결정력을 자랑하며 건재함을 증명했다. 전반 13분 한석종이 측면으로 열어준 공을 김태환이 낮게 올려줬다. 첫 볼터치가 다소 불안해 공이 떠올랐지만, 타가트는 집중력을 잃지 않고 반박자 빠른 터닝 슈팅을 시도해 첫 골을 뽑았다. 안정적인 선방을 보여주던 양한빈도 꼼짝 못 하는 궤적의 아름다운 슈팅이었다. 이후에도 타가트는 골문 앞에서 침착한 마무리로 2골을 더하며 5년 5개월 만에 슈퍼매치 승리를 이끌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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