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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Noname Nov 09. 2024

마흔-23 지인불러서 술 마셔!

귀여운 발상이군

지인불러서 술 마셔!


어렵거나 힘들거나 괴로울땐 지인을 불러서 술을 마시는 거라는 이야기다. 


사실은 내게 배우자가 있다고 해도 나는 절대 내 개인적인 이유로 누굴 불러낼 위인이 못된다. 

글쎄 얼마나 친하고, 얼마나 가깝든 타인은 내게 그럴지언정 나는 절대 그러지 못한다. 


우선은 연락했을때, 안그래도 괴로운 상황에서 상대방에게 거절까지 당하고 싶지 않고, 

거절을 해야하는 상대방의 마음을 무겁게 하고 싶지도 않으며,

그렇게까지 가까운 사이라는 건 사실은 내 마음 속에 단 한번도 들인 적이 없기 때문이기도 하다. 


대체로 T성향의 친구들을 둬서인지, 그런 감정적 괴로움을 읍소할만한 사람도 없었고,

내가 조금이라도 티를 내면 심지어는 대체로 부담스럽다고 피하는 경우도 있었기 때문에 


나는 더더욱 누군가를 내 개인사로 불러낼 만큼 가깝게 여기질 못한다. 


아마 이건 어린 시절 내 작고 큰 문제들에 대해 엄마가 보인 태도 때문이기도 하다. 


아무리 사랑을 많이 받고 자랐다한들 

첫째들은 특히나 유년기 부모의 미숙한 대응으로 이런 장애를 갖게 되는 법이다. 


나는 그 누구도 내 문제에 직접 관여하게 만들지 못하는 병을 가지고 있다. 

그러니 배우자가 생긴다고 한들 내 상황이 나아질리가 없는거다. 


나는 어차피 누군가에게 기대지 못하고, 의지하지 못하며, 오히려 통제 당한다고 생각해버리는 이상한 버릇을 가져버렸다. 


올해는 참 가지가지 여러모로 마음이 너덜너덜한 한해였다. 

작년에도 그랬지만 화룡정점이랄까 


아홉수란 정말 있는걸까. 


어쨌거나 나의 이런 성향은 이 모든 괴로움을 운동으로 해소하는 방향으로 발전했다. 


그러고보니 20대부터는 괴로워서 산에서 울다가 너무 힘들어서 정신을 차렸고, 

너무 스트레스를 받을땐 자전거를 타고 분노의 페달질을 하다가 저 멀리 아주 먼 곳까지 가기도 했고, 

하루 종일 걸어다니거나, 헬스장에 있는건 다반사였다. 


정말 괴로웠을땐 혼자 지리산 종주를 다녀왔다. 


그러니 오늘도, 감정 소모로 너무도 피곤했던 나머지 두시에나 겨우 다시 일어나서 

또 골프를 치고, 또 헬스를 하고, 또 달리기를 하다가 


이제, 꾸역꾸역 또 영어공부를 한시간 하고 잘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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