업보
태초에 아담과 이브가 있었는데,
이브가 선악과를 먹어버리는 바람에 시작되었다는 인간의 고통.
선악과라는 이름이 말해주듯,
그 고통의 시작은 선과 악을 판단하는 열매라는 말이 된다.
몇년 전 유투브를 보다가 어떤 영상인지도 생각나지 않는데, 그 댓글을 보고 크게 놀란 적이 있다.
'인간의 잣대로 판단하지 않는 것.'
며칠전 골프레슨을 받는데, 선생님께서 이제 드라이버를 배울때가 되었다고 말씀하시며
내 자세를 교정해주시다가 이런 말씀을 해주셨다.
'제 업보이긴한데요.."라고 운을 띄우시고는
본인이 프로를 그만두게 된 계기가
그 전까지 다른 프로들이 이상한 자세로 드라이버를 치는 모습을 보고
"왜 저렇게 밖에 못하지? 왜 저런 자세로 하는거지?" 와 같은 말로 속으로 그들을 비난하고, 판단했던 것.
그리고 자신이 그 상황이 되었을때, 타인이 그렇게 자신을 판단할까 두려워서 자신도 모르게 대회만 나가면 자신이 비난했던 그 다른 프로들의 자세가 되어버렸다는 것이다.
심리상담도 받고, 정신과도 가봤는데 고쳐지지 않았다고 하셨다.
불교에서는 이런 것을 구업이라고 한다.
그런데 그 구업이 꼭 입으로 말을 해서가 아니라, 마음속으로 생각하는 것도 구업의 일부라고 한다.
그러니 사람을 판단하고, 비난하고, 비웃을 수록 그 모든게 내 업보가 되어
결국 스스로를 판단하고, 비난하고, 비웃는 잣대가 된다는 이야기이다.
그 판단이라는게 잘했고, 못했고, 이건 선이고, 저건 악이고
예수님께서 말씀하셨다지.
"누가 그에게 돌을 던질 수 있겠느냐."
털어서 먼지 안 나오는 사람이 없다는데, 그말이 그말인가보다.
판단을 줄이고, 순수하게 사람을 대하고, 순수하게 일을 하고, 내려놓을 수록 나 역시 편안해지는 것 같다.
스스로 옭아매었던 올가미들을 하나씩 끊어내니
조금은 숨통이 틔인다.
그래도 이왕이면 잘 살고 싶었던 거겠지.
그런데 잘 산다는 기준이 타성이 젖어버리는게 문제라면 문제일까.
이제는 그것마저도 그럴수있다는 생각이 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