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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YL Dec 30. 2019

퇴사 일기 - 다시 개발자로

벌써 퇴사 한지 4달이 지났다. 그동안 어떤 일을 해야 할지 부단히 알아보고 생각했다. 결론부터 말하자면 다시 개발자로 살기로 정했다.


계기

크리에이터 클럽 첫 모임에서 한 분이 자신을 알아보는 방법을 알려줬다. 어떻게 보면 아주 간단한 방법이지만 지금까지 한 번도 해보지 못한 연습(?)이었다. 그중에 나에게 가장 도움이 된 부분은 내가 잘하는 것과 좋아하는 것을 적는 것이었다. 좋아하는 것들은 빠르게 적어 내려갔지만 잘하는 것은 쉽게 적지 못했다. 집에 와서도 생각이 나질 않았다. 내가 이렇게까지 자신 있게 말할 수 있는 잘하는 것이 없었나 고민이 시작됐다. 나를 알아보자고 시작한 건데 왜 스트레스를 받아야 하나 싶었다. 그러다 그냥 내가 생각하기에 이 정도면 다른 것보단 잘하는 것이라 할 수 있는 점들을 적기로 했다. 어차피 내가 보는 건데 최대한 단순하게 생각하자는 마음으로 다시 펜을 잡았다.


잘하는 것

바로 떠오른 것은 내 경력이었다. 안 해본 일이나 접해보지 못한 분야보다는 당연히 더 익숙하고 잘 아니까 적었다. 정확하게 내가 뭘 잘했는지 생각나지 않아서 전 회사에서 받은 리뷰들을 다시 찾아봤다. 2년 동안 개발자로 어떻게 성장했는지 그리고 어떤 부분에서 더 발전해야 하는지 자세히 나와있다. 그 당시에 나는 맡은 일을 겨우 해낸다고 생각했다. 꽤 좋은 리뷰를 받았음에도 그냥 다들 이렇게 평가해주는 거겠지 하고 넘어갔다. 지금 생각하면 리뷰를 해준 동료들을 무시하는 생각이었다.


쉬면서 돌아보니까 그때 안 보였던 것들이 이제는 보이는 게 아닐까 싶다. 스스로 정한 기준에 맞추지 못했어도 내가 지금까지 쌓아온 경험치는 사라지는 것이 아니다. 회사 동료들이 솔직하게 해 준 평가는 내 눈보다 더 객관적으로 나를 바라본 증거였다. 지금까지 잘해왔기에 여러 좋은 회사에서 다양한 경력을 이어올 수 있었다.


좋아하는 것

취미는 당연히 내가 좋아하는 것이기 때문에 일과 관련해서 좋아하는 것이 뭐가 있을까 생각해봤다. 솔직히 대학을 다닐 때만 해도 개발을 좋아하지 않았다. 아까 말했듯이 겨우 따라간다고 생각했기에 좋아할 수가 없었다. 생각이 바뀌고 나니까 이 것도 쉽게 적었다.


개발자로 일하면서 기술적 깊이를 늘리는 것보단 사용자에게 더 나은 경험을 제공하는 것을 더 즐겼다. 불편함을 없애는 것에서 그치지 않고, 내가 만든 제품을 사용할 수밖에 없는 이유를 만드는 것에서 성취감을 느꼈다. 이러한 서비스를 직접 개발한다라는 것을 "좋아하는 것" 리스트에 적었다.


앞으로

내가 잘하는 것과 좋아하는 것을 적고 나니 다시 개발자로 일해야겠다는 생각이 바로 들었다. 해오던 일이 나한테 맞는 건지 그리고 무슨 일을 해야 할지에 대한 큰 궁금증을 갖고 한국에 온 지 두 달여 만에 내린 결론이다. 잘하는 것을 더 잘하고, 좋아하는 것을 계속 이어갈 수 있는 나에게 맞는 결정이라 확신한다. 뿐만 아니라 더 경력을 쌓은 뒤에 프로덕트 매니저가 되는 것을 궁극적인 목표로 정했다.


개발자로 다시 일하고 나중에 프로덕트 매니저가 되겠다는 목표 모두 크리에이터 클럽에서 정한 목표다. 나 자신에게 질문이 너무나 많아진 시기에 크리에이터 클럽을 간 것이 정말 도움이 많이 됐고, 동기부여를 끊임없이 준 모임 사람들에게 감사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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