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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wiplash May 06. 2019

성장하고, 사랑한다는 것은

<아사코>리뷰,  스포 주의



아사코에게는 어릴 적 자신을 무심하게 떠난 바쿠라는 남자 친구가 있었다. 그리고 그녀는 세월이 지나 바쿠와 똑같은 얼굴을 한 료혜이라는 남자를 만난다. 처음에는 그를 좋아하는 이유가 바쿠와 같은 모습을 하고 있어서라고 생각하고 그를 떠나지만, 갑자기 일어난 지진에 그녀는 그를 향한 자신의 마음을 깨닫는다. 그 둘은 결혼을 약속하고 도쿄를 떠나 오사카로 가기로 한다. 하지만 떠나기 직전, 모델로 성공한 바쿠가 다시 아사코 앞에 나타나고, 그녀는 그의 손을 잡고 떠난다. 그리고 그 둘은 전에 료혜이와 함께 달린 고속도로를 밤에 함께 달린다. 

그리고 그 짧은 시간에 자신이 더 이상 바쿠를 좋아하는 게 아니라는 것을 깨닫고 그를 떠나 다시 료혜이에게로 간다. 


그녀는 료혜이와 오랜 시간 함께한 시간 안에서 그리고 그에게 바쿠의 존재를 말하게 되었을 때 그녀는 그의 대답에 고마워하고 또 자신이 과거를 극복했다고 믿었다. 그래서 떠나가는 바쿠의 차를 보며 당당하게 안녕이라고 인사할 수 있었다. 하지만, 그가 진짜 그녀 앞에 나타나 손을 내밀었을 때 그녀는 그를 뿌리칠 수 없었다. 그때 그는 그녀가 과거에 좋아한 바쿠이고 또 오랜 시간 그녀를 사랑해주고 아껴준 료혜이의 모습도 있었다. 그 둘은 너무도 닮았기 때문에(1인 2역인 줄 알았다). 그리고 그 둘이 떠나 도착한 곳에서 바쿠는 아무렇지 않은 듯 아사코에게 키스한다. 그 둘이 처음 만났을 때처럼. 바쿠는 처음이나 그때나 변함이 없었다. 하지만, 아사코는 아니었다. 그 모습은 료혜이가 아니었고 그녀는 이제 더 이상 바쿠를 사랑하는 게 아니라 료혜이를 사랑한다는 것을 깨닫고 다시 료혜이에게로 간다. 






우리는 사랑을 잘 모른다. 또 그만큼 우리 스스로가 성장한 줄 잘 모를 때가 있다. 그렇기에 우리는 여전히 선택에 있어서 미련할 때가 있다. 과거는 과거라는 것을, 내가 성장했다는 것을, 내가 변했다는 것을 깨닫게 될 때는 나의 과거를 정의했던 무언가 혹은 누군가를 대면했을 때다.

아사코가 바쿠를 따라가는 장면이 처음에는 너무 어이가 없었다. 하지만, 영화를 결말까지 보고 나서는 그녀는 그를 따라가야만 했다. 따라가야지만 깨달을 수 있는 것, 과거는 과거일 뿐이라는 것을 깨닫고 그녀가 바쿠를 극복하는 계기는 료혜이에게서 확신을 들었을 때가 아니라 그녀 스스로가 직접 바쿠를 만나게 되었을 때다. 




첫사랑은 많은 사랑들 중에서 대부분 가장 아린 사랑으로 기억된다. 그리고 그 크기가 너무 커서 그다음에 하는 사랑에 첫사랑을 떠올리거나 반영하는 것에 우리는 잘못하다고 느끼거나 미안함을 느낀다. 그리고 그걸 받아주는 사람에게 고마워한다. 그리고 잊힌 과거에 우리는 첫사랑을 극복했다고 생각한다. 아사코가 그런 것처럼.

그리고 아사코가 바쿠를 만났을 때 그녀는 자신이 좋아한 사람이 바쿠를 닮은 료혜이가 아니라 정말 료혜이라는 것을 깨닫는다. 료혜이는 자신의 과거를 받아준 고마운 사람이 아니라, 자신이 정말로 지금 사랑하는 사람이었다. 하지만 아사코는 아직 료혜이에게 바쿠의 반영으로 그에게 한 잘못에 걱정하고 슬퍼한다. 오카자키 어머니는 그런 아사코에게 말한다. 정말 소중한 사람이 있다면 소중하게 대해주면 된다고. 그리고 그녀는 젊었을 때 사랑 이야기를 해준다. 입에 닳도록 하는 이야기였고 그 이야기는 그녀가 결혼한 사람과의 이야기가 아니었다. 


나는 이 부분이 참 좋았다. 우리가 첫사랑 때문에 앞으로의 사랑에 영향을 줄 수 있지만, 지금 내게 사랑하는 사람이 생겼고 그 사람이 나의 첫사랑에 반영이든 아니든 내가 지금 사랑하는 사람이라면 사랑하라고. 그에게 상처를 주었어도 사랑하면 된다고 소중하다면 소중하게 대하면 된다고.

사랑하라 한 번도 사랑하지 않은 것처럼 이라는 말이 동화 같은 조언이라면, 이 영화는 거기서 조금 더 현실적인 조언을 해준다. 사랑하라 과거의 기억을 전부 가진 채로. 

첫사랑의 추억은 앞으로 인생에서 계속해서 곱씹을 추억일 수 있고(오카자키의 어미니처럼) 아니면 아사코처럼, 그녀가 준 상처로 료혜이가 그녀를 평생 믿지 못할 거라고 말한 것처럼, 상처를 평생 껴안고 살아가야 할 수도 있다. 다만, 그 사랑 앞에 과거 때문에 머뭇거리는 일은 의미 없다고 말해준다. 


료혜이와 아사코는 함께 살기로 한 집 앞 강을 보며 이야기한다. 그 둘이 처음 그곳에 갔을 때 강은 깨끗했지만, 그 둘이 다시 그곳에 만났을 때 강은 비로 인해 더럽고 범람했다. 료혜이는 항상 아사코가 그를 떠날까 불안해했다. 바쿠를 만나고 다시 돌아온 아사코를 미워했지만 마음의 문은 잠그지 않았다. 그가 현관문을 잠그지 않은 것처럼. 그리고 그는 그녀를 평생 믿을 수 없다고 말한다. 아사코는 이번에는 도망치지 않고 이를 받아들인다. 다시 그에게 기대지 않고 용서도 바라지 않을 거라고 말한다. 

료혜이에게는 이미 한번 깨져버린 믿음처럼 강이 더럽게 보인다, 하지만 아사코에게는 아름답다. 결국 강도 본 모습을 되찾을테니.
















1인 2역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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