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wiplash Sep 12. 2021

당신의 플레이 리스트는 안녕한가요

당신의 일상에 배경음악은 무엇인가요

나는 나의 통장 내역보다 더 잘 알고 있는 게 있다. 내 스마트폰 그 어떤 앱보다 더 자주 사용하는 앱이 있다. 그건 내 음악 앱이다.


이전부터 유튜브에서 라이브 영상과 좀처럼 찾기 어려운 음악들에 빠져서인지 유튜브에서 음악을 자주 듣게 되었고 유튜브 뮤직 앱이 나온 이후로 쭉 이 앱을 사용하고 있다. 다달이 나가는 돈들 중에서도 유일하게 전혀 아깝다고 느끼지 않는 게 이 앱의 구독 값이다. 

생각 없이 집어넣은 곡은 거의 없다시피 하고 모든 곡들을 처음만 들어도 무슨 노래인지 어떤 플레이 리스트가 틀어져 있는지, 언제 이곡을 다운로드하였고 그 노래를 들으며 쌓은 추억이 있다면 먼 추억, 가까운 추억 전부 다 스쳐 지나간다. 들을 때마다 몇 주 전, 몇 달 전, 몇 년 전으로 좋은 기억 혹은 아픈 기억으로 추억 여행을 한다. 다운로드한 순서대로 계속 듣다 보니 노래가 끝날 즈음에는 그다음에 나올 노래에 전주도 이미 알고 흥얼거리고 있는 지경에 이르렀다. 

이렇게 나열된 음원 리스트는 한 해에 몇 가지의 사건들이 그 해 타임라인에 북마크가 되어주듯 저장된 음악 하나하나가 내 일상에 타임라인이 되어 내 과거 일상들에 지표처럼 꽂혀있다.


새로 알게 된 곡이 생기면 그 주가 행복하고, 좋은 앨범을 알게 되면 몇 달이 즐겁고, 내 취향의 가수를 발견하면 여러 해가 즐겁다. 그 가수가 앨범을 낸다는 소식을 들으면 다가오는 공휴일을 바라보는 것처럼 기다려진다. 나에게 플레이리스트는 영상 속 배경음악처럼 내 일상에 분위기를 만들고 때론 그 분위기로 내 일상을 체감하기도 한다. 강조가 과하다 느껴지지 않을 정도로 영향을 많이 받으며 사는 듯싶다. 요즘에는 헤드폰을 두고 나가면 불안이 찾아오는 게 그 증거다. 


누군가와 만나는 일상이 다시 많아지면 자연스럽게 이야기하듯 항상 대화의 질문으로 사용하고 싶은 것이 있다. 당신의 플레이리스트에는 어떤 음악들이 있는지, 어떤 장르를 듣는지 혹은 전혀 듣지 않는지, 지금 이 순간에 당신의 일상에 배경음악은 무엇들이 있는지 물어보고 싶다. 요즘 자주 듣는 뮤지션은 있는지, 요즘 이런 감성을, 이런 취향의 음악을 자주 듣는다면 어떤 계기로 그렇게 되었는지 이야기를 시작하고 싶다고 느낄 때가 있다. 너무 나만 하고 싶은 이야기일 수 있고 보편적인 질문은 아니기에 하지 못하는 내 머릿속으로만 상상하게 되는 그런 질문들이다. 그래서 나 혼자만 머릿속으로 이 질문을 되뇌어 본다.


당신의 플레이 리스트는 안녕한가요?





매거진의 이전글 노을이 하루 끝에 있는 건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