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ClaraSue Feb 19. 2023

chatGPT없이 졸업한 마지막 세대


2022년 9월 석사를 졸업하자 마자, 11월에 프로토 타입으로 chatGPT가 출시되었다.



원래 우리는 과거로부터 물려 받은 지식을 외우고 연구하여 자기의 것으로 만들고 거기에 새로운 것을 덧붙히는 것을 공부고, 새로운 지식의 창출이라 생각했다. 그런데 더 이상 다양한 정보를 외우고 공부할 필요가 없어졌다. 그런 방대한 정보를 저장하는 것은 인간의 능력보다 훨씬 뛰어난 컴퓨터가 더 잘 할 수 있으니까, 컴퓨터를 시키면 된다. 대신 사람은 정보를 통합해서 새롭게 '생각'하고, 새로운 아이디어를 도출하는 일을 하면 된다. 입력시키는 정보 그대로 뱉어내는 컴퓨터 대신 인간은 창의적인 일을 하면 된다.  


그래서 인터넷 시대로 넘어오면서 더 이상 정보를 외우는 것이 중요한 것이 아니라 정보를 찾아내는 능력, 그리고 새롭게 생각하는 능력이 중요하다고 했다. 그러고 보니 한때 한창 인터넷 정보검색 능력 시험(?)을 보고 그랬었는데. 이제 인터넷에서 정보를 찾아내는 능력은 기본 능력이 되었는데 대신 어떤 정보가 진짜이고 어떤 정보가 가짜인지 판별해 내는 능력이 필요한 세상이 되었다. 그리고 우리는 아직까지 그 능력을 어떻게 갖춰야 할지 논의를 하는 걸음마 단계에 있을 뿐인데 이미 인공지능이라는 도구를 손에 쥐게 되었다.


인공 지능은 말 그대로 지능이다. 우리가 제공한 정보만 가지고 있는것이 아니라 그 정보를 이용해 새로운 정보나 다른 것들까지 창출해 내는 것이다. 그렇기 때문에 '생각'을 한다고 느껴질 수도 있다. 생각이라는 것은 받아들인 정보를 그대로 복제해 내는 것이 아니라 논리와 경험과 기타 등등 개인의 능력을 거쳐 새로운 정보를 도출해 내는 과정이니까. 예를 들어 1+1=2다, 는 걸 배우면 그럼 1+1+1=3이겠구나! 라는 새로운 정보를 도출해 내는 것이 생각하는 것이다. 친구가 웃으며 괜찮아, 라고 했을 때 단순히 이 친구가 괜찮구나, 가 아니라 이 친구의 성격과 눈물자국과 상황을 모두 고려해서 괜찮지 않구나,를 알아채고 '속상해 하지 말고, 케익 먹으러 갈래?' 라고 말하는 것이 생각하는 것이다.


물론 인간이 생각하는 데 있어 필요한 정보를 모두 고려하고 새로운 아이디어를 도출하는 과정은 아직까지 인공지능이 따라갈 수 없다. 인간의 생각하는 과정을 모방해서 만든 것일 뿐, 아직 인간과 똑같을 정도로 생각회로가 (아직까지는) 프로그램되지 않았기 때문이다. 하지만 시간문제일 수 있다. 그렇다면 우리가 '인간'의 영역이라 생각했던 '생각'과 '창의적인 일'까지도 컴퓨터가 할 수 있게 되는 것이다. 그러면 인간은 무얼 하나?


물론 여전히 인공지능의 '생각'은 인간들이 집어넣은 '정보'에 기반한 것이기 때문에 결국 우리 사회를 반영할 수밖에 없다는 한계가 있다. 예를 들면 지금까지 범죄자 정보를 모두 제공했다고 해보자. 미국에서 사회 문화적 문제든, 구조적 문제든 원인이 어떻든 결과적으로 흑인, 히스패닉계 범죄자의 비율이 월등히 높다. 그 정보를 받은 인공지능은 새로운 정보를 도출할 때, '이번 흑인 지원자는 범죄를 저지를 확률이 높으니 인사 점수를 낮게 주겠어요'라고 말하게 되는 것이다.

따지고 보면 사실에 기반한 새로운 정보 도출인데, 그 '사실'이라는 것이 어디서 어디까지 '사실'이냐는 논란 여부가 있다. 역사적 배경과 과도한 처벌은 다 빼놓고 흑인 범죄자가 많다, 라고 판단해 버리는 것이 옳은 것인가, 이렇게 인공지능이 내놓은 결과가 앞으로의 인종불평등을 얼마나 더 강화할 것인가, 에 대해서는 인공지능은 생각할 수 없고, 의심할 수도 없는 것이다.

이렇게 비평하고 의심하는 영역은 인공지능을 프로그래밍한, 그리고 인공지능이 생각할 기반이 될 '사실'을 제공한 인간의 영역이다. 그렇기 때문에 여전히 인공지능은 인간의 '도구'일 뿐이고 인간이 어떻게 사용하냐에 따라 긍정적일 수도, 부정적일 수도 있다 라는 의견이 지배적이다. 하지만 이러한 능력까지도 인공지능이 따라잡게 될 수 있다는 예측도 나올 수 있다. 그러면 정말 인간은 뭘 하지..?


생각의 분야 말고 창조의 분야, 예술의 분야로 가면 문제는 더 단순하다.

지금까지의 정보에 기반해 말 그대로 복제가 아닌 새로운 작품창조가 무한대로 가능해진 것이다. 일초도 안되어 나오는, 인간의 작품과 구분도 안되는 인공지능의 작품은 어디까지 예술로 인정할 수 있는가. 만약 예술로 인정된다면 인간 예술가의 역할은 무엇인가. 아직까지는 인공지능 작품들이 '양산형 작품'일 뿐 인간 작가들처럼 날카롭게 현대 사회의 부조리와 모순을 꼬집어 낸다든지 하는 '깊은' 영역까지는 가지 못한다고는 하지만 이것도 시간 문제일 수 있다. 새로운 문체를 만들어내고, 새로운 그림체를 만들어내고, 새로운 표현방식을 도출해 내도록 더 정교하고 복잡하게 프로그래밍 되는 인공지능이라면?



사실 인공지능이 좋네, 안 좋네를 떠나, 가장 발등에 떨어진 불씨로 여겨지는 문제들이 더 다급하다.

일번. 인공지능을 이용한 '사기'를 어떻게 막을 것인가, 하는 것이다. 작가라고, 자기가 그렸다고 하고 인공지능을 시켜서 그려서 그림을 제출하고, 그 작품이 인정받고 비싸게 팔린다면? 그것이 옳은 일인가?  자기가 소설을 썼다고 하고 인공지능을 이용해 소설을 쓰고 제출해서 상을 받는다면? 다른 사람들이 알 방도가 있는가? 자기가 논문 썼다고 하고 인공지능을 이용해 논문을 써서 졸업하고 박사가 된다면? 그 사람은 진짜 박사가 될 자격이 있는가? 아이디어를 제공하고 실험을 해서 글만 쓰게 시켰으니 괜찮은가? 만약 아이디어까지 인공지능이 줬다면?(현재 논문 주제 아이디어도 챗 지피티가 제공 한다) 실험 등이 필요 없는 리뷰 페이퍼라면? 만약 그것이 옳지 않은 일이라면 어떻게 막을 방도가 있나?


이번. 말 그대로 갑자기 늘어날 수 있는 실업자 문제. 예전 기계 자동화가 첫 이루어졌을 때처럼, 지금 당장 한번에 일어날 일은 아니더라도 닥칠 문제다. 개발자도 절반으로 줄이고 인공지능 활용해, 기자도 줄이고 인공지능으로 기사 써, 등등 우리는 미래의 일자리 변화에 대응할 수 있는가


삼번, 안 그래도 가짜 뉴스와 진짜 뉴스가 뒤섞여 판치는 세상에, 인공지능을 이용해 마구잡이로 아무 정보나 만들어 내어 (더 정교하고 사실적으로) 배포한다면 과연 우리는 무엇이 진실이고 거짓인지 어떻게 아는가. 인간이 배출해내는 각종 콘텐츠도 너무 많은데 인공지능까지 훨씬더 많은 속도로 배출해 내는 콘텐츠의 홍수 속에서 무엇이 쓰레기이고 무엇이 의미있는 정보인지 어떻게 아는가. (안그래도 양산형 블로그 포스팅 등에 짜증나는데..) 지금도 이분화와 사회 갈등이 고조되고 있는데, 인공지능이 뱉어내는 새로운 정보들은 얼마나 거기에 더 기여할 것인가?


사번. 그렇다면 우리의 교육은 어떻게 할 것인가. 인공지능을 써서 숙제를 해서 제출하는 학생들을 어떻게 교육할 것인가. 아니 우리는 무엇을 가르쳐야 하는가. 생각하는 법만 가르치면 되나? 번뜩이는 아이디어만 있으면 그 아이디어를 구체화 하는 것은 인공지능이 다 해주니까? 그런데 아이디어 구체화 하는 법, 글을 직접 논리적으로 쓰는 법은 안 가르쳐도 되나? 지금 세상에 '수능'이 대체 무슨 의미가 있는가.



이 외에도 와글와글 논의되는 문제는 많다. 말로는 프라이버시 보호는 된다고 하는데 그것도 100% 믿을 수가 없고, (내가 무엇을 요구했는지 챗 지피티 측에서 저장하고 있을지 안하고 있을지 어떻게 아는가.) 편리함에 익숙해지게 만든 다음에는 무조건 비용 책정을 높게 할테니 앞으로 내 구독료 또 나갈 것이고...


어쨌든 그 논란 속에 나도 한번 챗 지피티라는 걸 써 봤다.

이러이러한 정책 가이드 라인 만들어 줘, 라던가 무슨무슨 내용 들어가게 이메일 써줘  했더니 뚝딱 써준다. 아무래도 상황과 문맥등이 구체적이지 않다보니 내가 수정은 다 해야 했지만 그래도 정말 놀라운 수준이었다. 이 편리함을 접하고 나니 챗 지피티의 문제고 뭐고 내가 학교 다니면서 각종 에세이와 논문으로 끙끙댈때 이거 썼으면 100%까지는 아니어도 얼마나 큰 도움이 됐을까! 하는 생각이 들면서 정말 아쉽구만 쩝쩝 하면서 입맛을 다시게 되었다.




반대로 생각하면 나는 말 그대로 챗 지피티 없이 온전히 내 힘으로 시험과 과제와 논문을 다 써낸 마지막 학기 학생이었다. 나는 나름 거기에 자부심을 가질 수 있으니, 그걸로 위안을 삼는다.

내가 지금 인터넷으로 온갖 자료를 다 열람하면서 컴퓨터로 뚝딱 에세이를 써낸 반면 과거 나의 교수님(지금 은퇴하는 노교수님)은 책을 일일히 뒤져가면서 타자로 논문을 써서 우편으로 제출했다는 이야기를 들으며 정말 대단하다, 어떻게 그렇게 공부를 하셨을까 생각하는 것처럼 미래의 학생들은 내가 인공지능 없이 혼자 논문 썼다는 이야기 들으면 정말 힘들었겠다, 대단하다, 라고 생각하게 될까.


언젠가 브런치 같은 글쓰기 플랫폼에도 인공지능을 이용해서 써낸 글들이 대다수가 되겠지. 아마도 나는 그 와중에도 그냥 나 혼자 이렇게 몇시간동안 글을 쓰고 있을 것 같다. 내가 쓰는 글은 어차피 누군가에게 보여주기 위한 글이 아니라 글쓰기를 위한, 글이니까.


매거진의 이전글 잘 노는 나라에 온, 못 노는 나라 사람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