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사를 하면서 예측과 예비는 필수다. 고객 수와 소비량 예측은 곧 돈이다. 수익과 직결된다. 냉장보관이 되는 재료와 달리 그날 사용하지 않으면 안 되는 재료는 특히나 예측이 중요하다. 대표적인 것이 '밥'이다. 밥은 어제 한 밥을 오늘 손님상에 내놓지 않는다. 갓 지은 밥을 올리는 것이 원칙이다.
그런데 지금껏 공깃밥 예측은 거의 틀렸다. 조금 하면 부족하고 많이 하면 남는다. 부족할 때는 당장 밥을 원하는 고객을 위해서 옆집 식당에서 빌린다. 옆집 식당도 밥이 없으면 어쩔 수 없이 냉동 밥을 전자레인지에 돌린다. 그것도 없으면 편의점으로 뛰어가서 햇반을 사서 돌린다. 아무리 급속으로 밥을 짓어도 최소한 10분은 소요되는데, 배고픈 손님들에게 그 시간을 기다리라고 할 수는 없기 때문이다.
고객수와 비례하는 재료들은 예측이 어느 정도 맞다. 공깃밥은 고객수와 비례하지 않기에 어렵다. 평일에는 가족손님보다는 회식중심의 술손님이 많을 것이라 예상하고 밥을 적게 하면, 그날따라 찌개와 밥을 많이 시킨다. 주말이라 술 손님보다는 식사중심의 가족 고객이 많을 것을 예상하고 밥을 평소보다 2배 더 많이 해 놓으면, 그날따라 공깃밥 주문보다는 냉면, 국수 주문이 더 많다.
사실, 무조건 밥을 넉넉하게 많이 해 두면 별문제 없다. 근데 재료비가 가장 저렴한 밥만큼은 잔반통에 버리고 싶지가 않다. 아니 한 번도 버려 본 적이 없다. 남으면 어떻게 해서든 먹거나 저장하게 된다. 심지어 집에 가져와서 얼려놓거나, 집 밥솥에 넣고 보온으로 해두고 며칠 동안 먹기도 한다. 밥을 처리하기 위해 밥을 가장 많이 사용하는 김밥과 유부초밥을 만든다. 아이들은 그냥 밥은 거의 안 먹지만 김밥, 유부초밥은 잘 먹기에..
김치, 상추, 양파, 고추, 부추 등 잔반통에는 값비싼 재료들이 매일 가득 쌓이는데, 유독 밥은 버리지 못할까? 유독 밥에 집착하고 아까워하는 비경제적인 사고방식은 어디서 바롯 된 것일까?
어릴 적부터 들었던 밥 남기면 벌 받는다는 부모님 말씀. 학창 시절 쌀 수입개방 반대 운동, 농촌봉사활동 등에서 학습된 '쌀은 생명이다'는 가치관. 우리 쌀을 지키는 농민들에 대한 의리와 연민 등. 이런저런 경험, 가치관, 신념 등이 어우러진 결과인 듯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