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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나는소년 Dec 28. 2022

완벽한 타이밍은 없다.

완벽한 타이밍을 기다리고 있는 모두에게.



나의 최고의 애니메이션, 픽사의 UP이라는 애니메이션 시작에는 5분간의 Marriage Life라는 인트로 영상이 나온다. (꼭 보길 추천드립니다)

한 쌍의 커플이 만나서 결혼을 하고 노년이 되는 과정을 짧은 영상으로 담은 작품인데

이들은 첫 만남부터 함께 떠나는 여행을 평생의 꿈으로 간직하며 살아가지만 폭우, 사고, 유산 그리고 마지막은 병이라는 인생사 다양한 일들을 겪으며 그 계획은 뒤로 밀린다.



우리 모두도 각자의 꿈과 계획을 가지고 그를 위한 완벽한 때를 기다리며, 그 순간에 의미를 부여하며 살고 있다.


좋아하는 그 사람에게 내 마음을 전할 완벽한 타이밍을 기다리고,

자신의 꿈을 실현할 사업구상을 실현할 완병한 타이밍을 기다리고 있으며,

쑥스럽지만 언젠가 부모님께 감사와 사랑한다는 말한마디를 건넬 완벽한 타이밍을 기다리고 있다.


나도 항상 무언가를 위한 ‘완벽한 타이밍’을 기다리며 나의 하루하루는 그 순간을 위해 완벽한 준비를 위한 하루하루였다고 생각을 했다.


나는 6개월마다 내 몸에 큰 이상은 없는지 정기검진을 받고 있다.

(그럴리 없겠지만) 정기검진에서 무슨일이 있다면 나는 모든 나의 계획을 중단하고 다시 생존을 위한 치료과정에 돌입해야한다.


그래서 나는 무언가 크거나 장기적인 계획을 세우는게 겁이 난다.


2020년 7월 18일, 나는 결혼식을 올렸다. 얼마다 눈물겨운 사랑의 결혼식이었는지는 나중에 서술하겠지만 (^^)

사랑하는 사람과 결혼이라는 약속을 할 때에도 혹시나 나에게 무슨일이 생겨 이 사람을 혼자두게 될까,

치료 후 5년동안 무탈하여 완치가 된 후 해야하는 것은 아닌지, 두려움과 걱정이 먼저 앞섰다.


아직은 ‘완벽한 타이밍’이 아니었기 때문이다.


그리고 나는 올해 정기검진까지 혹시나 하는 마음에 프로포즈를 미뤘다. 내 마음 속에 혹시나 하는 두려움이 있었기 때문이다.


그렇게 정기검진에서 좋은 결과를 듣고 이제는 홀가분한 마음으로 결혼준비를 하려고 하는데, 결혼식 얼마 전, 손가락에 갑자기 특이한 ‘점’이 생겼다.


트라우마인지 이런 상황이 오면 불안함에 휩싸인다.

비대칭 모양의 점, 보통 손발바닥에 생기고 없던 점이 갑자기 생긴거라면...


바로 피부과로가서 그 점을 떼어 조직검사를 보냈다. 검사결과까지는 왜이리 오래걸리는지 일주일이 걸리는데 그 동안은 나의 프로포즈 계획은 또 딜레이였다.

혹시라도 일주일 뒤에 무슨일이 생긴다면 이라는 생각에.


평소에도 걱정이 많은 나였고, 항상 무언가를 대비하고 계획을 세우며 살아가는 나였다.

그래서 더더욱 스스로 납득할만한 완벽한 타이밍이 오지 않으면 무언가를 실행하거나 밖에 나의 일을 알리지 않았다.


하지만 이렇게 삶은 내가 계획한 대로만 흐르지 않으며 내가 인지하지 못하는 영역의 일들까지 발생하며 끊임없이 나를 괴롭힌다.



마음에 들지 않는 회사를 그만두고 내가 자아실현을 할 수 있는, 평소에 생각해둔 사업아이템을 난 곧 시작할거야. 때만 기다리고 있어.

아직은 쑥스럽고 민망해서 부모님께 사랑한다는, 감사한다는 말을 못했지만 이번 이직만 잘 해내서 자랑스럽게 곧 말씀드려야지

내년 성과급까지 잘 모아서 얼마 정도 모으면 꼭 그녀에게 청혼해야지.


항상 이렇게 완벽한 계획을 세우지만 삶은 그 계획을 그대로 두지만은 않는다.


코로나와 같은 생각치도 못한 상황이 발생할 수도 있고, 갑작스레 지방으로 발령이 날 수도 있고, 이직이나 시험에 합격해도 그 직업이나 직장이 내 기대와는 완전 딴판일 수도 있으며 나와같이 들어보지도 못한 병이 갑자기 찾아올 수도 있다.


완벽한 타이밍이란 핑계였을지 모른다.


그래서 나는 다시금 결심했다.


생사의 순간에 놓였을 때, 그리고 다시 일상으로 돌아왔을 때 누구보다도 병이라는 존재에 대해 두려움이 컸지만,

죽음이라는 순간이 온다면 나는 분명 내가 하고자 했던 바를 하고 실패한 것 보다 하지 않고 아쉬워 하는 것을 더 한스럽게 생각할 것이란 것,

단 한번인 인생에 매사 무언가를 두려워 하고 걱정하며 보내기보다는 하면서 그 순간의 행복과 기쁨, 그리고 설사 그게 두려움과 슬픔일지라도 그 순간마저도 내인생이라는 여정의 한순간임을 느낄 수 있도록 하자고.


그래서 감히 완벽한 타이밍은 없다고 적어보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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