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안은 행복의 다른 말

by 글쓰는 최집사

행복의 끝에 늘 불행이 있는 건 아니지만, 예외없이 불안만은 존재한다.

행복과 불행은 공존할 수 없는데, 행복과 불안은 동전의 양면이라 늘 함께한다.


내가 요즘 행복한 건,

아픈 내 고양이가 밥을 잘 먹어주고 있다는 것.

내가 요즘 불안한 건,

또 어느날 갑자기 밥그릇을 멀찍이서 바라만 보고 고개를 돌려버리는 날이 오는 것.


또 행복한 건,

내가 사랑하는 사람들이 행복해보이는 것.

또 불안한 건,

그 행복들이 갑자기 아픔으로 바뀌는 것.


나에겐 불안이 행복의 다른 말이 되게 한 결정적인 경험이 있다.

사랑하는 사람을 잃었던 것.

어느 날 갑자기 사라져 버린 것.

인사도 하지 못 한 채 영원한 이별을 맞이했던 것.

그간의 행복들이 더 큰 고통으로 되돌아와 나를 일어설 수 없게 했던 것.


그 뒤로는 행복해도 마냥 행복하지 못하고, 늘 가슴 졸이며 불안해했다.

행복할수록 더 불안했다.


이 행복이 끝나면 어쩌지.

이 사람도 어느 날 갑자기 사라져버리면 어쩌지.

또 상처를 받으면 어쩌지.


나는 '적당히'밖에 행복하지 못 하는 사람이 되었다.

적당히 작은 일에, 적당히 작은 행복만을 누리는 사람.

너무 행복한 것 같으면, 엉엉 울어서라도 그 행복의 크기를 줄이려는 사람.

큰 행복을 누리는 건, 큰 불안을 떠안는 것과 같은 의미니까.

나는 겁쟁이라, 두 번 다시 행복했던 만큼 커진 고통을 견딜 자신이 없다.


오늘도 작은 행복 앞에서 다른 걱정들은 모두 내려놓는다.

행복은 별게 없지.

내가 견딜 수 있는 만큼의 불안을 누리는게 행복인걸.


행복해지기 위해서는, 행복의 크기를 늘리는 것보다

불안의 크기를 줄이는게 더 나은 방법일지도.









시인의 말


슬프고 끔찍한 일들은

꼭 내가 만든 소원 같아서

누군가 다정할 때면 도망치고 싶었다.


망가지지 않은 것들을 주고 싶었는데


스물의 나를

서른의 내가 딛고서


턱까지 숨이 차서 돌아가면

당신이 늘 없었다.


2020년 3월

최현우



-최현우 <사람은 왜 만질 수 없는 날씨를 살게 되나요> 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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