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매거진 길목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송혜미 May 20. 2020

03'. 당신의 아름다운 몸과 마음을 위하여

무용동작치료사 최정아 후속편


최정아 소장님은 설레이는 표정을 머금고 저에게 좋아하는 글귀를 읊어주셨습니다. 그 한 마디는 저의 마음 깊은 곳에 스쳐 저 또한 잊을 수 없게 되었습니다.


‘몸은 모래와 같고 마음은 바람과 같아서 바람이 분 흔적은 언제나 몸에 남아있다.’


몸과 마음은 어떻게 연결이 될 수 있을까요? 저는 잘 이해가 되지 않았습니다. 하지만 그녀와 대화를 하며 제가 이해되지 않는 것은 어쩌면 당연할지도 모르겠다고 생각했습니다. 왜냐하면 몸과 마음의 관계는 바람과 모래의 관계만큼 가깝기 때문입니다. 다만, 등잔 밑이 어두워 바람의 흔적을 미처 인식하지 못해왔던 것은 아닐까요. 우리는 몸소 몸과 마음의 연결을 체험하며 살아갑니다. 그것도 날마다, 매순간 말이죠.


독자의 아름다운 몸과 마음을 위해 전하는 메시지가 있습니다. 최정아 소장님의 인터뷰 중 독자의 건강한 삶을 위해서 도움이 될만한 내용을 별도로 구성해보았습니다. 그녀의 깊은 고민에서 우러나온 따뜻한 생각이 독자에게 좋은 바람으로 불어 주었으면 좋겠습니다.


청소년의 건강한 몸과 마음을 위하여


송: 많은 청소년이 우울증을 앓고 있다고 한다. 그런데 '사춘기'를 겪고 있다는 이유로 증상을 가볍게 치부하고 넘어가는 경우가 많은 것 같다. 청소년이 스스로 마음에 병이 있다고 자각할 수 있는 방법이 있을지.

최: 우울증의 증상으로 무기력증이 있을 수도 있지만 반대로 과도한 에너지를 소모하는 경우도 있다. 자해, 과도한 타투 혹은 과도한 치장 등을 예로 들 수 있다. 외부적인 무언가에 집착하기 보다는 홀로 하는 무언가에 집착할 때 의심해볼 수 있다. 그러한 청소년들에게 '너희는 사춘기니까 원래 불편한 게 많잖아.' 라는 식의 이야기를 하지 않았으면 좋겠다. 그렇게 되면 어느 누구도 불편함을 소리 내어 말하지 않는다.


송: 아이들의 건강한 정신을 위해서 무엇을 할 수 있을지.

최: 금기를 꺼내어 놓고 이야기하는 방법이 있다. 금기란, 술, 담배, 성관계, 타투와 같은 요소가 될 수 있다. 금기를 부추기라는 의미가 아니다. 다만, 금기를 허용하는 순간 더욱 다양한 이야기가 나온다. 그러면 그 이야기가 다음 단계로 나아갈 수 있다.


예를 들어, 상담을 진행했던 남자 청소년 집단에 이런 질문을 했다. 어떤 남자가 인기가 많은가. 그랬더니 아이들은 '침대에서 잘 하는 애'라고 답했다. 그때 성관계에 대한 책임에 대해서 자유롭게 이야기를 시작했다. 핵심은 금기로 시작해서 책임을 이야기하고 더 나아가 또다른 책임에 대해 이야기할 수 있게 된다는 것이다. 금기에 대한 생각을 건강하게 표현하면 과도한 집착으로 이어지지 않는다.


송: 건강한 학교 생활을 위한 선생님의 자세, 학생의 자세에는 무엇이 있을지.

최: 학교에서 선생님과 학생이 서로에게 다양한 모습이 있다는 점을 기억하고 관심 가졌으면 좋겠다.


예전에 강원도에 있는 학교에서 남자아이들을 상담한 적이 있다. 그때 마지막 세션으로 학생과 선생님이 함께 참여하는 과정이 있었다. 선생님이 이야기하기를 '이 아이가 이렇게 존재감 있는지 몰랐다.'고 했다. 그래서 지금 이 과정은 이벤트 같은 순간이니 학생의 다양한 모습 중 일부임을 기억해달라고 말했다. 이벤트적인 순간들을 넘어서 서로에게 존재하는 다양한 모습을 기억하고 인정하는 자세가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건강한 치료를 위하여


송: 정신과 치료와 심리치료의 차이점이 궁금하다.

최: 간단하게 말해서 정신과 치료는 정신과 의사선생님이 함께 한다는 점, 그리고 약물 치료를 병행할 수 있다는 점에서 차이가 있다.


두 치료법 모두 정서적인 부분을 다룬다는 점에서는 같다. 그래서 정신과 의사선생님과 정신 상담을 진행하기도 하지만 정신과 병원의 부설 시설에서 심리치료를 병행하는 경우도 많다.


송: 사람들이 약물에 대한 안 좋은 인식이 있는 것 같다.

최: 맞다. 하지만 개인적인 견해로는 약물을 잘 사용할 때 치료의 시너지 효과가 좋다고 생각한다. 다만, 약물 치료를 위해서는 환자와의 오랜 상담과 약물에 대한 충분한 설명이 필요하다고 생각한다. 또한 약의 반응을 주의 깊게 관찰하는 것도 중요하다. 가장 좋은 방법은 정신과 의사와 심리치료사가 내담자에 관한 이야기를 자세히 주고 받으면서 환자의 치료 방식에 대해 한 목소리를 내는 것이라고 생각한다.


송: 의사와 치료사에 따라 치료 방식이 많이 달라질 수 있을 것 같다.

최: 그렇다. 정신과 치료나 심리치료 모두 정서를 다루는 분야이고 사람과 사람이 만나는 일이다 보니, 환자와 내담자를 이해하는 관점에 따라 치료 방식과 효과가 많이 달라진다. 그래서 좋은 의사와 치료사를 만나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


건강한 신호에 관하여


송: 치료가 좋은 결과를 내고 있다는 신호 중 어떤 것이 있었는지.

최: 마음이 많이 쓰였던 남자 아이 한 명이 있었다. 공격성이 강한 아이였다. 그 공격성이 아이의 삶을 파괴하지 않을까 많이 걱정했다. 과정이 끝나며 소감문을 작성할 때 그 아이가 적었던 내용이 기억에 남는다. 무용동작치료를 하면서 사람의 눈의 보고 대화할 수 있게 되었다고 했다.


눈을 보고 대화한다는 것은 사회 안에서 잘 살아갈 수 있다는 첫 번째 신호라고 생각한다. 눈을 보고 대화하면 내 안에서 불편함이 발생할 때 상대방의 표정을 통해서 이를 왜곡하지 않고 받아들일 수 있다.


송: 눈맞춤이 사회활동 안에서 중요한 역할을 하는 것 같다.

최: 맞다. 하지만 눈을 맞추고 이야기한다는 것은 피곤한 일이다. 나의 표정이 모두 드러나고 읽히는 것이니 내 안의 진짜 목소리를 억압하는 상황들이 발생하곤 한다. 그럴 때 결국 불편함이 몸으로 드러난다. 목이 뻣뻣해지는 식으로 말이다.


사실 생존하기 위해 우리가 하는 많은 방식을 우리는 옳은 것이라 여기며 살아간다. 하지만 그렇게 자신을 억압하며 살아가다 보면 삶과 신체의 리듬이 흔들리기 마련이다. 무용동작치료는 그때 몸이 무엇을 원하는지 자꾸 시도하고 거기서 오는 불편함을 해소시키는 작업이다.


송: 옳다고 생각해온 방식을 바꾸기란 어렵게 느껴진다.

최: 정말 어려운 일이다. 변화에는 늘 두려움이 따라오기 때문이다. 그래서 변화하는 방식이 처음부터 노련하고 세련될 수는 없는 것 같다. 그래서 센터와 같이 이상적인 공간에서 그러한 시도들을 해볼 수 있는 것이다.


송: 변화의 과정 안에서 어떤 감정을 느끼게 될지.

최: 아마 ‘자기연민’ 일 것이다. ‘아, 내가 이렇게 힘들었구나, 이렇게 몸이 말하는 신호를 나는 모르고 있었구나.’ 스스로에게 위로를 허용해줘야 한다는 의미에서 ‘자기자비’라고도 한다. 그렇게 자기연민을 느낌으로서 나와의 애착을 다시 시작할 수 있다. 일상의 공간으로 돌아갔을 때 나 자신과 환경을 조절할 수 있게끔 힘을 길러줄 수 있다.


정신질환 예방을 위하여


송: 정신질환 예방에 좋은 습관이나 방법은 무엇이 있을지.

최: 첫 번째로, 걷기를 추천하고 싶다. 걷다 보면 내 자신이 주체가 되고 공간은 계속 바뀐다. 변화하는 환경 안에서 주위를 둘러보면 시야가 확장된다. 걷다 보면 뛰고 싶은 마음이 생기기도 한다. 걷기는 마음 속의 불편하거나 어려운 점들을 환기시켜줄 수도 있다. 삶의 과정과 매우 닮아있다. 그렇게 걷다 보면 기분이 좋아지고 엔돌핀이 돌면서 호르몬적으로도 변화가 일어날 수 있다. 음악을 듣는 것도 좋지만 나 자신과 주위를 살피면서 걷는 방식을 추천하고 싶다.


두 번째로, 바닥과 볼을 맞대어 엎드려 눕고 호흡을 느끼는 방법이다. 종종 내담자들에게 주는 숙제이기도 하다. 땅과 내가 연결되어 있음을 느낄 수 있다. 또한 내 몸의 무게를 고스란히 느낄 수 있다. 들숨과 날숨을 느끼며 편안한 호흡을 찾는 것도 좋은 방법이다. 사람은 중력을 이기고 몸의 무게를 느끼며 하루를 산다. 또한 많은 사건과 경험을 겪으며 살아간다. 집에 돌아와 잠시라도 내 안의 불편함을 해소하면 몸이 편안함을 느끼면서 감정적으로도 풀어낼 수 있다. 하루 종일 두 발로만 인식하던 나의 존재감을 고스란히 인식하는 자세, 몸과 마음에 쉼을 주는 자세는 중요하다. 엎드려 쉬면서 나의 몸에게 수고했다고 말하기를 추천한다.


세 번째로, '허용'이다. 종종 눈물을 흘리는 내담자에게 '눈물은 왔다 갑니다. 그러니 허용해주세요.'라고 말한다. 사람들은 자신의 감정에 '왜'라는 물음을 던지곤 한다. 하지만 감정은 오기도 하고 가기도 하는 것이다. 그리고 그 감정 안에서 주체는 바로 나 자신임을 알아야 한다. 물론 감정의 변화를 스스로에게 허용해주기 위해선 힘을 필요로 한다. 하지만 '허용한다'라고 생각하는 자세 자체가 중요하다. 사람들이 스스로에게 다양한 감정을 너그러이 허용하며 살아갔으면 좋겠다.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