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매거진 길목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송혜미 Aug 01. 2020

09. 두려움과 손을 잡을 때, JOONBUG

의사를 꿈꾸던 그가 힙합으로 진정한 나를 찾아가는 과정


송혜미(이하 ‘송’): 자기소개 부탁한다.

준벅(이하 ‘준’): ‘힙한스토리텔러’라는 유튜브 채널을 운영하다가 현재는 힙합플레이야에서 영상 크리에이터, SNS 에디터로 활동하고 있다. 또한 매주 한 곡씩 싱글 앨범을 발매하고 있는 JOONBUG(준벅) 이다.


송: 채널 힙한스토리텔러에 대한 소개를 부탁한다.

준: 미국에서 유년 시절을 보내다 보니 자연스럽게 미국의 음악을 많이 접하게 되었다. 특히 그중 힙합, 알앤비 장르에 깊이 빠졌는데 음악이나 아티스트에 대해 한국어로 검색해보면 정보가 많지 않았다. 그래서 한국에 그들과 그들의 음악을 알리고 싶어서 유튜브를 시작했다. 미국의 힙합 아티스트에 대한 기사와 인터뷰를 찾아보고 번역하고 영상으로 편집해서 업로드하는 채널이다.


송: ‘힙합플레이야’에 대한 소개도 부탁한다.

준: ‘힙합플레이야’는 한국에서 가장 오래된 힙합 커뮤니티이다. 처음엔 힙합 커뮤니티 웹사이트로서 힙합을 좋아하는 사람들이 소통할 수 있도록 개설된 대화의 장이었다. 지금은 웹사이트를 운영할 뿐만 아니라 다양한 영상 콘텐츠를 제작하고 있다. 또한 힙합플레이야 페스티벌로 유명하다. 올해로 20주년을 맞이한 회사이다.


힙합과의 만남


송: 미국에서 유년시절을 보냈다고 했는데, 미국에서의 삶은 어땠는지.

준: 미국에서 나의 삶은 힙합에 빠지기 이전과 이후로 나눌 수 있다.


힙합에 빠지기 이전에는 축구 업계에서 일하고 싶었다. 고등학교를 수석으로 졸업할 정도로 공부를 열심히 했지만 사실 막연하게 축구선수가 되고 싶었다. 그런데 막상 대학교에 진학하려고 보니 다른 전공을 선택하는 편이 현명할 것 같다고 생각했다.


그래서 축구팀에서 팀 닥터를 하고 싶다는 목표를 세우고 생물학으로 대학교를 진학했다. 대학교에서도 조기졸업을 할 정도로 공부를 열심히 했다. 하지만 나 자신이 진정으로 무엇을 원하는지 보다는 부와 명예를 따라 삶을 바쁘게 살아갔다.


송: 그런데 어떤 계기로 생물학이나 축구와는 전혀 무관한 힙합에 빠지게 되었는지.

준: 나의 인생에 있어서 가장 큰 영향을 끼친 인물이 있다면 바로 ‘RUSS(러스)’ 일 것이다. 러스는 미국의 유명 래퍼이다. 늘 러스의 음악을 즐겨 듣기는 했지만 내 인생에 있어서 우상이라고 말할 수 있는 정도는 아니었다.


그러던 어느 날, 우연히 러스의 인터뷰 영상을 보게 되었다. 인터뷰 영상 하나를 통해 만난 러스는 정말 멋진 사람이었다. 그 사람이 하는 말이나 생각이 나에게 엄청난 영감을 주었다. 그래서 그 인터뷰 하나를 시작으로 러스의 모든 것을 다 찾아봤다. 아마 지금까지도 세상에 나와있는 러스의 인터뷰는 다 본 것 같다. 그렇게 러스를 통해서 다른 힙합 아티스트의 인터뷰도 많이 접하게 되었다.


이때를 시작으로 힙합에 대한 관점이 바뀌게 되었다. 여러 아티스트들의 인터뷰를 통해서 힙합을 문화로, 아티스트 고유의 가치관으로 받아들이기 시작했다. 또한 러스와 다른 래퍼들이 추천하는 자기 계발서를 많이 읽기 시작했다. 이 시기부터 많은 책을 접했고 나 자신에 대한 생각을 처음으로 시작한 것 같다.


삶의 변화


대부분의 사람들은 성공을 열망하지 않아. 그저 소망하고 있을 뿐이지. 하루 종일 둘러앉아 성공에 대해 이야기하지만 그것을 이루기 위해선 아무것도 하지 않잖아. 프로페셔널하게 불평을 하고 시간을 낭비하지. 게으르다는 걸 제대로 인정하고 입 좀 다물어.

-출처: Twitter @russdiemon


송: 러스를 계기로 삶에 어떤 변화가 생겼는지.

준: 많은 책을 읽으면서 공통적으로 발견할 수 있는 메시지가 있었다. 생각만 하지 말고 행동으로 옮겨야 무엇이라도 시작이 된다는 것이었다.


힙합과 관련해서 무엇을 할 수 있을까 고민했다. 하지만 래퍼가 되기에는 벽이 높다고 느꼈다. 그렇게 고민하다가 작년 5월쯤에 힙한스토리텔러 채널을 만들었다. 영상에 대해 아는 것이 전무했지만 뭐라도 만들어야겠다는 의지로 영상 편집 프로그램부터 구매했다. 그리곤 엄청난 시행착오를 겪으면서 영상을 만들기 시작했다. 그렇게 일주일에 1-2개씩 꾸준히 만들었다. 하루에 몇 시간이고 매달려야 했지만 일이라고 느껴지지 않았다. 내가 좋아하는 것을 창작물로 만들어서 세상에 내보내니 좋은 댓글도 달렸다. 행복한 시간이었다.


그리고 인터뷰를 많이 보다 보니 저널리스트나 인터뷰어가 되고 싶었다. 인터뷰어가 되기 위해서는 인터뷰를 해봐야 하는데 그런 일은 해본 적이 없었다. 그리고 나는 정말 소심한 사람이었다. 대학교 강의시간에 손도 못 드는 사람이었다. 교수님이라는 존재가 크게 느껴져서 말도 못 걸었다. 그런데 유튜브를 시작하면서 나의 것을 세상에 알리고 댓글이 조금씩 달리면서 나 자신에 대한 자신감이 생겼다.


그래서 마지막 학기 때 인터뷰 프로젝트를 진행했다. 프로젝트명은 'Private Advices'였다. 각 과의 교수님들에게 이메일을 돌려서 인터뷰를 요청했다. 그 인터뷰를 영상으로 제작하고 글로 정리해서 포스팅했다.


교수님들과의 인터뷰 프로젝트 'Private Advices' [출처: Instagram @privateadvices]


송: 교수님들과의 인터뷰는 어떤 내용을 다루었는지.

준: 대학생들의 진로에 대해 이야기했다. 각 과의 교수님들께 진로에 대한 질문을 드리면 관점이 서로 다르기 때문에 다양한 답변이 나오지 않을까 싶었다.


송: 기억에 남는 메시지가 있는지.

준: 사실 한 분이라도 다른 답변을 하길 기대하고 물어본 질문이 있었다.


‘레스토랑에서 사랑, 돈, 명예’ 세 요리가 나온다면 어떤 것을 택하겠는지’


모두가 사랑을 택했다. 나는 한 명이라도 돈이나 명예를 택할 줄 알았는데 그들은 모두가 진정으로 ‘사랑’을 택해야 한다고 말했다. 사랑하는 일을 해야 후회하지 않을 것이라고 했다.


송: 이 답변에 동의하는지.

준: 지금 나의 진로가 이 답변에 동의한다는 증거이다.


어떤 사람들은 내가 공부를 못해서 힙합으로 진로를 전향한 것이 아니냐고 물을 수 있다. 하지만 당시 생물학은 모두 A를 받을 정도로 공부를 열심히 했다. 나는 정말 의사가 될 수 있었다. 하지만 아무것도 몰랐을 때 돈과 명예만 보고 택한 길이었다고 생각한다.


이제는 돈보다는 행복을 좇고 싶다. 바로 내가 사랑하는 일을 통해서 말이다. 인생에서 행복이 메인 요리가 되고 돈과 명예는 애피타이저의 역할을 해야 하지 않을까. 애피타이저에 너무 배가 부르면 메인 요리를 제대로 즐길 수 없다. 돈과 명예는 메인 요리를 맛있게 먹을 수 있도록 도와주는 애피타이저 역할임을 잊지 말아야 한다.


러스의 저서 'It's All In Your Head' [출처: Twitter @russdiemon]


송: 이 변화의 시작에 러스가 있다. 소개하고 싶은 그의 가치관이 있다면.

준: 러스의 저서 ‘It’s All In Your Head’ 중 두려움에 관한 챕터가 있다.


많은 사람들은 생각만 하고 행동으로 옮기지 못한다. 두려움 때문이다. 나 또한 그랬다. 이때 러스는 내 앞의 절벽에서 그냥 뛰어내리면 날개가 알아서 생길 것이라고 말한다. 이렇듯 두려움이란 멀리 할수록 커지고 마주할수록 작아지는 것 같다.


두려움은 불과 같다는 구절도 있다. 불로 고기를 구워 먹거나 장작을 태워 방을 따뜻하게 할 수도 있지만 불이 잘못 붙어 몸이 탈 수도 있다. 두려움은 불과 같기 때문에 그것을 어떻게 나의 장점으로 극대화시키느냐가 인생에서 정말 중요한 것 같다.


두려움을 잘 사용하는 사람이 높은 곳으로 잘 올라갈 수 있다. 나 또한 그걸 잘 이용하려고 노력하는 사람들 중의 한 명이다. 내가 해 온 유튜브, 인터뷰 프로젝트, 음원 발매, 힙합플레이야에서의 활동 모두가 두려움을 깬 산물이라고 생각한다.


사람은 긴장할 때 몸을 떤다. 두렵다는 신호이다. 그래서 나는 몸이 떨릴 때, 내가 성장할 수 있는 좋은 기회라는 생각으로 마인트 컨트롤을 한다. ‘떨림’은 두려움을 깨는 과정 중의 하나라고 생각하면 가라앉는다. 이 떨림을 계기로 더 좋은 내가 될 수 있다고 믿는다.


노력과 행운이 만났을 때,


힙합플레이야 공식 파트너 공지 [출처: Instagram @hiphopplaya]


송: 어떻게 힙합플레이야의 파트너가 되었는지.

준: 미국에 있을 당시 처음 컨텍이 되었다. 힙합스토리텔러 이메일 계정이 따로 있었는데 이메일 올 일이 없다 보니 자주 확인하지는 않았다. 그런데 어쩌다 확인해보니 일주일 전에 힙합플레이야에서 메일이 와있었다.


대표님이 보낸 메일이었는데 대표라고 밝히지는 않으셨다. 영상을 잘 봤고 한번 만나고 싶으니 연락 달라는 내용이었다. 구독자가 1000명도 되지 않던 상황이었는데 힙합플레이야 같은 유명 회사에서 연락이 오니 신기하고 감사했다. 이 연락이 엄청난 동기부여가 되어서 당시 더욱 열심히 유튜브 영상을 만들었던 것 같다.


조만간 귀국할 예정이니 그때 봐도 되겠느냐고 답장했다. 그 이후에는 카톡이나 전화로 연락을 하며 지냈다. 그리곤 한국에서 실제로 캐주얼한 만남을 가졌다. 대표님을 처음 만났지만 어른이라기보다는 형과 대화를 하는 것처럼 편안했다. 지금 생각해보면 그게 면접이었을 수도 있다. 그렇게 함께 일하기를 제의하셨다. 그리고 7월 초에 힙합플레이야의 계정에 공식 파트너로서 소개되었다.


송: 힙합플레이야에서 활동하며 좋은 점.

준: 힙합플레이야의 소속이라는 것만으로도 엄청난 경험이다. 그래도 한 가지를 말하자면 아티스트와 접촉이 많아서 좋다. 그동안 내게 있어서 아티스트는 우상이자 소개의 대상이었다. 그래서 그런지 처음에는 직접 만나서 말도 못 걸었다. 그런데 점점 만나다 보니 나와 다를 것 없는 사람들로 보였다. 그러면서 나도 그들처럼 못할 이유가 없다는 생각이 들었다.


스티브 잡스가 한 말이 있다. ‘뛰어난 발명품이라고 여겨지는 것들은 사실 나와 별 다를 게 없는 인간이 만들었다는 것을 인지하는 순간 삶은 바뀐다.’ 아티스트들을 만나면서 이 말을 조금씩 실감했다. 더 큰 물에서 놀아야겠다는 생각을 했다.


음악인으로서의 특별한 시작


JOONBUG 싱글 앨범 커버, 왼쪽부터 '혼자', '괜찮아' [출처: 멜론]


송: 현재 진행하고 있는 음원 발매 프로젝트에 대한 소개.

준: 앞으로 1년 동안 한 주에 한 곡씩 음원을 발매할 계획이다. 지금까지 세 곡을 발매했고 열 곡 정도 녹음한 상태이다. 계속해서 음원 작업을 하고 있다.


송: 일반적인 발매 방식은 아닌 것 같다. 어떻게 시작하게 되었는지.

준: 한국에 들어와 많은 무대를 보고 아티스트들과 직접 만나면서 그들이 멋지다고 생각했다. 그리고 나 또한 못할 것 없다는 자신감이 생겼다. 두려움을 깨는 게 익숙하다 보니 행동으로 이어졌다.


그래서 바로 나와 함께 할 프로듀서를 물색했다. 음원 발매를 위해서 유튜브로 많은 비트를 찾아들었다. 결국 마음 맞는 프로듀서를 찾아 bayb 님과 프로젝트를 함께 하고 있다.


송: 이 프로젝트에 대한 bayb 님의 의견이 어땠는지.

준: 긍정적이었다. 자신의 저작권을 네 자릿수로 만드는 게 목표인 분이다. 다작을 중요하게 생각하셔서 나의 방향성과 잘 맞았던 것 같다.


사실 많은 언더 아티스트와 작업하셨는데 막상 작업 후 별로라며 발매하지 않는 분들도 많이 있었다고 한다. 그런 경험이 있었기에 나와 뜻이 잘 맞았다고 생각한다.


송: 이 발매 방식은 어떻게 고안한 것인지.

준: 러스가 유명해지기 전에 했던 발매 방식이다. 2년 반 동안 1주일에 한 곡씩 발매하며 성공했기 때문에 나도 그 마케팅 방식을 차용해보았다. 인터뷰를 많이 보다 보니 어떤 아티스트가 어떻게 성공했는지 정보가 많다. 아티스트가 음악을 잘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마케팅 방식에 대해서 많이 알고 있는 것도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힙합으로 바라본 세상


JOONBUG이 힙합플레이야에서 제작하고 있는 시리즈 '3분 힙합' [출처: 유튜브 채널 '힙합플레이야']


송: 힙합을 잘 알지 못하는 입장에서 궁금한 점이 많다. 미국 힙합과 국내 힙합을 몸소 경험해본 바로, 그 둘 사이에 어떤 차이가 있다고 생각하는지.

준: 세계적으로, 특히 미국에서는 힙합이 1위다. 빌보드 차트에서 10위권 이내는 모두 힙합이 차지할 정도로 힙합은 가장 주류 장르가 되었다. 그만큼 영향력이 막강한 장르이다.


하지만 한국에서는 아직 아닌 것 같다. 멜론 차트만 봐도 힙합이 주류를 이루고 있다고 말하기엔 무리가 있다. 그럼에도 힙합의 영향력이 국내에서도 많이 커질 것이라고 예상한다. 아이돌 음악에도 힙합 소스를 많이 차용하는 추세이다.


송: 미국에는 지역적인 힙합 씬이 활발하게 형성되어있다고 들었다.

준: 미국은 땅이 크기 때문에 투어를 한번 돌면 거의 20-30개 주를 돌면서 공연을 한다. 그런 점에서 미국에는 공연 문화가 지역적으로 자리 잡고 있다. 반면 한국에서의 공연 문화는 거의 서울에 밀집되어 있다. 멀리 가도 부산, 인천 정도인 것 같다.


또한 미국은 80-90년대만 해도 아티스트의 출생 지역에 따라서 음악적 특성이 엄청나게 강했다. 동부 힙합은 도시적이고 서부 힙합은 칠하고 느긋한, 그들만의 개성과 바이브가 있었다. 지금은 온라인으로 엮여 있는 세상이기에 그 경계가 많이 허물어졌다.


타이거JK는 세계가 좁아지는 현시대에서 먼 나라의 흑인 인권 문제에도 관심을 보여야 한다고 말했고 박재범은 자신의 탐욕과 자존심을 위해 권력을 남용하는 사람들이 모두 사라져야 한다고 말했습니다. … 또한 제이지는 미국 전역에 있는 모든 정치인, 검사, 경찰들이 옳은 일을 할 용기를 가졌으면 좋겠다고 전했고 트래비스 스캇은 미국에서 빠른 시일 내에 경찰개혁이 이뤄져야 한다고 밝혔습니다.

- 유튜브 채널 '힙한스토리텔러' -'조지 플로이드, 그는 누구인가' 편 中


송: 힙합이 시사하는 사회적 이슈가 있다면.

준: 한국에서는 볼 수 없는 흥미로운 현상이 있다면 바로 인종차별과 장르의 연관성이다. 한 유명 아티스트는 인터뷰에서 자신의 의견을 이렇게 밝혔다.


‘네가 무슨 음악을 하던 장르는 이렇게 구분될 것이다. 백인이면 Pop, 흑인이면 Urban, 그 중간은 Rhythmic.’ (대형 레이블에서는 흑인음악을 Urban Music이라고 포장해서 말하는 경향이 있다.)


Tyler The Creator는 자신의 앨범 ‘IGOR’을 Pop이라고 소개했는데 결국 힙합으로 분류되었다. 이런 부분은 정말 인종차별적이다. 그래미 같은 큰 음악 기관에는 백인이 다수를 차지하고 있고 그들을 통해서 운영하고 있기 때문에 이러한 부분이 쉽게 개선되지 않는 것 같다.


송: 반대의 입장에서 흑인음악을 하는 백인에 대해 어떤 시각으로 바라보는지.

준: 이 부분에 있어서도 논란이 많다. 힙합이 흑인 문화에서 출발하지 않았는가. 흑인이 노예제도로 많은 아픔을 받아왔기 때문에, 그들이 고통을 받으며 만들어 온 문화를 이제 와서 함께 누리려 한다는 움직임에 불만이 많다. 이런 불만을 에미넴이 일정 부분 깨부순 측면이 있다. 하지만 아직도 갈등이 심하다.


송: 한국에는 국힙에 대해 비관적인 시각이 다수 존재한다. 그들에게 해주고 싶은 말이 있다면.

준: 힙합과 다른 장르의 차이가 있다면 힙합에는 문화와 가치관이 있다. 즉, 하고자 하는 말이 있다. 힙합이 속한 문화에 따라 또 달라지겠지만 힙합에는 메시지가 있다는 점은 모두 같지 않을까 싶다.


‘바닥부터 시작해서 좋아하는 일을 하며 성공을 했고 너 또한 할 수 있다.’ 힙합은 이러한 메시지를 담고 있는 장르이다. 힙합은 어느 나라에서 어떤 문화를 거치든 간에 분명 좋은 영향을 끼칠 수 있다는 점을 알았으면 좋겠다. 음악 장르로서 힙합만큼 문화적이고 가치관적인 영향을 끼치는 장르가 없다고 생각한다.


고민과 꿈


래퍼들의 가사를 돋보기로 자세히 들여다보게 되면 자신의 인생 스토리는 물론, 각자 그들만의 세상에서 돌아가는 일들을 이야기로 푸는 '작가'라고 봐도 별 문제가 없다. 현시대의 ‘철학자’, 현시대의 ‘시인’이라고 하는 게 더 정확할지도 모르겠다. …

- 유튜브 채널 '힙한스토리텔러' -'힙합과 책의 연결고리' 편 中


송: 준벅에게 있어서 힙합이란

준: 나라는 사람을 제 3자의 관점으로 관찰하게 해 준 음악 장르이자 문화.


송: 고민이 있다면

준: 없다. 눈 앞에 있는 고민은 내가 노력하며 풀어나갈 수 있고 너무 멀리 있는 고민은 하지 않는다. 현재로서는 고민이 없다.


송: 꿈이 있다면.

준: 러스가 한 인터뷰에서 이 질문을 받았다. 다음 목표가 무엇인지, 나중에 어떤 사람이 되고 싶은지. 그때 러스는 이렇게 말했다. ‘내가 이 세상을 떠날 때, 이 세상에 태어났을 때보다 더 좋은 세상이 되었으면 좋겠다. 그리고 그것이 나의 좋은 영향력으로 이루어졌으면 좋겠다.’


나 또한 많은 사람들에게 좋은 영향을 끼치고 싶다. 내가 세상을 떠날 때 태어났을 때보다 더 좋은 세상이 되었으면 좋겠고 그것이 나의 영향력에서 비롯되었으면 좋겠다.


두 번째로는, 내가 될 수 있는 최고의 ‘나’가 되고 싶다. 그러기 위해서는 하루하루 두려워했던 것들 것 깨나가야겠다. 한 걸음씩 성장해서 어제 두려워했던 것을 오늘은 쉽게 할 수 있으면 좋겠다.


작가의 음악적 시선


JOONBUG 첫 번째 싱글 앨범 'Don't Play' [출처: 멜론]


JOONBUG과 이미 알고 지낸 사이이지만 나는 그의 이야기를 들을 때마다 생각했다. 그의 삶은 알면 알수록 특별하다고. 대학교를 조기 졸업할 정도로 명석한 생물학도가 한순간에 힙합에 빠졌다. 의사가 되겠다던 그는 1년도 지나지 않아 힙합 안에 헤엄을 치며 살고 있다. 그는 힙합과 일에 대해 이야기할 때 한없이 즐겁다. 하지만 나는 그가 즐거워하는 장면이 마냥 신기하다. 그래서 나는 그와의 인터뷰를 고대해왔다.  


때로 나는 입장을 바꾸어 그에게 감정을 이입해보려 했다. 하지만 나라는 사람은 결코 희망과 꿈이라는 단어로 그 모든 상황을 색칠할 수 없었다. 내가 그의 입장이었다면, 의사를 목표로 하던 내가 어느 날 힙합의 매력에 빠져버렸다면, 진정한 나를 찾게 해 준 러스와 힙합을 원망했을지도 모른다. 그리곤 수많은 갈등 속에서 일을 지체하고 또 지체해왔을 것이다. 왜냐하면 두렵기 때문이다.


나 또한 종종 삶에서 빛나는 무언가를 발견한다. 그리고 그것을 얻기 위해 온 힘을 다해야 한다는 것도 안다. 두려움은 그때 생긴다. 내가 마음을 다해 움직였는데 아무것도 돌아오지 않으면 어쩌지, 라는 막연한 걱정이다. 그래서 그에게 실패가 두렵지 않느냐 물었을 때, 그것만큼은 두렵지 않다고 했다. 좋아하는 일을 하며 실패를 맞이한다면 그것 또한 기꺼이 맞이할 수 있다는 것이다.


그렇다고 해서 그가 선천적인 강철 심장을 가진 것도 아니다. 그는 스스로가 소심했다고 말한다. 두려움이 무엇인지도 누구보다 잘 안다. 그럼에도 두려움을 하나씩 마주하고 깨부수길 반복하다 보니, 이제 그는 두려움을 잘 '이용'해야 한다는 말까지 할 수 있게 되었다.


결국 나는 하나의 지점에 도달한다. 그가 이토록 강렬한 열망과 행동으로 앞으로 나아가는 힘은 무엇일까. 바로 '객관성'과 '단순함'이다.


제삼자의 눈으로 자신을 바라본다. 무엇을 원하는지, 그리고 무엇을 성장시켜야 할지 생각한다. 그리곤 움직인다.


그가 이미 말했듯이, 그에겐 고민이 없다. 눈 앞의 고민은 풀어나가야 할 과제이고 먼 미래는 생각하지 않는다. 그렇게 유튜브와 인터뷰 프로젝트를 했고 힙합플레이야의 멤버가 되었고 싱글 앨범을 발매하는 래퍼가 되었다. 아주 단순한 논리 하나를 손에 쥐고.


나는 그의 영향을 받아 또다시 새로운 프로젝트를 시작했다. 그렇기에 이 논리 하나라면 무엇이든 시작할 수 있다고 자신 있게 말할 수 있다. 그런 의미에서 그의 새로운 시작을 상징하는 JOONBUG의 첫 번째 싱글 앨범 'Don't Play'를 추천한다. 또한 삶에 있어서 시작을 고민하는 이들이 그의 행보에 주목하기를 바라본다.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