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커피 잡문인 Dec 02. 2020

커피와 모기

'위이이이잉.’

커피 향이 졸졸 퍼지면 냄새를 맡은 모기가 날아든다.

커피 향에 잠이 깬 모기가 잠자리 같이 날아다닌다.

어디 숨어 있었는지 모를 모기들이 위이이잉 날아온다.


새벽에 일어나 물 한 잔 마시고 커피를 내린다.

커피메이커가 푸-슉 푸-슉 하는 소리를 낸다.

방안으로 커피 향기가 새벽녘 햇살처럼 슬그머니 흘러 나간다.

새벽의 만찬을 즐기다 곤히 잠든 모기들이 눈을 번쩍 뜨고, 접어 둔 날개를 바르르 펼친 다음, 다시 날아오른다.


“이봐, 시끄러워. 나도 이제 막 일어났다고. 좀 봐줘.”

나는 날아드는 모기들을 양손으로 쫓으며 말했다.

“아침 커피는 편안하게 먹고 싶다고.”


앞에서 번쩍 나타났다가, 뒤에서 번쩍 사라진다.

한 마리 모기가 다리를 간질간질 만지다가 발가락에 바늘을 꽂는다.

“어쩔 수 없다고. 위잉, 커피 냄새가 난다고. 위이잉.”

발가락에 모기가 말했다.

“커피 냄새를 맡으면 어쩔 수 없어. 위잉, 눈이 번쩍 뜨이고, 잠이 달아나는 걸. 위잉.”

오른쪽 귀 주위를 맴도는 모기가 말했다.

“그거 알아? 커피를 마신 피가 제일 맛있다고. 위잉, 아주 향기로운 맛이지. 위이잉, 그걸 한번 맛본 모기는 커피 냄새만 나면 눈이 번쩍 떠지고 바늘이 간질간질할 걸. 위이이잉”

“이봐, 미안하지만. 다 같이 살자고 하는 거 아니겠어? 응?”


나는 더 이상 참을 수 없어서 모기향을 피웠다.

모기들이 우-웩 우-웩하면서 사라져 버렸다.

그래서 저는 매일 아침마다 모기향을 맡으며 커피를 마십니다만.

모기들은 대체 어디로 들어오는 걸까요.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