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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타이거나달 Sep 18. 2019

우문현답


 아들은 참 뻔뻔하다. 

세상의 중심이 바로 자신이다. 


 잘못을 하고도 장난기 어린 웃음으로 넘기고, 핑계인지 이유인지도 아주 잘 지어낸다. 

자기 할 얘기가 있으면 때와 장소를 가리지 않고, 누가 말을 하는 중이라 해도 전혀 개의치 않고 계속 말을 한다. 고대 철학자도 아니면서, 주로 엄마나 아빠지만, 상대로부터 시원한 답변이 나올 때까지 계속 묻는다. 


 아직 어려서 책임이 없다 보니 본인에겐 물론 좋고, 가족들도 크게 나쁠 건 없다. 

이런 아들의 모습에 가끔  화가 났다가도, 화보다 웃음이 더 커진다.

물론 책임이 뒤따르는 시기가 되면 바뀔 거라 기대하고, 

그렇지 않는다면 내가 책임지고 바꿔놓아야 하지만 당장은 뻔뻔한 아들의 모습을 존중해주고 싶다. 




어느 날 뻔뻔한 아들과 나눈 우문현답,     


Q) 정안이는 왜 엄마, 아빠 말을 잘 안 들어?

R) 내가 말 잘 듣는 걸 잘 못해

Q) 밥은 왜 이렇게 천천히 먹어?

R) 내가 원래 씹는 게 느리고, 음식이 무거워

Q) 또 왜 말을 잘 안 듣는 것 같아?

R) 시키는 게 너무 많고, 노는 게 재밌어. 잠은 잘 안 와. 엄마가 부를 땐 꼭 할 게 있어

Q) 가끔 말 잘 들을 때도 있잖아?

R) 엄마, 아빠한테 혼날까 봐

Q) 혼나는 거 생각하면 잘 들어야 하잖아?

R) 그걸 (혼나는 걸) 까먹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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