라이킷 10 댓글 공유 작가의 글을 SNS에 공유해보세요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봄맞이

최선이란?

by 타이거나달 Mar 23. 2025
undefined
undefined
브런치 글 이미지 3

'그래, 이 집'의 얼굴인 현관을 손봤다.

오래 전에 생을 마감해 밑둥을 잘라놓았던 베롱나무는 뿌리를 뽑았다. 곧 간 꽃이 필 영산홍을 3m 옆으로 무리지어 다시 심었다. 무관심에도, 님 찾아 꿈 찾아 멀리멀리 퍼진 꽃잔디는 빈 땅과 화분에 골고루 담았다.


하이라이트는 너무 커서 답답하게 보였던 황금측백이.  

눈 딱 감고 냉정하게 밑둥을 잘라버렸으면 10분이면 될 일인데 2시간 동안 삽질해서 이식했다. 큰 뿌리들이 너무 깊고 멀리 뻗쳐서 대부분을 잘라내야 했다. 그래도 최대한 뿌리를 살렸고, 사방에서 빛을 받고 바람 맞는 앞동산으로 옮겼다. 이유는 벌레 한 마리 함부로 죽이지 못하는,  아들 정안 때문이었다. 아빠 허리가 끊어지는 한이 있어도 나무는 꼭 살리라는.


이 씨네 황금측백이, 그래서 '골든 리 트리'가 살아날 확률은 솔직히 20%가 안 된다. 그래도 정안이에게 최선을 다하는 게 뭔지 알려주고 싶었다. 결과가 실망스럽더라도, 한 번 최선을 다해본 사람은 거기서 분명 얻는 게 있다고, 그런 최선이 모여 결국, 뭐든 이루어 낼 수 있다고 말해줬다.


황금측백이와 영산홍과 꽃잔디와 백일홍 뿌리가 있던 곳은 평평하게 고른 뒤에 박스를 깔고 그 위에 흙을 뿌리고,  작년에 사놓았던 마사를 깔았다. 따뜻한 봄과 낭만적인 여름 밤과 시원한 가을에, 여기에 캠핑 의자를 놓고 앉아, 책을 읽겠다. 노래를 듣겠다. 술 한 잔 하며 글을 쓰고, 꽃보다 예쁜 '웃음 꽃'을 피우겠다.

#그래이집에삽니다 #에세이 #홍림

작가의 이전글 대화의 정석

브런치 로그인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