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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kotobadesign Nov 10. 2021

에필로그

킨츠기: 우연의 이음

<킨츠기: 우연의 이음> 프로젝트를 생각한 것은 작년 이맘때였습니다. 킨츠기를 배우고 다른 분들의 물건을 수선하면서 어떤 마음으로 손상된 그릇을 수선해 사용할 생각을 했는지 그리고 그릇에는 어떤 이야기가 담겨 있는지 궁금해서였습니다. 


하지만 궁금함에서 시작한 호기롭게 시작한 프로젝트는 한동안 움직이지 않았습니다. 그릇 수선 의뢰가 들어올 때마다 그릇을 수선하며 인터뷰지를 받아 두었지만, 정리할 마음을 내지 못해서였습니다. 그러다가 여름이 시작될 무렵 쌓여가는 인터뷰지를 보며 이제는 꼭 킨츠기 그릇에 대한 이야기를 기록해야겠다는 생각이 들어 7월에서야 <킨츠기: 우연의 이음>을 본격적으로 시작했습니다. 마치 멈추었던 그릇의 시간이 다시 움직이기 시작한 것처럼 말이지요. 


제 인터뷰를 제외하고 여덟 분의 그릇을 고치고 인터뷰를 진행했습니다. 그러면서 느낀 점은 물건이 손상된 이유도 그에 담긴 추억도 모두 다 다르지만 물건에는 그것을 사용해온 시간과 추억이 쌓여 있으며 그것만으로도 세상에 같은 그릇은 하나도 없다는 것이었습니다. 그리고 그런 시간과 추억을 소중하게 여기기 때문에 고칠 수 있는 방법을 찾고 또 그렇게 생긴 상처의 흔적을 그 그릇만의 아름다움이라고 여기고 다시 시간을 이어 사용하고 있다는 것이었습니다.


다양한 분야의 다양한 분의 그릇을 고치며 멈추었던 그릇의 이야기가 다시 시작되는 것을 보는 일은 좋은 경험이었습니다. 그리고 수리된 그릇을 어떻게 사용하고 계신지 소식을 듣는 것도 행복했습니다. 의뢰받는 그릇들을 고치면서 제 마음도 함께 치유되는 듯해 그릇과 함께하는 동안 그 전에는 느끼지 못한 평안함을 느꼈습니다. 그리고 참 신기하게도 인터뷰를 기록하는 시간 또한 한참 일 때문에 고민하고 불안했던 제 마음을 안정시켜 주었습니다.


지금까지 부족한 솜씨지만 믿고 맡겨주시고 <킨츠기: 우연의 이음> 프로젝트를 진행하는 데 도움을 주신 그릇 수선 의뢰자분들께 감사의 인사를 전합니다. 그리고 저에게 킨츠기의 길에 들어올 수 있도록 해주시고 그릇 수선에서 어려움이 있을 때마다 조언해주신 저의 스승 수미 선생님, 감사드립니다. 


<킨츠기: 우연의 이음>의 인터뷰 프로젝트는 오늘로 마무리를 짓습니다. 이 프로젝트에 관심을 보여주시고 부족한 글을 읽어주신 독자분들께도 감사드립니다. <킨츠기: 우연의 이음>은 킨츠기에 관한 기록을 새로운 프로젝트로 진행해보려고 합니다. 아직 크게 주제를 정하지는 않았지만 그릇을 수선하며 든 생각들을 정리하는 에세이 그리고 킨츠기의 바탕에 깔려 있는 역사나 사상, 기법에 대해 공부하면서 기록해보려고 합니다. 언제부터 시작할지 정하지 못했지만, 인터뷰 프로젝트가 멈추어 있다가 어느 순간 다시 움직였듯이 저의 킨츠기에 대한 기록도 어느 날 훌쩍 움직이기 시작할지 모르겠습니다. 그때까지 조금만 기다려주세요. 곧 다시 돌아오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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