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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kotobadesign Apr 08. 2024

프롤로그

도쿄 킷사텐 일기

나는 왜 이렇게 킷사텐을 좋아할까. 가끔 생각한다. 

특별한 이유는 잘 모른다. 오래된 공간을 좋아하다 보니 저절로 끌린 것도 같기도 하고 어쩌면 일드를 하도 보다 보니 그 공간과 분위기에 익숙해져서 그럴지도 모른다. 

처음 킷사텐이라는 곳에 갔을 때는 커피가 너무 비싸다고 생각했다. 한 잔에 500엔에서 600엔, 비싼 곳은 700엔이나 하는 커피가 유학생에게는 사치였고 과분했다.

그러면서도 여전히 무언가 끌리는 것이 있어 거리를 걷다가 궁금한 킷사텐에 불쑥 들어가거나 드라마에 나온 킷사텐이 궁금해 찾아가기도 하며 자주 기웃거렸다. 그때는 언제나 내가 들어가도 되는 걸까 하는 머뭇거림이 동반되었다. 그리고 자주 뒤돌아섰다.


그러다 도쿄 생활을 정리하고 이제는 여행으로만 익숙한 도시에 드나들며 그때 킷사텐을 왜 더 일찍 알지 못했을까, 왜 더 파고들지 못했을까, 왜 더 즐기지 못했을까 생각한다. 그리고 이제는 그때의 머뭇거림에서 조금 더 용기를 내어 딸랑딸랑 종이 울리는 문을 연다. 그곳에서 보통의 카페에서와는 또 다른 도쿄의 일상과 순간을 만난다. 어쩌면 내가 킷사텐을 좋아하는 이유는 여기에 있을지 모른다.


도쿄에서 살면서 만났던 킷사텐, 여행으로 갔던 곳에서 만난 킷사텐들이 있다. 어느 순간 내 기억 속에도 사진첩 속에도 차곡차곡 쌓이고 있었다. 그리고 마음속으로 언젠가는 꼭 킷사텐 이야기를 하고 싶다 생각했다. 하지만 매번 망설여졌고 그 망설임을 이기지 못했다. 마치 킷사텐 앞에서 머뭇거리다 뒤돌아서듯이. 

그러다 이제 문을 열고 들어가자 생각했다. 휴대전화 사진첩의 스크롤을 한참 올려야 볼 수 있는 곳에서 끄집어내 딸랑딸랑 울리는 묵직한 문을 열고 들어가 구석 자리에 앉아 그곳에서 만난 커피의 향기와 햇살, 잔들이 부딪히는 소리, 공기, 낮은 웃음소리, 말소리 들을 꺼내놓자고 말이다. 킷사텐의 순간을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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