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를 믿어주던 한 사람

내 존재의 증명이었던 부재에 대하여

by 행복한자유인

비전은 나의 핵심 가치와 연결되어 있다. 핵심 가치는 사회적 관계에 깊이 영향을 받는다.


비전은 혼자 만드는 것이 아니다.


내가 좋아하는 사람들이 어떤 사람인지를 안다면, 나의 핵심 가치를 쉽게 식별할 수 있다.


운 좋게도 오래전 기록을 찾았다. 내가 좋아했던 사람에 대한 기록이다.

직장 생활을 시작하고 5년이 지났을 때, 15년이 지났을 때 남겼던 글을 찾았다.


먼저, 5년이 지났을 때 글이다. 그 당시 나는 좋은 리더를 만났다며 그 이유를 이렇게 기록했다.


그는 나를 인정해 주었다.

그는 배울 것이 있었으며 실력이 있었다.

그는 대화를 할 줄 알았다.

그는 내 필요와 의견을 공격의 대상으로 삼지 않았다.

나는 그에게 고마움을 느끼곤 했다.


그로부터 10년이 지난, 15년 차 기록에는 두 선배가 등장한다.


그는 항상 밝은 미소를 보여주었다. 나의 웃는 모습은 그분께 영향을 받았다.

그는 회사에서 발생한 옳지 못한 사건에 대해 정의로운 모습을 보여주었다.

그는 세상에 없던 새로운 일을 기획하고 실행했다.

그는 나와 함께 길거리에 함께 누웠다. 하늘을 보며 ‘참 좋다. 숨을 쉬고 있어서 감사하다’라고 말했다. 그때가 회사에서 가장 힘든 시기였다.

그는 고객이 활짝 웃으며 휴대폰을 보고 있는 사진을 내게 보여주며 말했다. ‘이런 서비스를 만들고 싶다’라고.


또 다른 선배에 대한 기록도 있다.


그는 직장 생활에서의 유머와 재치가 무엇인지 내게 몸소 보여주었다. 나의 직장에서의 태도는 그분을 통해 배웠다.

그는 내게 ‘너는 대기업 가면 잘할 스타일이야’라고 조언해 주었고, 그 말은 사실이 되었다.

그는 내가 나쁜 고가 평가로 고뇌하고 있을 때, 가장 오랜 시간 대화해 주었다.

그는 일에 대한 전문성과 자부심을 가지고 있었다.

그는 나의 개인적인 기념일에 사비를 봉투에 넣어 축하해 주었다. 감동으로 기억한다.


또 10년이 지났다. 직장 생활 25년 차, 내가 만난 최고의 팀장이라 말했던 이가 있다.


그는 나를 나보다 더 잘 안다. 나의 전문성을 항상 존중하고 인정했다.

그는 방향을 제시하는 리더였다. 그는 우리의 사업을 성장시켰다.

그는 나를 성장하도록 자극했다. 고민하게 했고 더 잘해야 한다는 부담을 선물했다.

그는 스토리를 만드는 재능이 있다. 스토리텔러다.

그는 나와 많은 대화를 했고 새로운 통찰로 피드백을 주었다.


기록을 잘했다. 나는 내 기록을 통해 내가 추구하는 핵심 가치가 무엇인지 가늠해 볼 수 있었다.


내 핵심 가치는 존재적 존중(Authentic Recognition), 탁월함 지향(Striving for Excellence), 정서적 환대(Emotional Hospitality), 낭만적 통찰(Romantic Visionary)이다.


이제 이해가 된다.

링크드인에 나는 나를 이렇게 표현했었다. ‘개발자의 심장을 건드리는 종합 예술가’


이제 이해가 된다.

나는 ‘인간에 대한 깊은 애정’을 바탕으로 한 ‘탁월한 전문성’이 내 핵심 가치였다.


그런데, 어느 날.


내 핵심 가치를 무의식 중에 투영했던 사람이 떠났다.


나라는 사람의 고유함을 이해했던 사람, 내가 배울 것이 있었던 실력 있는 사람, 강해 보였지만 ‘사람 냄새’ 나는 사람, 함께 웃고 공감했던 사람.


내가 느끼는 허전함은 그 사람에 대한 그리움이기도 하지만, 동시에 상실감이다.


이제 이해가 된다.

나의 빛나는 부분을 인정해 주었던 존재의 부재가 주는 여파였다.


다시 돌아가보자.


비전은 혼자 만드는 것이 아니라 뜻이 맞는 동료와 이야기하며 함께 조각해 나가는 것이다.

그런데, 여기에 문제가 생긴 것이다.


사람은 혼자가 아니기 때문에 영향을 받고 영향을 준다.


내 삶의 비전도 내 안에서 나오지 않았다. 누군가의 자극으로부터 나왔다.


대학생 때 마이크로소프트가 주최하는 개발자 콘퍼런스에 참석했다. 콘퍼런스에 참석하면 꿈이 부푼다.

‘나도 멋진 개발자가 되고 싶다. 성장하고 싶다.’


메이저리그에서 열심히 뛰고 있는 선수들을 보면서 이런 질문을 한다.

‘내 인생의 메이저리그는 어디일까?’, ‘내 꿈을 펼칠 장은 어디일까? 나는 실력자가 되고 싶다.’


교회에서 존경하고 의지하는 선배를 만났다. 나도 저분처럼 되고 싶다.

‘선한 영향을 미치는 사람이 되고 싶다.’


좋은 팀장을 만나면 팀원은 성과를 내고, 훌륭한 동료를 만나면 나는 더욱 분발하고 성장한다.

그렇게 사람들은 상호 관계에서 발전한다.


혼자 성장할 수 있을까? 혼자만 일할 수 있을까?


주변과 상관없이 자가 발전하는 사람들이 있다. 어떻게 하는 것일까?


누군가 떠났을 때 비전이 흔들린다면, 그것은 내가 그만큼 그 일에 진심이었고 타인과 깊이 연결되어 있었다는 뜻이다.


이제 더 이상 그 상실감을 부정하지 않기로 했다.


월, 일 연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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