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내맘대로 May 06. 2024

알고 보면 별 것 없지만

원래 인생은 허무하고 세상엔 별 게 없다. 하지만 그렇다고 삶이 무의미하고 공허하다는 말이 아니다. '나에게만 별거면' 그만이다. 


한국에서 어떤 연구진이 초전도체를 개발했다는 기사가 나왔을때, 여기저기서 떠들썩 했다. 그런데 그 연구진의 연구소는 굉장히 초라한 건물에 있었고, 결국 초전도 연구는 초라한 결과로 끝났다. 그렇다고 그 연구소의 연구진들이 자기 인생과 일상을 초라하다고 느낄까? 천만에. 모두가 별 거 없다고, 소용 없다고 손가락질 해도 거기에 '뭔가가' 있을거고 '별 것이' 있다고 다들 강하게 믿고 있을 거다. 그래서 그 별 것을 찾기 위해 오늘도 그 누구보다 열정적으로 연구하고, 아주 약간의 성과만 있어도 희열을 느끼며 살고 있을 것이 분명하다. 


세상 모든 것이 별 게 있는 것 같아도, 시간 앞에선 모두 별 거 아닌 것이 되어 버린다. 역사적으로 이름을 날린 학자들 대부분이 이미 죽었다. 지금 열심히 연구하는 학자들의 연구 업적들 대부분은 시간이 지나면 세상에 별다른 기여도 못하고 사라진다. 예술가들의 작품 대부분은 쓰레기장에 버려질 운명이고, 매일 직장에 나와 일하는 사람들은 언젠가 아무것도 못남긴 채 쫓겨날 운명에 처해있다. 


대단히 멋지고 즐거운 여행이란 게 있나? 값비싼 크루즈 여행과 화려한 호텔도 한 두 번이다. 전부 반복되면 다 별 것 아닌 것이 될 뿐이고, 시간이 지나면 전부 시들시들해질 것임에 분명하다. 그렇다고 세상에 별 게 없다고 할 수는 없다. '별 것'은 각자의 마음 속에만 존재하는 거니까. 


정치인들 보면 한심하지만, 정치 권력에 뭔가 대단한, 엄청난 것이 있다고 믿기 때문에 다들 그 세계에 머무는 거다. 그리고 그 덕분에 정치계가 잘 돌아가고 국민들도 그 혜택을 본다. 정치 권력이 모두 허무하다고 믿으면, 이 나라를 운영할 사람도 사라지고 정치인들도 의욕을 잃고 만다. 그 피해는 모든 국민이 보게 된다. 


세상 모든 것은 알고 보면 시간 앞에 다 허무한 것들 뿐이다. '별 것 있다'고 믿는 것은 오로지 나 자신이다. 자기 스스로 별 것이라 믿을만한 것을 찾지 못한 사람들이 흔히 뭔가에 열정적으로 매달리는 사람들을 욕하고 비웃는다. 내심 부럽기 때문이다. '나는 왜 공허한데 저 녀석들은 왜 저렇게 의욕이 넘치지?' 


나만의 '별 것'은 나밖에 못찾는다. 그 누구도 찾아줄 수 없다. 그리고 만약 그것을 찾았으면, 그 어떤 타인도 거기에 간섭할 수 없다. 나의 믿음과 신념을 타인이 바꾸는 것은 불가능하기 때문이다. 사랑하는 두 남녀 사이를 이간질해서 떼어놓을 수 없는 것과 마찬가지다. 


세상 모든 사람들이 별 것 없다고 여기는 것이라도, 나한테 별 것이면 그건 별 거 있는 거다. 적어도 이번 인생에선. 

작가의 이전글 영양제 시장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