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야자키 하야오의 마지막 작품이라고 알려진 애니메이션 <그대들은 어떻게 살 것인가>. 그런데 나는 이 작품을 보지 않았다. 다만 제목이 너무 마음에 들었고, 이제 고령이 되어 하나씩 삶을 돌아보고 정리하고 있을 미야자키 하야오의 마지막 작품 제목이라는 서사가 마음에 들었다.
내가 어린 시절, 에디슨을 차용한 교육 광고 포스터가 여기저기 많이 게재되어 있었다. '1+1은 왜 2인가요' 라는 문구와 함께 귀여운 아이가 궁금증 가득한 표정을 짓고 있고, 그 아래엔 대충 창의성 교육이 중요하다 어쩌고 라는 문구가 써 있었던 것 같다. 발명왕 에디슨은 대충 많은 학생들이 본보기로 삼고 닮기 위해 노력해야 할 위인 중 한 명으로 여겨지곤 했다.
그런데 실제 에디슨은 발명에만 몰두하느라 바빠서 첫 번째 부인의 장례식에도 참석 안했을만큼 비정한 사람이었다. 또한 교류 전기가 직류보다 더 안전하다고 강조하기 위해 교류 전류로 온갖 동물들을 지져 죽이고 사형수도 전기 의자에 앉혀 교류 전류로 죽이라고 주문하기도 했다. 그 외에 사업적으로 비열한 짓도 많이 저지르고... 하여간 발명과 사업, 돈에 환장한 나르시스트 내지 싸이코패스나 다름 없던 인물이었는데.. 그가 발명왕이 된 것이 과연 그런 그의 성격과 무관할까?
그 누구도 에디슨에게 '창의적으로 사고하라' 고 교육하지 않았다. 학교에서나 직장에서 그의 괴짜같은 행동은 그가 성공했기 때문에 미화 되었을 뿐, 그냥 그는 다른 사람들과 원활하게 지내지 못하는 성격이란 사실을 드러낸 것 뿐이다. 그리고 대부분의 사람들은 에디슨처럼 발명을 하지 않고 다른 사람들과 조화롭게 잘 지내면서 행복하게 살다 갔다. 에디슨은 대단히 특이한 두뇌 구조를 가진 사람이었을 뿐이며 보통의 사람들은 그를 절대로 닮으려 해서도, 그의 인생을 본받으려 해서도 안된다. 에디슨은 그냥 자기 타고난 성향대로 살고 싶은 대로 살다 갔을 뿐이다. 만약 본받아야 할 점이 있다면 그의 창의성 따위가 아니라 바로 그 부분 - 타고난 성향대로 살고 싶은 대로 살다 갔다는 점 뿐이다.
창의성이 없는 아이는 창의성을 키우는 게 아니라 창의적인 생각이 필요 없는 일을 찾는 것이 스트레스 안받고 행복하게 살 수 있는 길이다. 요즘 인기 좋은 의료계가 딱 그렇다. 창의적인 생각을 하면 안되는 분야이기도 하다. 실은 대부분의 일들은 창의성이 별로 필요 없다. 창의성은 특별히 창의력을 타고난 극소수만 개발해서 일로 삼고 살아가면 된다. 물론 그런 본인도 그게 싫다면 지 맘이다.
아무리 생각해도 정말 한심한 캠페인이었다. 학교에서도 에디슨을 소개하며 창의성이 중요하다고 가르친 선생님들이 당시엔 꽤 많았다. 왜 그가 발명밖에 모르는 개 싸이코 혹은 나르시스트라는 사실은 쏙 빼놨을까. 그가 큰 성공을 거두고 지금까지 위인으로 남은 것, 엄청난 수의 발명을 하게 된 것은 그가 발명밖에 모르는 개싸이코 혹은 나르시스트로 태어났기에 가능했던 것 뿐이다. 세상에는 굳이 성공할 필요도 없고 성공하고 싶지도 않으며 이름을 남기도 귀찮고 그냥 하루 하루 행복하게 사는 것을 가장 원하는 아이들이 한가득일텐데? 아니 대부분이지 않을까?
세상에 본받을 사람은 단 한 명도 없다고 생각한다. 왜냐면 우리는 모두 서로 다른 유전자를 갖고 매일 이전에는 존재한 적이 없던 새로운 시대 새로운 하루를 맞이하며 살고 있기 때문이다. 사람들은 나 자신의 과거에 대한 기억 때문에 나라는 사람이 한 번도 변하지 않은채 연속적으로 고정된 '나'라는 실체로 유지되어 왔다고 생각한다. 착각이다. 나이가 들면서 신체 감각기관의 민감성과 뇌 속 생체 반응기가 달라진 '나'는 그 이전과 다른 '나'다. 건강한 '나'와 건강하지 않은 '나' 역시 완전히 다른 '나'다. 다만 기억이 그 단절되고 서로 다른 '나'를 마치 같은 '나' 인 것처럼 착각하게 만들어주는 것 뿐이다. 어제의 내가 원했던 삶과 오늘 내가 원하는 삶, 내일 내가 원하는 삶은 다를 수밖에 없는데 왜냐면 그 모든 '나'는 서로 다른 '나'이기 때문이다. 그런데 그 다른 '나'가 사는 세상조차 완전히 다른 세상이라면?
종교와 철학, 심리학에 이어 최신 뇌과학까지, 인류가 밝혀낸 인간의 인생에 대한 진실은 다음과 같다. 거의 최종 결론판이 나온 상황이다 :
1) 인생에 의미라는 것은 원래 없고 본인이 알아서 지어내는 것 뿐이며
2) 인간은 모두 다르게 태어나기 때문에 서로 언제 즐겁고 기쁘고 슬프고 불행한지 절대 알 수 없고 다만 자기 관점에서 추측만 할 뿐이며
3) 행복이란 좋아하는 사람과 맛있는 식사를 하는 시간의 총량에 비례하며
4) 오늘을 희생해서 행복을 저장해 둔 후 미래에 꺼내 쓸 방법이란 존재하지 않으며
5) 따라서 오늘 즐겁고 행복할 방법을 알지 못한다면 죽을 때까지 그 방법은 알 수 없다는 것